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적자만 3942억원을 기록했고 원자재 부담도 여전하지만 의외(?)의 성과를 나타낸 것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이어지고 있는 발주량 확대와 선가 회복에 따른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모회사의 대손충당금 설정에 IPO 이후에도 추가 비용 부담을 털어냈고 높아진 원자재 가격은 선가에 반영할 것으로 분석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935/art_16306276995682_73e5f5.jpg)
◆철광석 가격은 떨어지는데...강재 부담은 여전=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 2분기 대규모 적자를 공시한 이유는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와 철강사들은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데 강재 가격이 강세를 나타내면서 일회성 비용을 선반영 했던 것이다. 하반기가 전환점을 지난 가운데 철광석 가격은 떨어진 반면, 강재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조선사들의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에 수입된 철광석 가격은 2일 기준, 톤당 142.02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최저가를 나타낸 지난달 19일 이후 오른 수치지만 다시 하락하는 추세다. 현재 가격은 역대 최고점을 달성했던 지난 5월12일(237.57달러) 이후 40% 가량 감소한 상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밝힌 철광석 가격도 지난달 27일, 148.39달러를 기록해 7주 연속 떨어졌다.
반면, 철강재 가격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강산업의 기초 소재로 사용되는 열연 유통가는 지난달 말 기준, 톤당 132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지난 6월부터 단 한 차례도 떨어지지 않았다. 또 선박 제조원가에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 유통가도 같은 기간 130만원을 유지했다.
철광석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중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감산 조치에 나서면서 공급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 세계 철강 수급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반대로 역사적인 수주 훈풍이 이어지고 있는 조선업계의 수주가 확대되면서 후판 가격은 요지부동인 상태다.
조선사들의 원자재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정점을 지나는 조짐이 있고 중국에서도 신규 확진자 발생이 다시 통제되는 분위기”라며 “중국은 지방정부 채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지만 발행액이 올해 쿼터를 크게 하회해 하반기 중국의 인프라 투자 모멘텀을 재개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9월은 계절적 성수기이고 중국의 철강 수요 모멘텀이 견조하면 철광석 가격은 추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수주량 늘고 선가 오르자 ‘흥행조짐’=원자재 압박은 여전하지만 이달 IPO를 추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투자자들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전청약을 진행한 결과, 배정액에 2배 가까운 신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물량이 모두 완판될 경우 올해 조 단위의 IPO를 실시한 기업 중 최초의 사례가 된다.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업황 개선에 대한 지표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7월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970만 CGT(표준화물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국은 1276만 CGT를 확보해 지난 2008년 이후 최대 성과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부문에서 86억 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치(72억 달러)를 뛰어넘은 상태다.
국내 조선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발주가 축소되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일감을 확보해도 선가 하락하며 ‘저가 수주’의 문제가 작용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선가도 크게 올라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초, 신조선가지수는 144.5포인트로 10년 만에 140포인트대를 회복했으며 지난달 20일에는 145포인트까지 끌어올렸다. 신조선가지수가 100포인트보다 높으면 선가가 올랐다는 의미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신규수주 호조로 주요 조선사들이 2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면서 대형선 건조슬롯이 부족해져 조산사들의 협상력이 강화되고 있다”며 “강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증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 올해 말 신조선가지수는 150~155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의 미래 비전 및 3대 핵심 사업 개념도 [사진=현대중공업]](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935/art_16306276982009_5546f9.jpg)
◆원자재 부담은 선가에...카타르發 기대감=현대중공업은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후판 가격 인상분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면서 IPO 이후 선반영할 비용 부담은 덜어낸 상태다. 문제는 떨어지지 않고 있는 강재 가격에 내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원자재 시장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가격 전망은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강세가 이어져도 이를 선가에 반영할 수 있어 큰 부담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원가 급등에 따른 영업적자는 신규 견적 문의에 대한 가격 전가의 명분이 되기 충분하다”며 “9~10월 예상되는 카타르발(發) LNG선 신조선가가 2억1000만 달러 전후로 확인되면 실적 악화에 대한 불안감보다 실적 개선의 기대가 주가에 반영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카타르는 LNG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결정해 LNG선 발주가 필수적이다. 올해 발주가 기대되는 물량은 23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조선 3사는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과 100척 이상의 LNG선 슬롯(선박을 만드는 공간) 예약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발주가 시작된다면 조선 3사는 향후 7~8년간 매년 20~30척 가량의 LNG선을 나눠서 건조할 예정이다. 지난달 기준 LNG선의 선가는 1억96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은 1조800억원 규모의 IPO 조달자금 가운데 7600억원 가량을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한 초격차 기술 확보에 투자하기로 했다. 최종 공모가는 6일 확정할 예정이며 7일과 8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해 16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희망 공모가는 5만2000~6만원, 총 공모주식은 1800만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