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신한은행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대출 협약을 체결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은행권 대출 한파 속에서 공격적인 대출 확대로 고객을 모집하기 위한 '역발상' 전략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4일 LH와 무주택 서민들의 공공분양주택 중도금대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이번 맞손으로 공공주택을 분양받거나 계획 중인 사람들은 자금조달 부담을 덜게 됐다. 첫 협약 지역으로 경기 화성·과천·평택·수원 등이 예정돼 있다. 모두 규모가 작지 않은 지역으로, 신한은행은 앞으로 LH와 함께 실수요자금 공급을 위한 활동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협약 시점'이다. 신한은행의 이번 대출 지원 행보는 최근 은행들이 너도나도 대출 줄이기에 나선 것과 다른 모습이다. 실제 은행들은 지난달 말부터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 등 사실상 모든 대출에 대해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내리고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적용하며 대출 확대를 막기 위한 초강수를 두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 내 투자)' 등 그칠 줄 모르는 주택 매매와 주식 투자 수요로 올 2분기(4~6월) 국내 가계부채가 180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라는 칼을 빼든 영향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국내 19개 은행 가운데 올 하반기 ‘대출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 든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신한은행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인 데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대출 '곳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 6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총여신액은 128조939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민은행(164조6202억원), 하나은행(129조9304억원), 우리은행(133조2006억원), 농협은행(133조8455억원) 등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적립액으로 최소 1조원에서 최대 35조원 이상 대출액이 적다.
증가율에서도 차이가 난다. 6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올해 가계대출액은 1년 전보다 7.5% 늘어났다. 당국이 제시한 적정 수준인 5~6%보다 높지만 5대 은행의 평균 증가율인 9.4%보다는 2%포인트(p) 가량 낮다. 신한은행을 뺀 4곳 중에서는 국민은행(6.6%)을 제외한 하나은행(10.6%), 우리은행(9.1%), 농협은행(13.1%)이 모두 10% 안팎의 증가율을 보였다. 국민은행은 신한은행보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0.9%p 낮지만 이미 적립액이 165조원에 육박해 최근 전세대출·집단대출·주담대 한도 축소에 나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현재까지 내부적으로 월별·지점별로 대출 한도 등을 정해두고 있지 않다"면서 "당국의 방침에 따라 대출 관련 모니터링을 수시로 진행하며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상대적으로 낮은 가계 대출 적립액과 증가율은 고객모집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다른 은행에서 대출 불가 통보를 받거나 원하는 한도·금리를 제공받지 못한 고객들이 신한은행으로 대출 은행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당국과 은행권의 대출 자제 바람 속에서도 신한은행이 큰 부담 없이 LH와의 대출 협약에 나선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구 소재 A은행 영업점 직원은 "이달 24일 기준 현재 주담대 신청 규모가 내부적으로 정한 9월 한도분을 이미 넘어선 상황"이라며 "10월 한도분도 언제 소진될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다음 달 내로 입주를 해야 하는 고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대출 한도에 여유가 있는 신한은행으로 은행을 바꿔 대출을 신청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규제 준수를 위해 가계대출 증가 억제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LH와의 협약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대출인 점을 감안해 지난달 초부터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