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땡겨요’라는 단어를 듣고 은행을 떠올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금융권이 ‘튀는 이름’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조어 홍수 속에서 한 번이라도 고객의 머릿속에 각인, 살아남고자 펼치는 새 전략이다. 나름 ‘공식’도 있다.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거나 강조하는 네이밍은 지양한다. 재미와 호기심을 유발해 소비자 스스로 해당 상품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른바 ‘넛지 마케팅’으로, 신박한 단어를 찾기 위해 관련 부서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가 하면 사업 시작 단계서부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융그룹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관련 부서가 해당 사업 네이밍을 전담했다면 이제는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업 준비 단계에서 고객 공모를 거치기도 하는데 이는 과거보다 ‘이름’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하며 브랜드를 새로 만들었다. ‘하나합’이라 명명한 이 브랜드에는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많은 계열사(은행·금융투자·카드·핀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 이들 각 부문에 흩어진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합’해 꼭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신감을 담았다. 마이데이터가 ‘내 손안의 금융비서’ 역할을 하는 만큼 모인 정보가 많을수록 고객에 더 정확한 금융 솔루션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도 새 사업을 시작하며 네이밍에 공을 들였다. 지난달 금융권 처음으로 배달앱 ‘땡겨요’ 베타 서비스를 시작, 업계 최저 수준인 중개 수수료율 2%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서울 광진·관악·마포·강남·서초·송파구 등 6개 지역에서 사용 가능하며, 오는 14일 본 서비스를 시작한다. 아직 초기 단계로 시장 반응은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 ‘이름’에서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땡겨요는 신한은행이 혹 소비자가 ‘은행’ 서비스라는 고정관념을 갖지 않도록 노력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인 이희문 씨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에는 시종일관 이 신박한 단어가 고객의 머릿속에 맴돌도록 제작, 영상 끝부분에서야 ‘신한은행’ 로고가 드러나도록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땡겨요 네이밍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관련된 여러 부서들이 협업해 이뤄낸 결과물”이라며 “처음에 이 단어를 듣고 새로 시작하는 사업의 방향, 관점과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이달 ‘삼성생명미(米)’를 출시, 작년 4월 내놓은 ‘삼성생명수(水)’에 이어 2연속 이색 네이밍을 선보였다. 최근 몇 년간 삼성생명이 출시한 브랜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사례들로, 보수적인 보험업계에서 보기 드문 마케팅이다. 삼성생명미는 올해 수확한 국내산 유기농 백미, 귀리, 잡곡들로 구성돼 있다. 각 쌀의 이름은 ‘일당백미’, ‘든든플러스귀리’, ‘올인원잡곡’으로 모두 삼성생명의 보험 상품에서 가져왔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이 보험과 직결되지 않은 생수, 쌀 등 ‘생명O’ 시리즈로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데는 은행·증권 등 다른 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 보험업계의 현실을 반영, 고객 유입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최근 트렌드에 맞춰 자연스럽게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삼성생명미를 기획했다”며 “이번 출시로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상상인그룹의 두 저축은행도 네이밍 전쟁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0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디지털 금융 플랫폼 ‘크크크’를 출시, 기존 상상인저축은행의 ‘뱅뱅뱅’과 함께 듀얼 금융앱을 완성했다. 네이밍 뱅뱅뱅이 ‘반복’의 재미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상상인저축은행을 알렸다면 이번 크크크는 웃음과 즐거움을 떠올리는 어감을 살려 더 많은 20~30대 고객들이 상상인그룹 저축은행을 선택하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실제 상상인저축은행의 2030 비중은 기존 17%에서 작년 7월 뱅뱅뱅 출시 후 40%까지 급증했다.
상상인그룹 관계자는 “이번 두 개의 디지털 금융 플랫폼은 뱅뱅뱅과 크크크에서 각 한 글자씩 따와 ‘뱅크’를 완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뱅뱅뱅이 젊은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크크크를 통해서도 즐겁고 좋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