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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중공업


[클로즈업] 현대중공업 '3세경영' 신호탄 쏜 정기선

정몽준 장남 정기선, 사장 승진…권오갑 회장과 지주회사 ‘투톱’
소유-경영 분리 깼지만...지분 정리는?...정기선, 지주사 지분 5% 그쳐
조선산업 흑자경영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마무리는 해결할 과제로

[FETV=김현호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황태자’로 불리던 정기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로써 정기선 사장 현대중공업 지휘봉을 잡고 그룹경영의 최일선에 섰다. 이번 정 사장 승진 조치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오던 그룹의 전통을 깨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또 정 사장은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에도 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실상 3세경영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다만, 오너 경영을 완성하기 위한 지분 승계는 상속세가 걸림돌로 분류된다.

 

정기선 신임 사장의 경영 능력은 흑자 전환 여부에 달렸다.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늘면서 수주 훈풍이 불고 있지만 높은 원가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밖에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와 마무리되지 않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경영 부담을 키우는 대목이다.

 

 

◆소유-경영 분리 깨는 현대重, 지분 정리는?=국내 주요 대기업이 오너 경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현대중공업그룹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이어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의 1대 주주로 있지만 그룹 내 공식 직함이 없다. 대신 권오갑 회장을 전문 경영인으로 세우며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권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국내 조선산업의 기틀을 세운 산증인으로 40년 넘게 현대중공업에 몸을 담고 있다.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지켜왔던 현대중공업그룹이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해 오너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12일 인사를 통해 구체화 됐다. 그룹은 올해 인사를 앞당기며 정기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지주와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표도 겸임한다고 덧붙였다. 지주사의 수장까지 오르면서 권 회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정기선 신임 사장은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고 학업을 이유로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이후 2013년에 재입사했다. 이후 2015년에는 상무, 2016년에는 전무를 거쳐 2018년부터 부사장으로 재직하는 등 전례 없는 승진을 이어왔다. 당시 임원 승진은 재계에서 최연소에 해당했으며 2019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한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30대 그룹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정기선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르며 3세 경영을 본격화했지만 오너 경영을 완성하기 위해선 지분 승계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사장이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은 5.26%에 그친다. 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26.60%), 국민연금(10.63%)보다 부족한 수치다. 앞서 정 사장은 지난 2018년 3월, 현대중공업지주로부터 분할된 현대로보틱스의 지분 5.1%를 KCC로부터 3540억원에 매입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섰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정몽준·정기선 부자와 아산사회복지재단(1.92%), 아산나눔재단(0.49%), 자사주(10.5%) 등을 포함한 지분이 45%에 달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낮다. 다만, 정 사장은 지주사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의 지분이 거의 없어 정 이사장의 지분을 승계받기 위해 막대한 상속세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12일 종가(6만4700원)를 고려하면 정 이사장의 지분 가치는 약 1조3594억원에 달한다.

 

 

◆흑자경영 필요한데...적자 부담 여전=정기선 사장은 취임 이후 최우선 순위로 그룹의 대표 산업인 조선부문의 흑자경영을 이뤄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올해 조선업은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전 세계 발주량이 크게 확대되면서 수주 훈풍이 불고 있지만 원가 부담에 적자 늪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장기불황에 빠져있던 조선산업은 올해를 기점으로 수주 훈풍이 불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누적된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3754만 CGT(표준화물톤수)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한 것으로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한 물량은 361% 늘어났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되는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같은 기간 1500%, LNG(액화천연가서)운반선은 130% 이상 확대된 점이 고무적이다. 이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의 점유율은 각각 47.2%, 98%에 달했다. 일각에선 고부가 선박 중심의 수주 확대로 향후 점유율 확대가 어려울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이는 기우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점유율 상승은 중국과의 경쟁이 아닌, 일본 조선업계의 점유율 감소와 유럽 여객선 수주 감소 영향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일본의 조선사업 축소와 점유율 하락은 구조적인 변화로 최근 시장 점유율 상승은 업종 구조조정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천연가스 가격 강세를 감안하면 현재 진행 중인 LNG 생산 프로젝트들의 지연 가능이 제한적이라 LNG선 수요도 견고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박 수주가 늘어나면서 흑자경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강판) 가격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주 기준, 국내에 유통된 후판 가격은 125만원으로 고점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상반기 대비 약 50~60만원 증가한 상태다.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에 20%에 달하며 한국조선해양은 향후 납품받을 후판을 위해 올해 2분기, 896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하기도 했다. 대규모 일회성 비용으로 당시 사측은 8973억원의 영업손실을 공시한 바 있다.

 

◆안전경영은 옛말...세계 1위 조선소는 ‘감감무소식’=끊이지 않은 산업재해 재해는 정기선 사장이 안전경영을 이뤄내기 위해 최우선으로 풀어야할 숙제로 분류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6년 5명을 시작으로 2017년 2명, 2018년 3명, 2019년 3명이 산재로 숨지는 등 지난해까지 총 1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0월 현재까지 6년 동안 21명이 사망하면서 ‘죽음의 일터’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연이은 사고 소식에 고용부는 5월, 현대중공업에 대한 특별안전감독을 실시했고 검찰은 한 달 후, 한영석 당시 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과 하청업체 대표 등 17명을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현대중공업의 각 사업부에서 안전조치 미비 635건을 발견한 것 등을 근거로 재판에 넘겼고 지난달에는 한 사장에 벌금 2000만원을 구형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3년째 답보 상태에 놓이면서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은 6개국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유럽연합(EU), 한국, 일본이 여전히 심사 중에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합병 승인이 미뤄지고 있지만 LNG선을 독과점하고 있는 점이 걸림돌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한국은 9월까지 발주된 LNG선 46척 중 45척을 수주하며 전체 물량을 싹쓸이 하고 있다.

 

입사 초기부터 황태자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정기선 사장은 공식적인 그룹의 수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세계 1위 조선소를 이끌게 되면서 어깨도 무거워진 것이다. 30년 넘게 지켜온 전문경영인 체제를 끝내는 만큼 경영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