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증권사로부터 2조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규 수주를 위한 ‘총알’이라는 시선과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에 쓸 ‘방패’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등 4곳에 입찰제안요청서 발송…신규 수주서 활로 찾는다=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자금 2조원을 조달하기 위해 최근 증권사에게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발송한 요청서에는 자사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이 요청서를 발송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등 4곳이다.
HDC현산이 자금 조달에 나서자 업계 일각에서는 신규 수주를 위한 ‘총알’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최근 광주서 발생한 붕괴사고 여파로 건설사와 브랜드 평판에 훼손을 입은 만큼 신규 수주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넉넉한 자금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HDC현산으로서는 지금의 ‘NO아이파크’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달 자금이 신규 수주에 쓰일 것이라는 목소리에 무게가 더해진다.
실제 HDC현산은 지난달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로 수주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이문3구역과 운암3단지, 광명11구역 등 일부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는 계약해지를 요구하거나 아이파크 브랜드 배제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지난 5일 HDC현산이 안양시 인근에 있는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따내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추세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한 누리꾼은 “(HDC현산 조건이)파격적이네요. 월계동신이 이번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사태 최대 수혜 단지가 될 수도 있다”며 “한번 더 문제 생기면 그룹이 해체 될 수 있으니 감시 안해도, 안전하고 튼튼하게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현산이면 오히려 더 잘할 것 같다. 국민들의 시선과 자신들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라고 전했다.
신규 수주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경험한 HDC현산이 신규 수주에 더 공을 들일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이)기사회생한거죠. 이제 월계동신에서도 수주를 하게 되면 그땐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걸 HDC현산도 생각하고 있을테니 아마 더 신경쓸 것 같다”고 예상했다.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서울 노원구 일대에 총 1070가구를 공급하는 것으로 사업비 규모는 2800억원가량이다. 시공사 선정은 오는 27일이다.
◆유동화증권 만기 도래 상반기에만 1조5000억원=HDC현산의 자금 조달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화증권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광주서 발생한 붕괴사고 여파로 신용도가 흔들린 HDC현산이 유동화증권 차환발행 실패를 미리 대비한다는 시각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만기가 예정된 HDC현산의 유동화증권 금액은 1분기 9946억원, 2분기 4882억원으로 모두 1조4828억원이다. 3분기(4480억원)와 4분기(490억원)까지 더하면 2조원에 가깝다.
신용도 위태롭다. HDC현산은 지난달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3개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부정적 검토대상’에 올랐다. 하향검토 대상 등재는 기업이 6개월 안에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졌다고 판단될 경우 등급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은미 나신평 연구원은 “HDC현산의 붕괴 사고로 인한 손실 규모,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 후속조치에 따른 원가 증가, ABCP 등 유동화 조달 자금의 재조달 상황 등을 두 회사의 신용도에 반영했다”며 “사고로 인한 손실 규모는 안전점검 결과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나 완전 철거 후 재시공하게 되는 경우 추가 부담은 최소 3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건설산업기본법 및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해 HDC현산의 소재지 관청인 서울시는 회사에 대해 영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면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 HDC현산은 공공기관 및 민간 신규수주가 중단돼 사업경쟁력 저하 및 이에 따른 재무적 부담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