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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에너지


[FE워치] 삼성SDI, 'K-배터리' 대장주 노린다

삼성SDI 주가, LG화학 추월 뒤 치열한 각축전…공격경영 기조 전환 시장 화답
美 스텔란티스·리비안 투자, 공장 선정 가시권…헝가리 보조금 확보 등 유럽 공략
“순탄한 경영 지표·원통형 전지 기술 긍정적…완성車 ‘배터리 내재화 바람’은 경계해야”

 

[FETV=김창수 기자] "LG화학 게 섯거라!"

삼성SDI 전영현號의 광폭 행보가 배터리업계의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여왔지만 최근엔 국내외 시장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이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SDI의 꿈은 K-배터리 대장주다. 삼성SDI은 하반기들어 K-배터리 대장주를 향한 희망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삼성SDI는 코스피 시장에서 'K-배터리' 절대지존인 LG화학을 제쳤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토종 배터리 강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장내 시총 1위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이뿐 아니다. 삼성SDI는 시가총액 순위뿐 아니라 주가 부문에서도 LG화학과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배터리업계 일각에선 그동안 정중동(靜中動) 이미지가 강한 삼성SDI가 미국 완성차와의 협업, 현지 공장 진출설, LG화학을 겨냥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리콜 배상요구 등 국내외적 환경변화에 따른 반사효과라는 게 주된 분석이다.  

 

삼성SDI는 앞서 세계 4위의 완성차 회사인 스텔란티스, 전기 상용차 스타트업 리비안과의 협업을 알리며 몸값을 한껏 끌어올렸다. 아울러 최근에는 첫 미국 현지 배터리공장 건설을 앞두고 구체적 부지가 언급되는 등 호재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미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유럽 시장에서도 전진기지 격인 헝가리 공장에 보조금을 확보하는 등 글로벌 경영 보폭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물적분할 등 지배구조 이슈가 얽힌 경쟁사들과 달리 안정적 사업 구조를 갖춘 점을 고성장의 원동력으로 꼽고 있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 차별화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는 평가다.

 

◆ “배터리 대장주 나야 나”…삼성SDI, LG화학과 각축전 치열=지난달 31일 삼성SDI는 코스피 시장에서 전일대비 3.93% 상승한 79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54조5303억원을 기록하며 단숨에 코스피 6위로 올라섰다.

 

반면 LG화학은 이날 1.56% 하락한 75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시총도 53조5090억원으로 줄었다. 시총 순위 역시 삼성SDI보다 한단계 낮은 7위로 내려앉았다. 삼성SDI에 K-배터리 대장주 자리를 내준 셈이다. LG화학의 주가 하락 배경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리콜 때문이다. GM은 볼트 전기차를 리콜하면서 배터리 공급사인 LG화학을 상대로 배상 비용을 요구하고 나선 것.

 

이후 삼성SDI와 LG화학은 최근까지 엎치락 뒤치락하며 ‘배터리 대장주’ 자리를 놓고 시이소오 게임을 펼치고 있다. 8일 종가 기준 LG화학의 시가총액은 53조3678억원으로 삼성SDI(52조9487억원)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반면 주가는 삼성SDI(77만원)가 LG화학(75만6000원)을 약간 상회하는 등 장군멍군을 지속하는 상황이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60만원대에 그쳤던 삼성SDI 주가는 7월들어 70만원대를 돌파했다. 8월 13일에는 82만8000원으로 치솟으면서 장중 신고가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간의 조용했던 행보에서 벗어나 과감한 투자와 해외 유력사와의 협업이 확실시되며 시장이 화답한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시장 진출을 공언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향후 3년간 해외 투자에 6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배터리 공장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증권가에서도 삼성SDI의 목표가를 잇달아 높여 잡고 있다. DS투자증권은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상향 조정한 110만원으로 제시했다. 유안타증권과 신한금융투자증권이 각각 100만원을 제시하는 등 주가와 실적 ‘두 마리 토끼’를 좇는 삼성SDI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하는 분위기다.

