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최명진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게임업계는 코로나19발 언텍트 트랜드를 등에 업고 올해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게임업체간 부침이 노골화되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전통적 강세를 보여온 3N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카코오게임즈, 크래프톤 등의 매출은 수직 상승세를 타는 등 큰 대조를 보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게임업계에 판도변화가 시작됐다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는 실정이다.
게임업계가 재편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올해 FETV는 2021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게임업계 상위 15개 기업의 경영 성적표를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 '게임월드'를 마련했다. '게임월드'는 국내 주요 게임업체의 올해 경영실적을 비롯해 이슈, 출시작, 신작 소식 등을 모아 소상히 설명하고 이를 토대로 가상 성적표를 매기는 방식으로 '게임월드'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엔씨소프트는 한글과컴퓨터 출신의 김택진 대표가 1997년 창업한 회사다. 리니지를 시작으로 10여년간 리니지 2, 길드워,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을 연달아 출시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를 발판삼아 장기간 PC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다른 기업 보다 10여년 늦게 모바일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가 매출 순위 상위권을 석권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한 해 동안 가장 파도가 많았다고 할 수 있는 회사다. 게임업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1월부터 시작된 2021 게임업계 연쇄파동이다. 엔씨소프트도 리니지M과 프로야구H2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이 태풍을 피하지 못했다. 충성 유저인 린저씨들은 다른 게임으로 이탈했다. 그 결과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발할라라이징에 매출 1위 자리를 뺏았기는 수모를 겪었다.
3분기까지의 신작들도 연이어 쓴 잔을 마셨다. 자회사 엔트리브의 추억의 명작 트릭스터를 리메이크한 트릭스터M은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출시한 게임은 리니지M의 트릭스터 스킨 버전으로 불리며 올드 팬들과 신규 유저들의 외면을 받았다.
또 블레이드 앤 소울의 후속작 블레이드앤 소울 2또한 트릭스터M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연이은 실패는 주가 하락으로 나타났다. 최고 86만원을 찍었던 주가는 60만원대까지 급락했다. 3분기 성적도 매출 5006억원, 영업이익 963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56% 줄어든 금액이다.
하지만 상황은 하반기들어 급반전됐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W’가 그야말로 9회말 역전 홈런포를 날린 것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마지막 리니지라고 자부했던 만큼 ‘리니지W’는 오딘에게 빼앗겼던 1위자리를 단박에 탈환했다. ‘리니지W’ 출시 직후 떨어진 주가는 하루 만에 회복세를 보였다. 일평균 매출은 120억원을 넘으면서 ‘리니지는 리니지’라는 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덩달아 부진했던 리니지M, 리니지2M도 함께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상반기 리니지W의 북미유럽시장 진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부진했던 북미,유럽지역에서 리니지W가 의미있는 성적을 거둘지 주목된다. 여기에 엔씨소프트만의 기술력을 통해 IT기업으로의 변신도 꾀했다. 엔씨 유니버스 출시를 시작으로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착실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 NFT 시장 진출 선언으로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더디지만 착실하게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2021년 한해동안 나락으로 빠졌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라는 날개를 얻고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리니지W의 실적이 반영된 4분기 성적표가 기대되는 이유다. 비록 많은 게이머들이 엔씨소프트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 상황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게임업계에 남긴 족적은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한가지 아쉬운 대목은 올해들어 꾸준히 신작을 출시하면서 신규 이용자의 관심을 끌어 모은 경쟁사와 달리 경쟁력을 갖춘 신작 소식이 없다는 점이다. 엔씨소프트의 올해 성적표는 상반기 실적 부진을 감안할 경우 'C학점' 정도를 매길 수 있다. 하지만 하반기 가파른 상승세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A학점'을 줄 수 있다. 올 한해 경영성과와 마케팅 활동 등을 종합한 엔씨소프트의 2021년 성적표는 'B학점'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