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증권사들이 자기주식 취득에 나서고 있다. 주주환원율을 높이고 주가를 상승시키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증권주의 향방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캐피탈은 최근 미래에셋증권 보통주 580만주 매입을 결정했다. 최근 한 달 동안의 평균 주가(8615원)를 기준으로 오는 12월 22일까지 두 달에 걸쳐 5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지분 24.36%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번 거래를 마치면 지분율은 25.14%로 확대된다.
미래에셋증권도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12월 16일까지 장내 매수를 끝내는 것이 목표다. 단순 자사주 쇼핑에 그치지 않고 소각까지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보통주 1300만주에 이어 올해 초에도 보통주 1000만주를 지웠다. 자사주를 소각하게 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메리츠증권은 두 번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각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투입한다. 확보한 물량은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메리츠증권은 배당을 줄이겠다고 공시해 투자자들의 원망을 들었지만,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주주환원율을 유지할 것으로 파악되면서 배당 매력 축소에 대한 우려를 상쇄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중소형증권사 중에서는 KTB투자증권이 눈에 띈다. KTB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상승을 위해 신탁계약을 맺고 3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KTB투자증권은 앞선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보통주 22만500주와 180만4005주를 사들였다. 거래 완료된 주식은 곧 소각됐다.
신영증권은 올 들어 네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수했다. 우선주를 5만주씩 총 20만주를 사들일 방침으로 지난 25일까지 총 15만8532주를 구입했다. 이에 따라 신영증권의 자사주 보유 비율은 보통주 32.19%와 기타주식 73.27%로 확대됐다. 다만 획득한 자사주를 소각하지는 않았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소각되지 않은 자사주는 다시 주식시장으로 흘러나올 확률이 커 투자자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SK증권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SK증권은 지난주 자사 보통주 1900만주를 장내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분할 매입한다. 최종적으로 164억원 안팎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SK증권은 이 주식을 최종 취득일로부터 6개월 이상 보유하기로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시장에서 유난히 증권주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기초체력을 제대로 인정받고 주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상장회사들의 자사주 확보는 실제로 주가 부양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한국거래소는 올 들어 자사주 취득 공시를 낸 180개사의 공시 1개월 후 평균 주가 상승률은 6.5%였다고 집계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등 꾸준한 주주환원이 이뤄진다는 점은 주가에 긍정적”이라며 “주가가 추가 하락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해 경영권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