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성우창 기자]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인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달 LG이노텍·삼성엔지니어링·카카오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총 4조5190억원을 순매도했다. 총 21거래일 중 16거래일에서 매도 행렬을 이어갔다. 전날 코스피 전체 시총(2165조원) 가운데 외국인 보유 주식 시총(685조원) 비중은 31.63%로, 지난 2016년 2월 2일(31.63%) 이후 약 6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속 서방 국가의 러시아 제재가 위험자산 회피, 원화 약세를 촉발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렇듯 외국인의 국내 시장 이탈이 계속되는 가운데, LG이노텍(2930억원)·삼성엔지니어링(2020억원)·카카오(1790억원) 등 코스피 상장 종목은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순매수 상위 세 종목의 주가는 지난 한달 평균 15% 가량 상승해 기대에 부응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였던 LG이노텍은 전날 종가 기준 한 달 동안 18.35% 상승한 38만7000원에 마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 코로나 확산 등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지난 2월 장중 최저 30만7000원까지 내려간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외국인이 LG이노텍을 선택한 이유는 지난 1분기(1~3월) 예상치를 상회한 매출·영업이익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은 글로벌 소재부품 기업으로써 미국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반도체 기판 등을 납품한다. 최근 아이폰 13이 잘 팔리고 있으면서 저가형 신모델 아이폰 SE3 생산이 추가된 것이 지난 분기 호실적에 기여 했다는 평가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5G 전환으로 각종 부품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점유율 1위 LG이노텍이 최대 반사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매출과 이익이 상향된 점을 반영하면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판단, 매수의견 및 목표주가 45만원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한 달간 12.93%가 오른 2만6200원에 마감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스피 지수가 우하향하는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큰 하락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왔다. 최근 3년간 코로나19 사태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공정관리 효율화 및 입찰 경쟁 완화, 시공 오류 축소를 위한 시스템 적용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삼성엔지니어링은 악성 프로젝트의 종료, 무차입 및 순현금 확대, 낮은 부채비율로 수익성 개선 및 재무역량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따라서 올해 전략의 중심은 신규 수주 및 수주잔고 확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오랜 기간 악화됐던 발주시장의 회복이 기대되며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박형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2년 이후 장기유가에 대한 발주처 전망 변화와 산유국의 재정 여력 급증은, 현재 장기 지연된 프로젝트 발주가 급격하게 시작될 수 있는 환경"이라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며 적정주가를 3만원에서 3만1000원으로 상향한다"고 전했다.
플랫폼 기업 카카오는 지난 3월 13.19% 오른 10만6500원을 기록했다. 정부의 플랫폼 규제 이슈와 계열사 경영진의 상장 직후 보유주식 매각 논란 등이 겹쳐 올해 8만2200원까지 추락한 후 30% 가까이 회복한 것이다.
올해도 주요 사업부인 톡비즈 부문 매출은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톡채널과 알림톡의 높은 수익성으로 브랜딩 광고주들이 유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블록체인·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이 의미있는 수준의 매출을 내기 시작한 것도 기대감을 높인다. 모빌리티·페이 등 주요 자회사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호재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수의견과 목표주가 15만원을 유지한다"며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배당 등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신규 사업의 구체적 전략과 성과가 기대되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