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제성 기자] 삼성SDI가 재무에 밝은 인적 쇄신을 통해 제2의 이차전지(배터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SDI는 7일 글로벌 굴지의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에서 살림을 책임졌던 최고책무책임자(CFO) 출신 최윤호(58) 전 CFO를 CEO 카드로 꺼내 들었다.
삼성SDI는 7일 전영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신임 대표로 최윤호 사장을 내정했다. 전영현 부회장으로 승진과 동시에 이사회 의장직도 맡는다. 이사회 의장으로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와 경영 노하우 전수 등 후진 양성에 기여하도록 했다.
◆ K-배터리,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과 북미 배터리 쟁탈전 대항마 예고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이번 최 사장 선임하게 된 주요 원인을 글로벌 전기차 시장확대로 인한 수요급증하자 K-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SK온) 외에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 한․중․일 삼국지 배타리 쟁탈전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를 최 사장의 리더십을 통해 현명한 투자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SK온이 북미․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공장의 신․증설 열풍이 불자 이를 가만히 손 놓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최 사장 선임으로 과감한 배터리 투자가 전개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삼성SDI는 LG엔솔과 마찬가지로 세계 5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수조원 규모로 북미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했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자동차업체 ‘푸조시트로엥’이 합병해 올해 1월 출범했다.
현재 미시간주에는 삼성SDI 배터리 팩 공장이 있으며, 일리노이주는 후보지로만 검토했다.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인 리비안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리비안은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중 하나인 아마존이 투자한 전기차 회사다.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는 역내생산비중 75% 조건을 만족할 경우 해당되는 USMCA 무관세 조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현지 진출이 필수적이다.
경쟁사인 LG엔솔은 세계 5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북미시장 공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10월 LG엔솔과 스텔란티스는 북미에 연산 40GWh(연 60만대, 4조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생산능력을 갖춘 합작법인을 설립기로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SK온도 북미시장 공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사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조인트벤처) ‘블루오벌SK’에 13조원 투자를 결정했다. 미국 테네시주(43GWh), 켄터키주(86GWh)에 10조원 규모 총 129GWh 공장 3개를 짓는다. 나머지 3조원 정도는 SK온 배터리 연구개발(R&D) 센터와 전기차 공장 설립에 투입된다.
K-배터리 업체가 북미시장에 투자열을 올리는 이유는 2025년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에 따라 미국 내 전기차 부품 현지생산이 불가피해지면서 현지 투자를 장려하는 것이다.
◆ 삼성전자 재무통 출신 최 신임 사장 카드로 글로벌 배터리 투자감각 행보 = 이러한 북미시장 격전지를 놓고 K-배터리를 비롯한 중국, 일본 배터리 업체가 군침을 삼키고 있는 가운데 삼성SDI도 현지 투자 열풍에 동조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제2 도약의 첫 단추로 삼성SDI는 인적쇄신 일환으로 재무통이자 투자 전략통으로 통하는 최 사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투자에 밝은 최 사장이 최근 LG엔솔과 SK온이 북미 투자를 늘리는 것을 의식한 듯 한 발 앞서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글로벌 지역에 신규 생산라인 투자를 확대하고 대규모 자금조달을 이어가고 있어 배터리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삼성은 지난 8월 반도체와 바이오 등 미래 전략 사업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여기에 배터리 부문은 빠져 있어 배터리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최 사장은 1963년생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그는 줄곧 삼성전자에서 주로 경영관리 및 미래전략 등의 재무 요직을 맡아왔다. 이러한 역할을 통해 최 사장은 삼성전자 경영전략을 위한 인간 CPU 역할을 맡아왔다.
2010년엔 삼성그룹 컨트롤타워로 불리던 미래전략실 전략1팀에 합류해 그룹 전반의 경영전략을 이끌었다. 이후 무선사업부 지원팀장을 역임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으로 부재 중이던 2017년 미래젼략실 후속조직인 사업지원TF로 재합류했다. 이 때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삼성전자의 재무를 책임지는 경영지원실장(CFO,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SDI 측은 “글로벌 사업 경험과 재무 전문가로서 사업운영 역량을 갖춘 최 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며 “회사의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회사 안팎에서 최 신임 사장의 향후 배터리 투자 행보의 관심이 쏠린다. 이유는 재무전문가로서 향후 북미․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현명한 투자전략으로 배터리 영토를 확장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한편 이번 삼성SDI 인사의 또 하나 변화는 대표이사가 겸임해온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했다는 것이다. 삼성SDI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직을 분리한 것은 창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삼성 전자계열사 모두 이사회의 독립성을 구현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경영을 감시하는 이사회 역할을 더욱 강화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