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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건...'상품' 없는 은행 ESG, 왜?

ESG 선언·활동·채권발행은 '활발' vs 신상품은 '전무'한 실정
ESG를 '의무'로 인식...'보여주기식' 탈피, 금융상품과 연계해야

 

[FETV=권지현 기자] "얼마 전 은행 영업점에 가서 '요즘 ESG가 화두인데 관련 상품이 있는지' 물었더니 '종이통장 대신 앱을 많이 쓰는 게 ESG죠'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굳이 종이통장이 필요 없는 고객에 통장을 만들어주고는 ESG를 위해 앱을 사용하라는 말이 역설적으로 들렸습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방문 고객)

 

은행권이 연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외치고 있지만 관련 상품은 전무한 상태다. ESG 상품은 고객의 친환경 활동 등을 돕는 한편 금융사에게는 또 다른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보여주기식' 활동에서 벗어나 금융상품과 연계한 ESG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올해 출시한 ESG 상품은 단 두 개에 불과하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우리 으쓱(ESG) 패키지'를 통해 종이통장을 발급하지 않을 경우 우리은행 이체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으쓱 통장'과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환경보호를 실천할 시 우대금리를 0.8%포인트(p) 제공하는 '으쓱 적금'을 선보였다. 농협은행은 'NH 내가Green초록세상 예·적금'을 통해 정기예금은 온실가스 줄이기 실천 서약서 제출, 종이통장 미발행 시 최대 0.4%p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며, 적금은 이에 더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도 최대 1.0%p 금리를 더 준다.

 

은행들이 ESG 상품 출시에 소극적인 반면, 다른 활동에는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ESG 실천 '선언'이다. 탄소중립, 에너지절감을 위한 근무환경 구축이 대표적이다. ESG 채권발행도 활발하다. 은행들은 올 하반기에만 1조55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ESG 채권'은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을 말한다.

 

이 같은 현상은 ESG를 '기회'라기 보다 '의무'로 여기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들이 수행하는 수많은 ESG 활동은 '경영'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진다. 그렇다보니 은행들이 저마다 선도적인 ESG 경영 사례를 남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행동 범위가 페이퍼리스(paperless·종이 없는)·저탄소행보(E), 기부·나눔·봉사(S), 주주환원·양성평등(G)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ESG를 금융지주 및 은행의 최고경영자(CEO)와 연관지으려는 성향이 강하다보니 상품 개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은행들이 경영 차원을 넘어 ESG가 실질적으로 소비자의 삶에 직접 닿을 수 있도록 상품 출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은행권이 생각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은 ESG 상품에 관심이 많다. 지난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친환경·사회공헌·근로자 우대 등 ESG 상품의 경우 경쟁사 제품보다 추가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88.3%였다. 기업의 최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소비자가 신뢰할만한 상품 생산'이라는 응답 비중이 32.3%로 가장 높았다.

 

'가치 소비' 확산에 따라 기업의 사회·윤리적 책임에 관심이 많은 고객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의 ESG 상품은 이러한 고객들의 관련 활동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은행에게도 득이 된다. 2019년 기준 MZ세대(20~30대) 등 ESG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으로부터 발생한 글로벌 금융기관 매출은 3000억달러(한화 약 355조원)에 달했다. ESG 상품이 은행권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특정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 자신의 탄소발자국 등에 대한 목표 및 감축 방안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거나, 예치된 자금을 신재생에너지 혹은 수소 교통 인프라 등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할 수 있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신용·체크카드를 선택할 경우 연결된 계좌의 금리를 높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박종호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는 "아직도 국내 많은 금융사가 ESG를 의무 사항으로만 취급하고 ESG가 창출할 새로운 기회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ESG 경영 체계가 (상품 아이디어 등을 통해) 안착하려면 작지만 의미 있는 여러 성공 사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