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반도체 부족사태 때문에..."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확산되면서 제조사들이 생산량 위축 등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경쟁사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다며 자위하지만 아이폰 생산기지가 위치한 중국의 전력난은 또 다른 암초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이노텍이 이같은 악재의 대표적 피해자(?)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최대 고객사의 스마트폰 생산량 위축이 가속화하면서 LG이노텍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반도체 부족사태로 인한 피해는 이뿐 아니다. 반도체를 사용하는 완성차의 생산량까지 끌어 내리면서 LG이노텍의 전장사업도 덩달아 난관에 봉착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선 LG이노텍의 흑자전환이 불투명하다는 다소 성급한 목소리까지 나온다.
◆신제품 나왔는데...스마트폰 판매 ‘빨간불’=올해 상반기, 코로나19 효과에 IT 제품 출하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했지만 하반기는 불투명해졌다. 언택트 효과가 줄어들면서 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스마트폰 부품 수급도 어려워진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이 하반기 플래그십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부품사들의 공급량도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시장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을 14억10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당초 예상보다 4000만대 줄어든 숫자다. 카운트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및 공급업체의 90%가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요 예측에 실패했던 완성차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던 현상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이어진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1539만대로 전년 동기대비 2% 줄어들었다.
다만,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플립3와 애플의 아이폰13 효과로 판매량은 9월부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제품이 공개된 만큼 강한 반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도체 부족 사태가 걸림돌로 분류된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출하량은 9월부터 증가세로 전환되겠지만 큰 폭의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AP 등 반도체칩 공급부족으로 세트 생산 여건이 우호적이 않다”고 설명했다.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로 컴퓨터의 CPU(중앙처리장치) 역할을 하며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린다. 메모리, 하드디스크, 그래픽카드 등을 하나로 모아 손톱만 한 크기로 제조된다. 현재 AP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오포, 샤오미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 대부분이 수급 문제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애플은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의 최대 고객이라 경쟁사에 비해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출하량의 변수는 중국의 전력난이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해 각 성(省)에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명령하며 목표치를 지키지 못한 지역에는 패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문제는 지방정부가 이를 충족하기 위해 전력 공급을 제한하거나 감산에 나서면서 전력난을 일으켰다. 현재 중국은 신호등이 꺼지거나 승강기 운영이 중단되는 등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량 가운데 약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아이폰13 출시 이후 기대를 모았던 LG이노텍은 출하량 전망에 안테나를 세우는 입장이 됐다.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은 애플을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어 아이폰13에 센서시프트가 확대 적용되면서 특수가 예고된 바 있다. 센서시프트는 OIS(손떨림 방지)를 카메라 내부에 넣어 촬영시 흔들림을 보정 하는 기술로 애플은 아이폰12 프로 맥스에만 적용하던 센서시프트를 아이폰13 모든 기종에 적용했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해결돼야만 스마트폰 출하량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선 공급망 정상화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터진 올해 초에는 ‘하반기는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스마트폰 시장까지 영향이 확대돼 구체적인 회복 시점은 불투명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전력난 이슈가 단기에 해소될 수 있으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력난이 올해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어 애플의 스마트폰 생산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일본의 샤프에서 생산 수율 문제가 생겼고 생산공장이 있는 베트남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LG이노텍이 반사 효과를 누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 먹거리’ 전장사업도 반도체 부족사태 악영향받을 듯=전기차를 비롯한 자율주행차까지 기술개발이 확대되고 있는 완성차는 반도체 사용량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차량용 반도체는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에 2배, 자율주행차에는 10배 가까이 필요하다. 내연기관차의 종말이 빨라지는 가운데 움직이는 ‘컴퓨터’로 평가되는 친환경차로 탈바꿈되고 있는 만큼 전장사업의 높은 성장이 가능한 것이다
시장 규모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도 연평균 10%씩 성장해 2026년에는 676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친환경차 시장 규모가 2020년 625만대에서 연평균 15%씩 성장해 2030년에는 389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자동차의 부품 관련 사업을 총칭하는 전장사업도 반도체 부족 사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차량 생산이 안 되면서 타격을 당한 것이다. 실제 지난달,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국·내외 판매량은 56만8308대로 전년 대비 20% 가량 감소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 되면서 3개월 연속 역성장을 나타냈다.
LG이노텍은 지난 2005년부터 전장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 국내를 비롯해 중국, 멕시코, 폴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차량용 카메라 모듈과 모터, 센서, 레이더, DC-DC 컨버터 등을 생산해 완성차업계에 납품하고 있다. 레이더는 주변의 사물을 인식해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와 자율주행을 구현하는데 필요하며 DC-DC 컨버터는 배터리에서 나온 고압 전력을 사용 가능한 저압 직류로 바꿔주는 부품을 뜻한다.
LG이노텍은 1분기에만 전장사업에서 10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3년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LG이노텍은 이같은 여세를 몰아 올해 흑저 전환을 기대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반도체 부족' 돌발 악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LG이노텍의 '2021년 흑자전환' 희밍가는 성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 되고 있다”며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반도체 수급 안정화가 전망됐지만 예상보다 지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전장사업부의 연간 적자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