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1 (화)

  • 흐림동두천 17.2℃
  • 흐림강릉 14.4℃
  • 구름많음서울 17.0℃
  • 맑음대전 18.2℃
  • 구름조금대구 16.3℃
  • 구름조금울산 15.9℃
  • 맑음광주 19.3℃
  • 구름조금부산 17.3℃
  • 맑음고창 ℃
  • 구름많음제주 19.5℃
  • 흐림강화 14.7℃
  • 맑음보은 16.7℃
  • 맑음금산 17.1℃
  • 맑음강진군 18.1℃
  • 구름조금경주시 16.2℃
  • 구름조금거제 17.6℃
기상청 제공


철강·중공업


[테이퍼링 시대] "조선株의 시간이 온다"

대규모 적자에 철광석 가격도 다시 오름세...조선업계 ‘한숨’
물가상승률 높고 고용지표 회복 된 美, “테이퍼링 시작해야”
2013년 ‘테이퍼링’ 시기와 비슷...수주량 많아지자 “긍정적일 것”

[FETV=김현호 기자] 최근 철광석 가격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면서 잇따른 수주 훈풍에 미소를 짓던 조선업계에 걱정거리가 생겼다.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중국의 경기활성화 정책에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선박 제조원가에 20% 가량을 차지하는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강판) 가격에 2분기 대규모 일회성 비용을 반영했던 조선업계 입장에선 암초를 만난 셈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은 주가를 압박할 수 있는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미국은 고용지표가 회복되고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양적완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적자에 투자자 모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사들 입장에선 악재다. 하지만 충당금 설정에 불확실성이 줄었고 수주 확대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테이퍼링이 실시되도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격 오르는 철광석...조선사들 ‘한숨’=철광석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27일 중국 칭다오항에서 거래된 철광석 가격은 톤당 157.55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최저치를 나타냈던 지난 19일과 비교하면 18.8% 증가한 것이다. 당초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말, 중국의 철강 감산 조치로 200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한 달 가까이 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는 이유는 탄소중립에 나섰던 중국이 경기활성화 정책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은 지방정부 채권 발행을 확대하는 분위기”라며 “올해 7월까지 발행된 인프라투자용 특수목적채권 발행액이 올해 쿼터를 크게 하회해 하반기 중국의 인프라 투자 모멘텀을 재개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조선업계에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가격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에 다시 빨간불이 들어오게 됐다. 앞서 국내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지난 2분기,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해 적자를 기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공사손실충당금은 앞으로 반영될 예상 손실액을 장부에 미리 반영하는 손실을 뜻한다.

 

◆경기 회복하는 미국, 테이퍼링 ‘한 목소리’=실적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과 더불어 미국의 테이퍼링 압박은 조선주(株)의 전망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며 경기 회복에 나섰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경기가 양호한 상태를 보이면서 과열된 시장을 억누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례 경제정책 회의를 앞두고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6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나와 "(경제) 진전을 고려할 때 그것(테이퍼링 시작)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물가·고용 목표에서 상당한 추가 진전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두 달 간 고용 증가와 현재 인플레이션 수준을 보면 차라리 테이퍼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연준 내에서도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같은 날 CNBC에서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일정 기간 목표치를 넘는 걸 선호하지만 이렇게 많이 넘어선 안 된다”며 “이것이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최근 미국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당초 목표보다 두 배 이상 높은 5% 이상을 넘나들고 고용지표도 크게 개선된 상태다.

 

현재 연준은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며 현금을 시장에 풀고 장기금리를 억제하기 위해 주택저당증권(MBS)도 매입하면서 경기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지속될 경우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높아질 수 밖에 없어 테이퍼링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중앙은행장 및 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잭슨홀미팅이 열린 27일(현지시간) “연내,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이퍼링이 시행될 경우 시중에 유통되는 달러가 감소하기 때문에 주식 시장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 테이퍼링 트리거(방아쇠)가 됐던 지난달 27~2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되자 코스피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회의록에는 “대다수의 FOMC 위원들이 올해 안에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코스피는 3097.83에 거래를 마감했다. 3100선이 무너진 건 지난 4월1일 이후 처음이다.

 

 

◆2013년 상황과 비슷한 조선업계, “주가 영향은 없다”=테이퍼링 가능성에 조선업계가 주목받는 이유는 잇따른 수주 훈풍에 가치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역대급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선가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업계의 주가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테이퍼링이 언급됐던 2013년 6월, KSE조선 지수는 3.0% 하락했다. 코스피 대비 하락폭은 줄었지만 테이퍼링이 시행된 2014년 1월 이후, 코스피는 반등한 반면 조선업종 주가는 하락했다. 당시 발주량은 2012년 하반기를 시작으로 2014년 초까지 상승했지만 해양부문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영향이 컸다.

 

테이퍼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올해에도 조선업계는 당시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7월까지 한국의 누적 수주량은 1276만CGT(표준화물톤수)로 2008년(1550만CGT)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선가를 나타내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도 9개월째 상승한 144.5포인트로 2011년 9월(140.6포인트) 이후 10년 만에 140포인트대를 회복했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연간 발주량 전망치를 3980만 CGT로 상향조정한다”며 “3분기 발주는 강재가격 급등에 따른 선가협상 등으로 소강상태를 보일 수 있지만 카타르 등 대형 LNG(액화천연가스)선 프로젝트 발주 등으로 4분기에는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신규 수주 호조로 조선사들의 협상력이 강화되고 있고 원자재 가격 상승에 비용증가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올해 말 신조선가 지수는 150~155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까지 조선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주가 하락 우려도 ‘기우’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년과의 차이점은 2분기 후판가격 인상에 대한 대규모 충당금 설정으로 내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라며 “경기 회복으로 인한 해운사들의 발주와 카타르 LNG터미널도 2025년부터 가동 예정이라 테이퍼링이 조선주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