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연일 파죽지세로 치솟던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LCD 기반의 TV를 만드는 삼성전자는 원자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이 됐다. 코로나19 특수에 급등했던 만큼 하락세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팽배하다. 매년 연말이면 TV시장에 판촉성 이벤트가 집중되면서 LCD 수요가 몰리는 만큼 연말까지 LCD 가격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QD-OLED TV로의 전환이 늦춰지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또 한 번의 ‘곡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QD-OLED TV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TV로 선택한 모델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이달 말 양산에 들어가고 TV 출시는 내년 상반기 예상되고 있다. 최상위 라인업으로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해야 하지만 생산라인 확대가 LCD 패널로 미뤄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 생산량으로는 삼성전자의 전체 TV 판매량에 5%에 그쳐 라인 전환이 시급하다. 하지만 내년에도 올림픽과 월드컵 등 세트업체의 ‘빅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답답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LCD 가격 떨어지지만...연말 이벤트 대기=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이달 LCD용 TV 디스플레이 가격은 75인치를 제외한 전 패널에서 가격 하락세가 나타났다. 32인치 패널 가격은 평균 84달러로 지난달 하반기 대비 3.4% 감소하며 전체 패널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다. 또 43인치 4K와 50인치 가격은 각각 144달러, 194달러를 기록해 같은 기간 모두 2.0% 떨어졌다. 이밖에 출하량이 가장 많은 55인치는 233달러, 65인치는 297달러로 각각 1.7%, 0.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격 하락세는 7월 하반기부터 시작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32인치는 2배 이상 증가했고 43인치와 55인치는 모두 70% 이상 상승했다. 또 65인치와 75인치는 각각 59%, 29% 오른 상태다. LCD TV는 전체 TV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TV 제조사 입장에선 원가 부담이 높아진 것이다. 가격이 오른 이유는 코로나19에 비대면 수혜와 ‘집코노미’ 수요로 TV를 주문하는 수요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격은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지만 향후 전망은 부정적이다. 크리스마스, 블랙프라이데이, 추수감사절 등 디스플레이 업계의 연말 이벤트가 하반기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세트업체 입장에선 높아지는 IT 제품 수요에 발맞춰 패널 주문을 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방 수요는 견조한 가운데 연말 TV 세트 판가 인상 계획과 그에 따른 수요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며 “패널 가격은 당분간 보합세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OLED TV는 없다” QD디스플레이에 집중하는 삼성=높아진 LCD 가격에 삼성전자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5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LCD 기반의 TV를 제조하는 만큼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TV 사업 수익성에 “LCD 가격 상승과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일부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제조원가 부담이 높아진 만큼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받아 TV를 제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LCD 가격이 오르면서 OLED 패널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고 제품 믹스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익성 회복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6월21일, 한 매체에서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 공급 계약을 맺는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50일이 지난 이날 까지 이 같은 내용은 결국 ‘뜬구름’으로 끝난 상황이다. 대신 삼성전자는 QD(퀸덤닷)을 적용한 TV 제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CD는 스스로 빛을 낼 수 없어 백라이트가 필요하다. QD디스플레이와 동일하게 유리기판과 TFT(액정을 조정하는 전자회로) 등이 적용되지만 최후면에 백라이트가 있는 만큼 두께가 굵어 무거워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전면발광 방식이 적용된 QD디스플레이는 블루(Blue) 빛을 내는 발광원을 이용한다. QD소자는 이를 통해 스스로 색을 전환할 수 있어 빛의 활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따르면 QD디스플레이는 눈으로 보는 색을 가장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는 패널이다. 또 어두운 색부터 밝은 색까지 어떤 밝기에서도 색을 표현할 수 있으며 시청 각도에 따른 화질 변화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 QD디스플레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차세대 먹거리’로 지목한 패널이며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이 투자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4분기부터 QD디스플레이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샘플 받았지만...“생산량은 갈 길이 머네”=삼성전자는 QD디스플레이 샘플을 받고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QD-OLED TV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는 적색(R), 녹색(G), 청색(B)으로 구성된 화소 사이에 화이트(W) 컬러필터를 배치한 반면, QD OLED는 블루 발광원에 RG 퀀텀닷을 컬러필터로 구현해 적용한다. OLED의 발광원은 화이트인 반면, QD-OLED는 블루를 사용한다는 점이 차이다.
업계에서는 OLED 패널은 빛이 컬러필터를 거치면서 나오기 때문에 색 재현력에 있어 QD-OLED에 비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한때 OLED TV를 양산했던 삼성전자가 이를 포기했던 이유도 컬러필터를 적용하자니 색 재현력이 부족하고 컬러필터 없이는 OLED의 대형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삼성의 최상위 모델이 될 QD-OLED TV 출시가 반년 가량 남았지만 생산량에 있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은 충남 아산에 위치한 Q1뿐이다. 3개 라인이 있는 Q1은 모두 8.5세대(2200mm×2500mm)이며 1장당 65인치 TV는 3세대, 55인치 TV는 6대 만들 수 있다. 월 생산량은 총 3만장이며 이를 55인치로 양산하면 연 216만대의 QD-OLED TV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기록한 TV 판매량이 약 1161만대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18%에 불과하고 지난해 판매량과 비교하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QD-OLED TV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생산라인을 바꾸는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업철수를 계획했던 LCD 라인은 LCD TV 수요가 증가하면서 삼성전자의 요구에 철수 일정을 연기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신규 투자와 관련해 “시장 반응에 따라 전략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전했을 뿐이다.
앞으로 LCD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2022년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항저우 아시안게임, 카타르 월드컵 등이 연달아 개최된다. 세트업체의 초대형 이벤트가 열리는 만큼 LCD 가격 강세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생산라인 전환이 또 다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가격 강세가 지속되는 사이 사업을 철수하면 중국의 디스플레이업계의 LCD 횡포에 휘둘려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삼성전자가 딜레마에 놓인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