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홍의현 기자]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다이렉트 채널을 강화하며 시장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손보사들의 다이렉트 강화 움직임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바뀐 비대면 및 디지털 전환 흐름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가칭) 등 빅테크(대형정보기술기업) 보험사 출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최근 다이렉트 채널의 신규 브랜드 ‘착’을 공개했다. 이번에 선보인 ‘삼성화재 다이렉트 착’은 고객에게 '착' 맞는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착착' 제공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비대면이 일상화된 흐름 속에서 보험사의 온라인 사이트가 단순히 보험에 가입하는 곳이 아닌, 이른바 ‘서비스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는 ▲운전을 자주 안 하면 다른 혜택이 제공되는 운전자보험 ▲안전운전 및 건강관리 서비스 등 고객에게 필요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화재의 다이렉트 채널은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위(연말 결산 기준)를 기록하고 있으며, 운전자보험 상품 가입 고객도 꾸준히 늘어 지난 8월 기준 35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1일에는 업계 최초로 인터넷 전용 상품인 ‘다이렉트 영업배상책임보험’을 출시하면서 상품의 다양성을 꾀하기도 했다. 이 상품은 시설소유(관리)자, 임차자, 주차장, 차량정비업자 관련 배상책임을 선택할 수 있으며 보험기간은 1년이다.
DB손해보험은 올해 들어 다이렉트 채널 관련 다양한 광고 마케팅을 펼치면서 고객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 배우 윤아와 지진희, 박철민을 앞세운 새로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광고를 선보인 데 이어 유튜브 홍보와 문화콘텐츠 연계 이벤트에도 앞장섰다.
DB손보가 제작‧공개한 유튜브 영상 콘텐츠 ‘전격 DB다이렉트작전’ 시리즈는 한 달여 만에 조회수 1000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영상은 중장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을 패러디한 것으로, 당시 실제 성우였던 이정구 씨가 더빙에 참여해 몰입감을 더했다. DB손보가 이 콘텐츠를 내놓은 것은 젊은층의 전유물이었던 다이렉트 채널이 코로나19 이후 중장년층으로 확대되면서 이들을 포섭하기 위한 것이다. 인기리에 종영한 영화 ‘모가디슈’와 연계한 이벤트도 있었다. 자사 다이렉트 채널에서 해당 이벤트에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100명에게 영화 예배권 2매를 지급하는 형식이다. DB손보는 이전에도 ‘스파이더맨’, ‘트롤’ 등 인기 문화콘텐츠와 연계한 이벤트를 진행해온 바 있다.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도 다이렉트 채널 강화에 나섰다. 현대해상은 오프라인 채널에서만 판매했던 ‘이륜차보험’을 다이렉트 채널에도 출시하면서 상품 다양화에 매진하고 있다. 이 상품은 PC와 모바일을 통해 가입할 수 있으며 가정용, 배달용, 업무용 등 용도에 따라 가입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오프라인 채널 대비 평균 15.4%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어 고객 선택의 폭이 확대됐다.
KB손보는 고객 스스로 보험 보장을 분석하고 맞춤형 보험 상품을 추천받는 'KB다이렉트 보장분석 2.0'을 출시했다. 이 시스템은 KB손보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고객과 비슷한 연령대의 실제 보장내용에 대한 통계를 제공한 뒤 알맞은 보험 상품을 추천하거나 건강관리 정보를 주는 종합컨설팅시스템이다. 또 지난 9월에는 다이렉트 전용 앱에 ‘KB-WALK’ 기능을 넣어 걷기 운동을 권장하면서 고객의 건강을 챙기고 자동차보험의 ‘걸음 수 할인’ 특약에도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이 특약은 기명피보험자 한정 특약 또는 부부 한정 특약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 청약일 기준 90일 이내에 ▲하루 5000보 이상 ▲달성일 50일 이상일 때 자동차보험료를 3% 할인해 준다.
손보사들의 이 같은 다이렉트 강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및 디지털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더 빨라지면서, 한시라도 먼저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거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페이손보가 출범하면 경쟁은 물론 시장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다이렉트 채널 강화 움직임은 이전부터 진행됐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그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다”며 “고객 니즈가 디지털로 바뀌는 것을 체감하면서 보험사들도 속도를 맞춰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