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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데이터·플랫폼...KB금융은 요즘 디지털 전문가 '블랙홀'

대학·카드·빅테크 등 출신 '불문'...'라이벌' 신한금융서도 영입
윤종규 회장의 '1등 금융플랫폼' 전략..."인재 확보 속도 붙을 것"

 

[FETV=권지현 기자] "리딩금융그룹이라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고 'No.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힘차게 도약합시다. 디지털, IT 부문은 지속적인 인재 확보와 채용 방식의 다변화를 통해 핵심 인재 육성에 앞장서 나갑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올해 신년사 중에서)

 

KB금융그룹이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핀테크 기업 플랫폼의 위협 속에서 생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디지털' 분야 인력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상에서 금융사의 총성 없는 전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1등 금융플랫폼'이라는 목표를 위해 조직 내부 역량을 키우는 한편 외부 인재 수혈에 적극적인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용인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특유의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그룹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윤 회장의 인사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평가한다. 윤 회장은 디지털 부문·인력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올해 세 명의 그룹 부회장 중 한 명(양종희 부회장)에게 아예 디지털·IT부문장을 맡겼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최근 임기 2년의 신임 사외이사로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사추위는 디지털 트렌드를 반영해 2020년 하반기부터 사외이사 후보군 분야에 '디지털·IT'를 추가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로 여겨지는 최 교수는 대한민국 모바일앱어워드 심사위원장, NHN재팬과 e-삼성재팬의 사업고문 등을 지냈다. 카카오 사외이사를 6년간 맡으면서 카카오가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과정도 함께 했다. 최 교수는 이달 2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쳐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KB금융의 디지털 인재 외부수혈이 사외이사직까지 확장된 셈이다.

 

KB금융의 '데이터 사령탑'인 윤진수 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은 현대카드에서 상무를 지냈던 인물이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외 삼성전자 빅데이터센터장, 삼성SDS 데이터분석사업담당 등을 거쳤다. 2019년 4월 KB금융에 합류했다. 그룹 데이터총괄임원(CDO), 국민은행 데이터전략본부장을 겸직하던 윤 부행장은 올해 인사에서 그룹 IT총괄(CITO)을 맡게 됐다. KB금융에 영입된 지 약 3년 만에 그룹 IT사업 수장이 된 것이다. 윤 부행장은 올해 KB금융의 주력 사업인 '마이데이터'에 집중, 정밀한 데이터 마이닝·분석에 기반한 초개인화 서비스 제공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이번 인사에서 업무가 확장돼 올해부터 그룹의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전무로 일하고 있는 조영서 국민은행 디지털전환(DT)전략본부장은 전력이 더 눈에 띈다. KB금융과 리딩금융을 다투는 신한금융그룹 출신으로, 조 전무는 신한금융에서도 디지털전략본부장을 지냈다. 2017년 4월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로 재직하던 중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외부영입 1호 인물로 그를 낙점, 직접 요청해 그룹에 합류시킨 뒤 신한 DS부사장까지 맡겼던 일화는 유명하다. KB금융은 올해 'KB스타뱅킹의 역할 확대'를 기치로 내건 만큼 조 전무를 통해 KB스타뱅킹을 1등 금융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조 전무는 지난달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현재 900만명 정도인 KB스타뱅킹의 월간이용자수(MAU)를 올해 1500만명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빅테크에서의 인재 영입도 이뤄졌다. KB금융은 작년 4월 네이버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박기은 CTO를 국민은행 테크그룹 소속 테크기술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박 본부장은 2000년부터 네이버에서 일하며 서비스플랫폼개발센터 팀장, 비즈니스플랫폼 IT서비스사업본부 수석아키텍트 등을 지냈다. 21년 만에 새로 KB금융에 둥지를 튼 것이다. 클라우드·인공지능(AI) 전문가로 꼽히는 박 본부장은 올해 국민은행이 2020년 개발한 AI 모델 'KB-알버트(ALBERT)' 고도화 등에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클라우드, AI 등의 신기술은 기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경험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KB금융의 디지털 인재 영입은 향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1등 금융그룹'의 의미가 플랫폼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이 외부 인재를 들인 데 이어 이들에게 최근 집중적으로 그룹의 중책을 맡긴 것은 이미 출신의 의미는 줄이고 신(新)기술 도입·활용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 블록체인, 오픈소스 등 디지털 관련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경우 올해 공채 일정은 아직 미정이지만 기술 분야에 한정된 수시채용은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외부 출신 여부를 떠나 검증된 디지털 전문가를 선호한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