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제성 기자] 화학업계가 스테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화학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국제시세가 사상 최고치를 연달아 갱신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발 사태로 촉발된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이 나파트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 탓이다. 이에 따라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각종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인상되는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화학업계가 나프타 가격상승을 우려하는 핵심 이유는 스테그플레이션이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이 원자잿값 상승으로 이어져 석유화학 제품가격이 동반 상승한다.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으로 수요감소에 따른 마진율 하락을 동반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마련이다. 화학업계가 나프타 가격급등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국제유가 급등세로 동반 천정부지 치솟는 나프타값 =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석유화학업체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값이 배럴당 129.15 달러로 1995년 이후 가장 비싼 가격이다. 그야말로 나프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이다.
나프타가 귀한 원자재로 대우받는 이유는 플라스틱의 주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필수로 투입되는 기초 원료이기 때문이다. 즉, 러·우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세자 원유를 활용해 추출하는 나프타도 덩달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로 유럽에서 정유를 수입하는 브렌트유(WTI)의 최근 3개월간 배럴당 가격은 1월말 90달러, 2월말, 92달러, 3월초 100달러를 넘어 120달러까지 돌파하다 9일 기준 111.14달러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나프타 가격은 1월말 90.07달러, 2월말 102.39달러, 3월 9일 기준 129.15달러로 집계됐다. 나프타가 정유보다 비싼 이유는 원유에서 가공을 작업을 거쳐 생산하는 가공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건축용 자재, 고무 등에 필요한 원료다.
러·우발 사태로 나프타 가격이 치솟자 국내 화학업계엔 사실상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들은 나프타 가격이 무섭게 뛰자 석유화학 제품의 원가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정부에 한시적으로 나프타에 대한 관세를 없애 달라는 ‘긴급할당관세’를 요청했다.
한화솔루션,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효성화학, 효성첨단소재 등이 나프타 가격 급등에서 자유롭지 않은 대표적인 화학업체들이다. 나프타는 플리스탁 제작 과정의 필요한 기초유분(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BTX), 중간원료(P-X, VCM, SM)와 혼합된다. 이를 통해 합성수지(PVC, 폴리프로필렌 등), 합성고무 등의 석유화학제품으로 탄생한다.
마지막으로 합성수지, 합성고무등을 배합해 플라스틱, 고무, 건축용 소재 등의 각종 생활용 제품으로 출시된다. 나프타는 각종 생활용 소재 원료인 에틸렌에 기초원료로 투입된다. 즉,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 이같은 화학 소재의 제품 생산원가도 동반 상승하기 마련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나프타분해시설(NCC) 구축업체들은 나프타 가격급등으로 공급과잉에 더해 원재료 부담까지 커져 수익성은 당분간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국내 업체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가운데 러시아산이 4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화학업체들이 러·우발 사태를 우려하는 이유다. 화학업계에 따르면 아직 러시아산 수입이 금지조치가 발동된 건 아니다. 하지만 공급량 확보차원에서 중동 등으로 나프타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부터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마진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분위기로 관측했다”며 “하지만 최근엔 원자잿값 상승으로 수요위축에 따른 실적감소를 우려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데 최근 달러가 많이 오른 데다 물류비도 급등해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