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박신진 기자] 은행·금융투자·카드업계 등 국내 금융사들이 코로나19 비대면 시대를 맞아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로 달려가고 있다.
메타버스란 그리스어로 ‘넘어서’ 혹은 ‘이후’를 뜻하는 접두사 ‘메타(meta)’와 ‘현실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넘어선 초월의 세계를 뜻한다. 10대들의 3차원 가상세계 놀이터로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 기업뿐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지난 2019년 50조원이었던 메타버스의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170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으로 높은 성장성이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이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새로운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 출생)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차세대 플랫폼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가운데 금융 인프라 역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Z세대 고객에게 금융권이 가진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직원들의 메타버스 활용과 경험 확산을 위해 게더(Gather) 플랫폼을 활용한 ‘KB금융타운’을 오픈했다. 경영진 회의와 외부업체와의 기술미팅등이 KB금융타운에서 진행됐다. 올해는 아바타와 가상 영업점을 활용한 다양한 메타버스 활용방안을 모색해 가상공간에서 고객상담·이체·상품가입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기존 메타버스 전문 플랫폼이 아닌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해 지점서비스, 금융교육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달 23일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신한 SOL 베이스볼파크’에서 야구팬 2만명과 함께 야구 국가대표팀 응원 행사를 치렀다.
하나은행은 이달 메타버스 전담조직 ‘디지털혁신 TFT’을 신설했다. 해당 조직에서는 ▲원천기술 보유업체와의 비즈니스 협력․투자 방향 검토 ▲PB손님을 위한 세미나․강연 및 상담서비스 ▲MZ세대 손님과 소통을 위한 체험공간 구축 ▲AR·VR 기술을 활용한 영업지원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메타버스에서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해 신입행원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메타버스 생태계에 처음 진입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메타버스 기반 미래금융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 주관의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회원사로 가입했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는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하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200여개 회원사가 참여하는 민간 ‘K-메타버스 연합군’이다. 우리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과 함께 ‘오프라인 메타버스 브랜치’ 개발을 통해 현실 영업점에 증강현실(AR) 기반 금융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방금융그룹 중에서는 DGB금융이 메타버스 활용에 가장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실제 대구은행 본점 소재의 ‘DGB갤러리’와 동일한 공간을 가상으로 구현한 ‘DGB 제페토 갤러리’를 오픈했다.
![실제 기자의 아바타가 DGB금융지주의 '제페토 갤러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네이버Z 제페토 화면 갈무리]](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832/art_16284735374848_3aa87a.jpg)
카드업계도 메타버스를 활용해 MZ세대 고객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한카드는 금융권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Z와 업무협약을 맺고 메타버스 특화 카드를 출시했다. 복잡한 가입 절차 없이 본인 인증만으로 선불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으며, 제페토에서 쓸 수 있는 10대 친화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하나카드도 최근 제페토에 야외콘서트장, 캠핑장 등 6개의 공간으로 이뤄진 ‘하나카드 월드’를 오픈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펀드 등 메타버스 관련 상품들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에서는 최근 KTB자산운용이 글로벌 증권시장에 상장된 메타버스 및 우주산업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KTB메타우주1등주펀드’를 출시했다. KB자산운용은 ‘KB 글로벌 메타버스경제펀드’를 출시했다. 투자 조건에 부합하는 미국·한국·중국·일본의 200~300개 유니버스 중 국가·산업별 분산도를 고려해 최종 30~50개 종목에 투자한다. 삼성자산운용은 메타버스 산업을 견인할 클라우드 컴퓨팅과 가상현실 등 총 8개 테마를 선정해 투자하는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를 출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증권사 처음으로 자체 메타버스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상품은 상장지수증권(ETN)이며, 에프앤가이드의 'Fnguide 메타버스 지수'를 추종한다.
이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는 현실과는 별개의 가상세계라기보다는 몰입형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을 활용해 가상세계와 현실이 융합된 세계를 의미한다”면서 “현실 세계가 경제 활동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제페토 내에서도 젬과 코인이라는 디지털 화폐 발행 등을 통해 수많은 경제 활동이 일어나 IP사업자들은 시공간 제약이 없는 가상공간에서 홍보 및 부가 수익 창출이 가능해 질 것이며, 이용자에게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경험과 경제활동 등을 제공하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