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홍의현 기자] 교보생명과 어피니티 컨소시엄·안진회계법인의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교보생명 가치평가 허위보고 혐의 관련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인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인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이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됐다. 공판에는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인과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게자 2인 등 5명의 피고인이 모두 참석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들이 주고받은 다량의 이메일 증거를 토대로 혐의점을 설명했다. 검찰은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안진회계법인에 최소 일곱 차례에 걸친 이메일을 보내며 평가 방법 등의 수정을 지시해 고의로 가치평과 결과값을 높여갔다고 봤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지시에 따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는 평가인자 등을 수정할 때마다 결과값을 송부했고, 그 결과 1주당 가치평가 금액은 20만원 대에서 40만원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이 제시한 이메일 증거자료에는 가치평가보고서 작성 초기에 피고인들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 도출하자고 상호 합의한 내용이 포함됐다. 또 이들이 논의 끝에 “결국 소송으로 갈 확률이 높으니 가능한 유리한 모든 방법 동원해 결과값을 높이자”고 합의했다는 내용도 이메일에 명시됐다. 이와 함께 최종적으로 가격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지금까지 산출한 가격을 시나리오별로 요약표를 만들어달라”며 “이를 완성해주면 어피니티컨소시엄 내부적으로 논의해 가격 결정하겠다”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검찰은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것은 독립적이고 전문가적 입장으로 작성한 가치평가보고서라고 볼 수 없으며,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의뢰로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 및 금품 수수, 허위보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안진이 투자자들의 지시에 따라 단순한 계산 업무만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교보생명은 "이메일 증거에 따르면 교보생명에 요청해야 할 자료 리스트를 작성하는 데도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직접 관여했으며 가치평가를 실제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전 과정을 주도했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변호인단은 "허위 보고로 인한 공인회계사법 위반죄의 공소사실은 통상 가치평가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인데 이 사건처럼 투자자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해서 보고서가 허위라는 공소사실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의 합리적 의견을 반영하는 통상 업무 자체를 죄악시하는 검찰의 시각은 극히 의문"이라며 "공인회계사가 전문적 판단 하에 합리적으로 투자자 의견을 수용한 것이 허위 보고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검찰이 언급한 이메일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문의사항이 없는지 확인을 구한 것"이라며 "투자자 의견이 수용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다는 점을 볼 때 투자자의 일방적 입장대로 결정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한 어피니티는 지난 2012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2015년 9월 30일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완료하는 조건으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교보생명이 IPO를 하지 못하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계약 내용에 따라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안진회계법인에 주식 가치평가를 의뢰했다. 당시 안진은 교보생명의 주당 가격을 40만9000원으로 책정한 가치평가 보고서를 발행했다.
그러나 교보생명 측은 어피니티와 안진이 공모해 가격을 부풀렸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 1월 이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인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인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은 오는 9월 10일로 예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