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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금융지주 CEO 인사...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까닭

16일 신한 시작으로 4대금융 인사 돌입...호실적 불구 '세대교체' 바람은 변수

 

[FETV=권지현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본격 돌입했다. 금융권의 관심은 앞서 인사를 단행한 미래에셋그룹과 삼성그룹의 '세대교체' 바람이 4대 금융지주 인사에서도 이어질지 여부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계열사들이 많지만 이번 인사는 예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올해는 디지털 전환, 배당 관련 주주친화 정책,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 등이 예년보다 높았기에 금융지주 회장들의 셈법이 단순하지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여기에 회장 자신들의 잔여 임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계열사 CEO 인사를 단행한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이르다. 자경위에는 조용병 회장과 곽수근, 박안순, 변양호, 성재호 사외이사 등 총 5명이 참석한다. 신한금융은 이번 자경위에서 이달 31일 임기 종료 예정인 금융투자, 자산·대체투자·리츠운용, 아시아신탁, 신한DS 등 9개사의 CEO 인사를 결정지어야 한다. 전체 16개 자회사 중 절반이 넘는다.

 

가장 주목을 끄는 인사는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과 이창구 신한자산운용 사장의 연임 여부다. 작년 3월 취임해 계열사 CEO들 중 비교적 근래에 자리에 앉았지만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신한금투는 올 3분기 누적 순익 3675억원을 기록, 1년 전(1846억원)보다 99.1% 급성장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증시가 올해보단 다소 약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안정성 측면에서 이 사장이 다시 한 번 중용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올해 증권사들의 호실적이 특정 CEO, 회사가 잘해서 거둔 이익이 아니란 목소리가 작지 않은 만큼 '또 모른다'는 의견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창구 신한자산운용 사장 역시 좋은 성적을 냈다. 올 3분기 누적 순익 255억원으로 1년 전(189억원)보다 35.3% 성장했다. 신한자산운용은 내년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합병될 예정이어서 금융권은 이 사장이 연임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신한자산운용은 신한대체투자운용보다 자산은 10배, 순익은 4배 가량 많다. 다만 1967년생인 김희송 신한대체투자운용 사장이 1961년생인 이 사장보다 젊고 회사를 약 18개월 더 이끌어왔다는 점은 김 사장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더해 신한대체투자운용은 올 3분기 누적 순익 71억원을 기록, 1년 전(45억원)보다 57.6% 성장했다.

 

아직 임기가 내년 12월 31일까지 남아있지만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두 CEO가 지주로 이동할 가능성도 들린다. 두 CEO가 각각 1961년, 1960년생으로 계열사 CEO 중 연장자에 속하는 데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후계 구도 구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조 회장은 2023년 3월에 임기가 종료된다. 진 행장은 3분기 누적 기준 '2조원 시대'를 열었으며, 임 사장은 카드업계 1위를 수성, KB금융과의 치열한 '리딩금융' 전쟁에서 신한금융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KB금융은 16, 17일 중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 가능성이 높다. 이 자리에는 윤종규 회장, 허인 행장, 최명희·정구환·권선주 사외이사 등 총 5명이 참석한다. KB금융은 이번 대추위에서 전체 13개 계열사 가운데 이달 31일 임기가 끝나는 카드, 증권, 생명보험, 캐피탈, 저축은행 등 7개사 CEO의 인사를 결정짓는다.

 

가장 주목도가 높은 인사는 이동철 국민카드 사장과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 대표, 허정수 KB생명보험 사장의 연임 여부다. 이 사장은 지속적으로 양종희 KB금융 부회장, 허인 국민은행장과 함께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돼왔기에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허 행장이 내년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만큼 2023년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 회장이 부회장 3인 체제를 통해 경쟁을 유도, 선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마침 이 사장이 올해 임기 만료로 만 4년을 국민카드에서 꼬박 채워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정림·김성현 각자 대표는 KB금융 내에서도 가장 연임 가능성이 높게 여겨지는 인물들이다. 올 3분기 순익 5433억원을 달성, 1년 전(3385억원) 보다 60.5%(2048억원) 성장한 데 더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여파 등 각종 악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에서다. 1963년생 동갑내기인 두 CEO가 각각 이끌고 있는 리테일, 투자은행(IB) 부문이 나란히 좋을 성적을 거둔 점도 윤 회장이 두 각자 대표를 '동시 신임'하는데 따른 부담도 줄여준다. 상징성도 있다. 박 대표는 증권업계 첫 여성 CEO다.

 

허정수 KB생명보험 사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KB생명보험은 올 3분기 181억원의 적자를 냈다. 1년 전 92억원의 순익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8월 KB금융에 편입된 푸르덴셜생명이 거둔 2556억원과 비교하면 그룹 내 위치는 더 작아진다. 1960년생으로 계열사 CEO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점도 KB생명 ‘변화의 바람’에 힘을 싣는다. 다만 푸르덴셜생명과의 시너지, 향후 합병 등을 고려하면 허 대표의 연륜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지주는 임기 만료를 앞둔 CEO들의 인사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결정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 권길주 하나카드 사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의 연임 여부가 이 때 결정된다. 금융권은 하나금융 계열사 CEO 인사에 앞서 하나금융 회장 인사가 먼저 결정되는 만큼 차기 회장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퇴임을 앞둔 김정태 회장 후계 구도는 함영주, 지성규 부회장과 박성호 하나은행장 '3파전'이 될 것이란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 CEO 인사 관련 현재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내년 구정 이후 회장 인사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임기 만료 예정인 CEO 역시 임기가 내년 3월 주총까지로 아직 여유가 있다.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는 손태승 회장과 4명의 사외이사가 참석한다. 우리금융 인사까지 시간은 남았지만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만큼 관심도는 크다. 우리은행은 올 3분기 순익 1조9867억원을 달성, 하나은행(1조9470억원)에 400억원 가량 앞섰다 실적만 보면 연임 '청신호'다. 하지만 최근 예금보험공사 잔여지분(9.33%) 매각 등으로 사실상 완전민영화를 이룬 우리금융이 안정보다 새 동력 확보 등에 무게를 둔다면 행장 교체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