
[FETV=최명진 기자] 중국이 8개월 만에 온라인게임 신규 내자판호 발급을 재개하면서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한한령이후 3번째로 판호 발급에 성공, 오는 26일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있다. 중국 게임시장의 빗장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기대감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펄어비스와 컴투스를 비롯한 액토즈소프트, 데브시스터즈 등 대부분의 게임사 주가가 상승선을 그렸다.
하지만 이같은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국내 게임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번 판호 발급 명단에는 45개 게임이 올랐지만 정작 한국 게임은 없기 때문이다. 중국 내 기업에서 만든 게임들만 허가한 이른바 ‘내자판호’만 재개된 것이 그 이유다. 게임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판호 재개가 외자 판호 재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판호 발급 중지와 재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번에도 외자판호 재개는 없을 확률이 높다”며, “실제로 한한령 시행부터 약 5년 동안 중국 판호 재개에 대한 전망은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지만 열린 적이 없다. 판호 신청을 하더라도 언제 승인될지 모르기 때문에 게임사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많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게임업계가 중국 진출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중국 게임산업은 2786억 8700만위안, 우리 돈으로 약 52조2100억원에 이르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게임 이용자 수도 6억명 이상으로 중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게임 시장이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나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 중국에 진출했던 K-게임들도 막대한 매출과 장기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중국 진출을 시도하는 업계의 움직임은 여전히 지속되는 추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제 반쯤 포기한 상황임에도 여전히 중국의 내수 시장은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판호재개 전망이 실현되진 않더라도 변화가 있다는 점에선 희망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진출이 무조건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권탄압이나 영토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 등 중국을 배제하는 분위기 속에 중국에서 만든 앱도 글로벌 시장에서 사라지는 추세다. 이러한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동영상 앱인 ‘틱톡’이다.
이에 시장 진출을 위해 맺은 중국 기업과의 협업으로 인해 자칫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일례로 인도 정부는 영토분쟁을 이유로 중국과 관련된 앱들을 자국에서 퇴출시킨 바 있다. 이 와중에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도 중국 기업인 텐센트를 해외 퍼블리셔로 선정했던 탓에 함께 퇴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한 전문가는 “중국 시장이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현재 세계정세를 볼 때 중국 기업과의 협업은 다른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을 막는 독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국내에서도 중국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특히 아무런 설명 없이 5년 가까이 국내 게임사의 판호 발급을 전면 중단한 반면 중국 게임사들은 자유로이 국내 게임 시장을 잠식했기에 업계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샤이닝니키’와 ‘스카이 빛의 아이들’ 등 게임을 이용한 동북공정 논란까지 겹쳐 게임 이용자의 반중감정도 이미 극에 달해있다.
이에 게임업계와 이용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중국 게임에 대한 규제대책 수립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한국 게임 시장에서 중국의 내로남불식 행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새로운 정부는 중국의 이러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