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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Pick] 현대차 정의선의 ‘딜레마’…글로비스 지분 "사회환원이냐 지배구조 개편이냐"

공정거래법 개정에 지분율 낮춰야 했던 정의선 회장, 글로비스 지분 일부 매각
숙제 하나 풀었지만 지배구조 개편은 ‘오리무중’...매각 금액으로 지주사 전환 나설까
지주사 세우면 막대한 자금 필요하지만...2006년, 글로비스 지분 100% 사회환원 약속

[FETV=김현호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다. 정 회장은 이번 조치로 공정위의 ‘칼끝’을 벗어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케케묵은 숙제를 어떻게 풀어가는냐에 세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막대한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분 매각으로 ‘현금 실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6년 당시 정몽구 명예회장의 비자금 의혹 조성에 총수 일가의 글로비스 지분을 사회에 전부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배구조 개편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 요인인 것이다. 사회 환원을 하게 된다면 정 회장이 그룹을 장악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구·정의선 부자, 글로비스 지분 매각…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의 대주주인 정몽구·정의선 부자(父子)는 지난 5일, 보유 지분을 시간 외 매매로 칼라일그룹에 팔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6.5%, 정의선 회장은 3.5% 등 총 10%의 지분을 6113억원에 매각했다. 지난 2015년에 이어 7년 만에 글로비스의 지분율을 낮춘 것이다. 이로써 정 회장의 지분은 23.29%에서 19.99%로 낮아졌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실제 투자자들은 호재를 맛봤다. 6일 글로비스 종가는 전날 대비 6.4% 오른 18만4000원을 기록했다. 주가가 18만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갑작스레 지분 매각이 이뤄진 점을 비춰볼 때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고려한 조치로 보고 있다. 글로비스가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이어왔던 만큼 공정위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이를 사전에 방지했다는 뜻이다.

 

기존 공정거래법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은 상장사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일 경우 해당됐다. 하지만 이를 20%로 일원화했다.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원 이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 이상 등의 기업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23.3%에 달했고 기타특수관계자까지 포함하면 70%까지 치솟는다.

 

글로비스는 지난 2001년,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100% 지분을 출자해 세워졌다.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해상운송 등을 담당하기 위해 설립됐는데 총수 일가의 ‘부의 축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논란이 됐다. 설립 첫해 2000억원 미만이던 매출은 그룹사의 전폭적인 지원에 10조원 이상으로 늘었고 2만대에 상장된 주식도 30만원 이상으로 치솟은 바 있다. 최대 주주인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호재를 보는 건 당연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이번 매각은 일감몰아주기와 관련된 잠재적 규제를 회피할 수 있게 되고 소액주주들이 우려했던 대주주 지분매각 관련 오버행(대량의 매도 부담) 이슈를 완전히 해소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분 인수자가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글로비스의 장기 비전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 등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등 떠밀린 정의선, 지배구조 개편은?=그동안 정의선 회장은 일감몰아주기 해소와 지배구조 개편을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이번 매각은 공정위 제재에 등떠밀기식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 회장 입장에선 부담을 덜어낸 셈이다. 문제는 지배구조다. 정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글로비스 지분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약속한 바 있어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6년, 현대차그룹은 총수 일가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 전량을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나온 조치였다. 이후 2008년 정 명예회장은 파기환송심 끝에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들의 지분 가치는 약 1조원에 달했는데 그룹은 ‘아무런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다만, 기부 약속을 지킨다면 지배구조 개편에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1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크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A기업의 B기업 지배력이 약해진다면 그룹사 전체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0.32%), 현대차(2.62%), 기아(1.74%) 등 계열사 지분도 높지 않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든 핵심은 정 회장의 지배력 확대다.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지주사 체제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지주사에 대한 정 회장의 보유 지분이 높아야 한다. 막대한 자금이 필수적인 것이다. 따라서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가운데 지분율이 가장 높은 글로비스 지분을 기부할 경우 자금 마련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은 이전에 추진했을 당시 엘리엇 등의 반대로 무산됐는데 이후 시장과 소통하면서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고 현재로서는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 글로비스 지분의 사회 환원과 관련해 “당시 2심 재판부는 사재를 출연하라고 했는데 재단을 통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8500억원을 출연했다”며 “이후 대법원에서 사재 출연을 파기해 법적 의무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