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5일, ‘실트론 인수 논란’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한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반도체 웨이퍼 생산기업 LG실트론을 인수하면서 최 회장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사업기회 판단과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을 활용한 지분 매입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공정위는 이를 고려해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LG실트론 인수 과정서 부당 이득?…SK 최태원 회장 직접 해명 나선다=최태원 회장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한다. 기업 총수가 전원회의에 직접 참석해 관련 의혹을 소명하는 건 이례적이다. 전원회의는 조성욱 위원장을 포함해 9명의 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중대한 사항 등을 관장하는 회의를 뜻한다. 최 회장 소명을 전원회의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정위는 총수 이익을 위해 사업기회를 제공한 혐의 등으로 제재에 나설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가 LG실트론을 인수한 지난 2017년 1월, 최태원 회장이 부당한 이익을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SK㈜는 51% 지분을 우선 확보했고 잔여 지분 19.6%를 추가 확보했다. 하지만 LG가 잔여 지분을 약 30% 할인된 값으로 공개 매각에 나섰지만 이를 전부 사들이지 않아 논란이 발생했다. 최 회장이 지분을 확보하도록 SK㈜가 의도적으로 잔여 지분을 포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SK㈜는 회사의 재무적 부담을 이유로 100% 지분 취득이 어렵다고 밝혔다. 또 최 회장은 회사를 위해 책임경영 차원에서 투자를 결심한 것이라 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2017년 11월, “SK는 회사가 포기한 투자기회를 경쟁업체 또는 제3자가 아닌 최태원 회장이 투자한 것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고 있으나 그것이 최 회장의 지분 취득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SK의 재무적 부담에 따른 최 회장의 투자는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회사가 최 회장에게 향후 상당한 이득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실트론 지분 인수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 회장은 SK 이사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실트론 인수와 관련된 내용, 가격 조건 및 가치평가 등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제재 향방은?...사업기회·TRS 활용 촉각=공정위 제재는 최태원 회장의 실트론 지분 인수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달렸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시 대상 기업은 특수관계인과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최태원 회장은 2017년 기준, SK㈜ 지분 23.40%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또 특수관계인 지분은 30.88%에 달했다.
공정거래법상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는 회사에 현재 또는 가까운 장래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의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트론 인수 이후 1년 뒤인 2018년은 반도체 업황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실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발생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세웠고 실트론도 2017년 대비 3배 가량 증가한 380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SK측은 “최 회장이 소수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사업기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이 29.4%에 불과해 SK㈜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SK가 지주사인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지주사는 사업활동 보다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해 자회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주된 수입원이다. SK가 배당을 높이기 위해 실트론 지분을 사들였다면 공정위 입장에선 사업기회로 판단할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전원회의에선 SK가 내세운 ‘재무적 부담’도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SK는 실트론 잔여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을 활용했다. TRS는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현금 부담이 발생할 경우 증권사가 채권단과 함께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주식을 대신 구입하는 방식을 뜻한다. TRS 방식으로 SK㈜는 이자만 지급하면 됐기 때문에 최 회장이 굳이 투자자로 참여할 이유가 없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SK 관계자는 “SK㈜는 실트론 지분 51%를 처음 매입했고 남은 49% 지분은 채권단 공모를 통해 매각이 이뤄졌다”며 “최태원 회장은 채권단의 공개 매각을 통해 지분을 매입했기 때문에 이는 사업기회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가 남은 지분을 매입했던 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였다”며 “70% 지분만 보유해도 실트론의 경영권 방어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