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한화투자증권, 한양증권, 카카오페이증권이 비상 상황 시 전산 대응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여의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강해지면서 확진자가 속출하자 중소형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부문검사에 나섰다. 사옥 폐쇄 및 분산·재택근무 확대로 금융 인프라에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 데에 따른 결정이다. 그 결과 한화투자증권, 한양증권, 카카오페이증권, KB생명보험, 미래에셋캐피탈, 서울보증보험 등 6개사가 미흡 판정을 받았다. 디지털 혁신을 강조해 온 증권사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먼저 카카오페이증권은 재해복구용 핵심 업무 선정 절차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카카오페이증권이 핵심 업무를 위해 업무 영향도 분석·평가를 실시했는데 전사적인 검토 대신 전산장비 기종에 따라 업무 영향도를 분석했다는 것이다. 또 비상연락망에 퇴사자가 포함돼 있는 등 연락처가 최신화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한양증권도 비슷했다. 업무 복구 및 핵심 업무 선정을 위한 업무 영향도 분석·평가를 전산 장비 기종과 고객 이용 여부 등 단편적인 요소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정보기술(IT)업무 지속성 계획과 비상대응훈련에서 부족함이 엿보였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금감원으로부터 개선 사항 조치 1건을 통보받았다. IT 대체 인력 확보 방안 마련이 시급했다. 핵심 인력 이탈 시 대체인력이 원활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 매뉴얼을 구비했으나 일부에서 현재의 운영 환경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전사적 업무 영향도를 분석·평가해 핵심 업무 선정 절차를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비상대책을 점검해 최신화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증권사들은 조속히 대처에 나서는 분위기다. 카카오페이증권과 한양증권 측은 금감원의 주문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투자증권 측도 운영 매뉴얼을 현행화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할 것을 다짐했다.
일각에서는 수많은 금융사 중 단 6곳만이 미흡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전체적인 평가 기준이 후하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국내 주식거래활동계좌수가 5000만개를 돌파했다. 지난 3월 중순 4000만개를 넘어선 이후 5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기록이 경신됐다. 주식거래활동계좌란 10만원 이상의 현금이 입금돼 있고, 6개월 동안 한 번 이상 거래한 내역이 있는 증권계좌를 의미한다.
비대면 계좌 개설 절차의 편의성과 트레이딩시스템(HTS·MTS)을 활용한 온라인 거래 급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증권계좌를 확인하고, 주식 매매 및 공모주 청약 광풍 등에 힘입어 서버 이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권사 IT 시스템 문제가 발생한다면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업무연속성계획(BCP)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도출해내 그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금융사에서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으로 인한 IT 시스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