 

◆ 미국 완성차와의 협업·공장 부지 선정 등 ‘핫이슈’로= 삼성SDI의 미국 진출이 연일 업계를 달구는 가운데 과연 어떤 업체와 손잡게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현지에 세우는 첫 번째 공장 부지 후보군이 세간에 오르내리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삼성SDI는 아울러 입지를 닦아놓은 유럽에서도 지속적으로 경영 보폭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에 3조원, 미국 전기차 벤처기업 리비안에 1조원을 각각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내 배터리 셀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일리노이와 미시건, 조지아 등 3곳이 현지 비터리공장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중 일리노이와 미시건을 유력 후보지로 꼽고 있다. 일리노이는 삼성SDI와 배터리 협력을 진행중인 리비안이 위치한 지역이다. 리비안은 현재 전기 픽업트럭 ‘R1T’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의 출시를 앞뒀다. 리비안의 전기차에는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리비안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리비안의 기업가치는 약 800억 달러(한화 94조원)로 추산된다. 최근 삼성SDI 관계자들이 일리노이를 찾아 딕 더빈 미국 연방상원의원 등 현지 정부·의회 관계자를 만나기도 했다. 일리노이는 삼성SDI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미시건 디트로이트에는 삼성SDI와 전기차 배터리 협업을 추진 중인 스텔란티스 공장이 있다. 스텔란티스는 푸조·시트로엥·피아트·지프 등 14개 브랜드를 거느린 세계 4위의 완성차 업체다. 지프의 첫 전기차인 ‘2021 랭글러 4xe’에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디트로이트와 가까운 미시건 오번힐스에 전기차용 배터리팩 조립 공장을 보유 중이다. 따라서 미시건에 셀 공장을 건립할 경우 이 지역을 중심으로 완성형 배터리 공장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아울러 유럽에서도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는 2016년 약 40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대규모배터리 공장을 설립했다. BMW, 폭스바겐 등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2018년부터 가동 중이다.

 

지난 6월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투자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헝가리를 찾아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페테르 외무장관은 삼성SDI 공장 확장 지원을 위해 공장이 위치한 괴드 시(市)에 약 40억 포린트(한화 약 160억원) 상당의 추가 예산을 승인했다.

 

이를 통해 삼성SDI가 추진 중인 괴드 공장의 기존 공장 증설 및 2공장 설립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SDI는 현재 약 1조원을 투입해 괴드 1공장 라인 증설과 2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1공장은 기존 4개 라인에서 4개 신규 라인을 추가해 총 8개 라인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능력도 약 30GWh 수준에서 40GWh 후반으로 늘어나게 된다.

 

 

◆ 향후 전망 순조롭지만…완성차 ‘배터리 내재화’ 대비해야=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고공 행진을 지속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경영상 안정성’을 꼽는다. 순수 배터리 회사인 만큼 물적분할 등의 지배구조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배터리 부문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분할 계획을 밝힌 LG화학은 당시 주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주가 하락 등 역풍을 맞았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 들어 배터리 사업부의 물적분할을 공언한 이후 주가 급락을 맛봤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투자한 주주 대부분이 배터리 성장성을 보고 들어왔기 때문에 물적분할은 주가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타 분야 사업을 병행하지 않는 삼성SDI로서는 상대적 강점을 가진 셈이다.

 

잇단 호재를 바탕으로 올해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신한금융투자증권은 삼성SDI가 2021년 연간 실적으로 매출액 14조1320억원, 영업이익 1조2280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자율주행 전기차에 있기 때문에 해외투자자들은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지닌) 삼성SDI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완성차업계 일각에선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의 움직임에 맞서 기술 차별화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회사들은 전기차 배터리 수급 문제로 초기에는 배터리 제조사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재화 비중을 높이는 만큼 삼성SDI도 단순히 물량 공세만 펼칠 것이 아니라 배터리 기술 차별화에 힘써야 할 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