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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에 푹빠진 美 은행들...한국은?

미 3대 은행, 가상화폐 구축·펀드 출시...'새 수익원' 확보 전략
국내 신한은행 등 '수탁' 한정...당국 규제·부정적 인식 영향

 

[FETV=권지현 기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세계 금융시장의 빅 플레이어인 미국 대형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가상자산(화폐)'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전통 금융사로서 가상자산을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시장의 판을 키워 이를 새 수익원으로 적극 이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미 대형 은행 3인방은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 시작됐다. 포문은 모건스탠리가 열었다. 모건스탠리는 작년 3월 17일 미국 대형 은행들 가운데 처음으로 자사 자산운용고객들에게 비트코인을 소유할 수 있는 펀드 3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당시 미 금융권은 "비트코인이 제도권 자산으로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모건스탠리가 움직이자 골드만삭스도 반응했다. 골드만삭스는 모건스탠리가 비트코인 펀드 출범을 발표한 직후인 작년 3월 말, 당장 2분기부터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골드만삭스는 비트코인 실물 혹은 파생상품을 포함한 전통적 투자수단으로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미 주요 은행 3곳 중 2곳이 고객에게 은행을 통해 '공식적'으로 비트코인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업계 1위 JP모건은 아예 자체 가상화폐 JPM코인을 출시, 2019년 JPM을 해외 송금에 활용해 결제시간을 크게 줄였다. JPM코인은 비트코인 블록체인과 달리 은행이 통제하는 자체 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다. 1년 뒤인 지난해 11월에는 블록체인 사업을 전담하는 오릭스(Onyx)를 출범, 가상화폐를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화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오릭스가 담당한 프로젝트에는 싱가포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시험사업과 JP모건의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결제 시스템인 링크(Liink)가 포함된다.

 

이처럼 글로벌 은행들이 가상자산에 적극 발을 들인 이유는 가상자산을 새로운 수익원과 직결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기존 영역과 동일하게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보관·수탁·신탁·결제·리서치·자산운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만큼 새로운 먹거리가 생기게 된다. 가상자산 자체를 '인정하는 것과 상관없이' 이미 가상자산이 자산시장에서 작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이를 무조건 막거나 부인하기보다 가상자산 시장을 잘 이용해 이득을 얻겠다는 셈법이다.

 

금융권 한 연구원은 "미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강자이므로 가상자산에 뛰어 들어 (가상자산 시장의) 전체 판을 키우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상자산이 지금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되면 관련 상품·서비스 등에 커다란 확장성이 생기는 만큼 가상자산은 글로벌 큰손인 미 은행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사업 부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어떨까. 국내 전체 19개 은행 가운데 현재 4곳이 커스터디(수탁)에 한해 움직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비트고(BitGo),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과 손잡고 가상자산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 전반의 커스터디 서비스·솔루션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같은 해 국내 금융사 처음으로 스테이블 코인 기반의 해외 송금 기술도 개발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해 달러·원화와 같은 법정화폐와 일대일로 가치가 고정된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이다. JP모건처럼 아직 코인을 발행하지는 않았지만 스테이블 코인 활용의 진일보한 사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 국민은행이 해시드·해치랩스와 합작한 한국디지털에셋(KODA), 우리은행이 코인플러그와 합작한 디커스터디(DiCustody), 농협은행이 헥슬란트·갤럭시아머니트리 등과 합작한 카르도(CARDO) 등이 수탁사업에 참여한 사례다.

 

미국과 달리 국내 대형 은행들이 한계선을 두고 가상자산업에 발을 들인 데는 '규제'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르면 은행이 비금융 회사 지분을 20% 이상 소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태도도 은행들이 가상자산 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데 제약이 된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은행권에서도 가상자산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많아졌지만 사업 대부분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금융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먼저 금융위가 가상자산을 금융권의 한 플레이어로 인정해야 은행들이 지금보다 활발하게 가상자산업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잇따라 가상자산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밝히면서 당국의 기류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가 미뤄진 데 더해 비트코인 등에 대해 갑자기 '따뜻해진'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내부에서는 후발주자가 되기 전에 이제라도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적극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