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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되는데"...'구매전용카드'로 덩치 부풀리는 카드사들

법인실적 25%, '무수익' 구매전용카드로 채워...롯데>현대>삼성 순
매출 증대 효과로 이용실적 왜곡..."허수 버리고 실속으로 경쟁해야"

 

[FETV=권지현 기자] 국내 카드사들이 돈 안 되는 '구매전용카드'로 이용실적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모습은 삼성·현대카드 등 기업계 카드사들에게서 두드러졌다. 수익성이 없는 구매전용카드로 거둔 실적은 회사 성장에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카드사들이 수익 증대, 다각화 등 '실속 챙기기'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매전용카드'는 기업 간 거래에서 납품업체와 구매업체 간에 어음이나 외상 거래로 대금을 결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카드로 결제를 하는 새로운 거래 수단이다. '기업구매카드'라고도 한다. 삼성·현대차그룹 등 대기업들은 자체 금융계열사 카드를 주로 사용한다. 제조·유통 등 그룹 계열사의 거래 편의를 위해 한시적으로 한도를 부여해 결제 수단으로 사용토록 하다 보니 수수료는 사실상 제로(0)다. 수익은 나지 않지만 해당 거래액은 카드사 매출로 잡히기에 구매전용카드는 그동안 '실적 늘리기용'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국민·현대·우리·하나·롯데 등 7개 카드사들은 지난해 총 119조3168억원의 법인 신용카드 이용실적을 거뒀다. 이중 30조3384억원이 구매전용카드에서 나왔다. 법인카드 실적의 25.4%에 해당한다. 100원의 법인카드 실적 가운데 25.4원을 무수익 실적으로 채웠단 얘기다.

 

 

카드사별로는 롯데카드가 7개 카드사 중 구매전용카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롯데카드의 구매전용카드 실적이 포함된 법인카드의 총 이용실적은 15조818억원이다. 이중 구매전용카드 실적은 절반을 훌쩍 넘는 8조8300억원(58.5%)에 달한다. 7곳 가운데 구매전용카드 비중이 50%를 넘어선 곳은 롯데카드가 유일하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롯데 계열사 당시 운영하던 구매전용카드 규모를 현재 유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이 나온 것 같다"며 "법인카드 이용실적 중 구매전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78.5%, 2019년 66.2%, 2020년 62.1%, 2021년 58.5% 등으로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도 법인카드 실적의 상당 부분을 구매전용카드로 채웠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법인카드 이용실적은 18조1669억원으로 이중 40.7%인 7조3907억원이 구매전용카드 실적이다. 특히 현대카드의 구매전용카드 비중 추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8년 25.4%이던 구매전용카드 비중은 2019년(33.8%)과 2020년(31.7%) 30%대를 기록하더니 지난해 40%를 넘어섰다. 1년 만에 8.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7개 카드사 중 가장 큰 증가폭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구매전용카드의 경우 아예 수익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기업들이 카드결제를 원하는 등 구매전용카드에 대한 수요가 많아 그 비중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카드는 7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구매전용카드 실적을 제외, 비중 0%를 기록했다. 신용판매·현금서비스 등 '온전한' 법인카드 실적을 산정해 매출액을 공개하고 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다른 카드사들처럼 법인카드 실적에 구매전용카드 대금을 포함하지 않는 이유는 구매전용카드가 어음과 다르지 않아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구매전용카드 실적을 매출에 포함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일부러 제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구매전용카드를 실적에 포함하는 것은 외형을 부풀리기 위해서다. 법인카드 실적은 개인카드를 포함한 총 신용카드 이용실적의 많게는 2분의 1에서 적게는 8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법인카드 이용실적이 클수록 영업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돼 해당 카드사에 대한 투자, 사업 확장 및 신사업 진출 등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

 

하지만 수익성이 없는 구매전용카드 실적을 법인카드 이용 대금에 '쓱' 집어넣는 카드사들의 행태는 투자자와 고객 등이 해당 카드사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리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카드 이용실적은 구매전용카드 실적 포함 여부에 따라 왜곡된 결과를 가져온다. 지난해 구매전용카드 실적이 포함된 법인카드 실적의 경우 우리카드가 20조5230억원을 기록, 7개사 가운데 1등에 자리한다. 이어 현대카드(18조1669억원), 신한카드(17조8479억원), 국민카드(17조7231억원), 삼성카드(16조9460억원) 순이며,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15조 818억원, 13조28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익성이 없는 구매전용카드 실적을 제외하면 순위는 확연히 달라진다. 가장 순위 변동이 큰 카드사는 국민카드와 현대카드다. 4위이던 국민카드가 1위로 올라 7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17조원을 돌파한 법인카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난다. 2위 현대카드는 6위로 네 단계 내려가 법인카드 실적이 약 18조원에서 11조원으로 대폭 쪼그라든다.

 

우리카드는 1위에서 2위로, 삼성카드는 5위에서 4위로, 하나카드는 7위에서 5위로 순위가 바뀐다. 7개 카드사 중 한 곳(신한카드)을 제외하고 모두 법인카드 실적 순위가 바뀌었다는 점은 구매전용카드가 '거품'으로서 카드업계 전반에 팽배하다는 방증이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구매전용카드의 경우 이용실적에 허수를 발생시킨다는 점을 카드사들이 알고 있음에도 관행이 반복되는 이유는 '다른 곳도 다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국민카드가 해당 수치를 법인카드 실적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민낯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에 카드사 본업에 충실한 실속 경쟁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