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책이 없는 백만장자가 되느니 차라리 책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거지가 되는 것이 한결 낫다." (영국 여류소설가 로즈 매콜리)
좋은 리더(leader·지도자)의 제1덕목은 '리더(reader·독서가)'가 되는 것일까. 실제로 성공한 최고경영자(CEO) 중 많은 사람들은 다독가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책을 가까이하고 인생과 기업의 목표를 재설정한다. 독서를 통해 얻은 영감이 자신과 주변에 선한 영향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또한 노력한다. 다독가로 알려진 금융권 CEO들을 알아봤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금융권에서 첫 손에 꼽히는 다독가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이면 책을 읽는다.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2017년 출간한 '축적의 길'에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책이라면 동서고금을 불문하지만 특히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룬샷(LOONSHOTS)'은 조 회장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조 회장은 이 책을 읽은 뒤 회장 직속 룬샷조직을 만들어 업종을 넘나드는 혁신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전담케 했다. 룬샷은 비현실적이고 어찌 보면 바보 같기에 다수가 홀대하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신한금융이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배경에는 조 회장의 독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책을 즐겨 읽는다. 기업 회장답게 주로 경영과 관련된 책을 주로 읽지만 최근에는 디지털과 접목된 경영 서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손 회장은 책 '경영을 넷플릭스하다'에 대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혁신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독자들이 디지털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라며 임직원들에게 일독을 권했다. 손 회장은 얼마 전 'MZ세대 트렌드 코드'를 휴가철 도서로 추천하며 "MZ세대와의 소통이 기업문화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저자는 기성세대가 MZ세대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그들도 분명 반응할 것이고 이러한 시도를 통해 앞으로도 변화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며 "MZ세대의 중요한 키워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던 책"이라고 말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도 '독서'하면 빠지지 않는다. 매월 10여 권의 책을 읽는 김 회장은 계열사 임원들에게도 매달 책 한 권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토록 한다. 이는 한국투자금융 문화와 전통이 된 지 오래다. 그의 독서습관은 아버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에게서 나왔다. 아버지에게서 일찌감치 '혹독한' 독서교육을 받은 김 회장은 어릴 적부터 1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고 A4 4~5장 분량의 독후감을 썼다고 한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최근 도서관을 짓는 데 현금 300억원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MBK파트너스는 자산 규모 28조원에 달하는 동북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현직 CEO가 수백억원의 자산을 도서관 건립 명목으로 내놓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김 회장이 이러한 결정은 한 데는 독서광인 그의 성향이 큰 몫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작은 도서관에서 원 없이 책을 읽던 기억은 '김병주도서관' 설립으로 이어졌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은행권서 다독가로 유명하다.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책을 선물, 추천하며 책을 통해 배운 교훈들을 자주 나눈다. 최근 그가 한 수 배운 책은 '복잡성 시대의 성장의 역설'이다. 진 행장은 이 책을 읽고 "불확실성 시대에 경영은 정말 어려운데, 막상 일을 추진하려고 보면 수많은 변수 때문에 더욱 상황이 복잡해 보이고 또 꼬인다"면서 "이런 '복잡성'도 관리할 수 없나 궁금했을 즈음 이 책을 만나 조직 내 복잡성 해소와 상품 판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이보다 앞서 읽은 책은 '번영의 역설’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진 행장이 유독 '역설' 단어가 들어간 책을 즐겨 읽는 것 같다는 물음에 "(웃으며) CEO가 워낙 많은 책을 가까이하고 또 임직원들에 자주 권하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 임영진 사장도 책을 가까이 한다. 특히 직장 후배들과 독서 토론을 즐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 인기를 끈 '90년생이 온다'를 통해 90년대생 직원, 소비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신한카드가 금융사 중에서 유독 '도서관'에 관심이 많은 것도 임 사장의 독서광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신한카드는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을 대한민국 미래의 주인공으로 육성하려는 취지로 2010년부터 '아름인 도서관'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총 508개의 도서관을 개관했으며 교육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권장도서 62만권을 지원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소문난 다독가다. 그의 독서 지론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책을 통한 '기회'와 '변화' 앞에서 주저하지 않아서인지 백발의 강 대표는 열정만은 젊은이 못지않다. 지난달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1 아시아경제 골드에이지 포럼'에서 기조연설에 나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법인보험대리점(GA) 에이플러스에셋을 세운 곽근호 회장도 책을 좋아한다. 독서광인 곽 회장은 프로필 사진에서도 책을 들고 있다. 수시로 책을 통해 경영전략을 연구한 뒤 바로 경영에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독서가 기업 성장의 동력이 된 것일까. 에이플러스에셋은 2007년 설립 후 에이플러스라이프·에이에이아이헬스케어·에이플러스리얼티 등 7개 계열사를 보유, 현재 약 1만 여명의 임직원과 영업 인력을 두고 있다. 다독가인 그는 ‘다작가’이기도 하다. 곽 회장이 '변화하는 사람이 이긴다', '착한 마케팅으로 승부하라', '성공의 초인종을 눌러라' 등 5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성욱 JT저축은행 대표는 연간 150여권의 책을 읽는다 그가 꼽은 '인생 책'은 '손자병법'이다. 특히 그 중 한 구절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를 새기면서 읽었다는 최 대표. '화엄경'에 나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도 마음에 담아 삶의 방식으로 삼고 '국부론'과 '한비자'도 독서 목록에 올린 최 대표지만 고전만 읽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최근 '누가 최고의 리더가 되는가'를 읽고 영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