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LG전자 주가가 7개월 동안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20만전자’가 전망됐던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주가 반등의 핵심은 전장사업으로 평가되는데 시장의 ‘눈’은 벌써부터 애플카에 쏠린 상태다. 애플이 생산공장을 갖고 있지 않은 만큼 LG전자와 합작법인을 세운 마그나 애플카를 대신 제조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선 TSMC를 꿈꿔야 하지만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폭스콘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여러 가지 설왕설래가 오가는 가운데 주가 반등의 열쇠가 전장사업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스권에 머무는 LG전자, “전장사업이 리레이팅”=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전자는 4일 16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보다 3500원 올랐지만 52주 신고가를 세웠던 지난 1월21일(18만5000원)과 비교하면 13% 이상 줄어든 수치다. 회사는 고점을 찍은 이후 18만원대 벽을 한 번도 뚫지 못했고 7개월 동안 14~17만원 선에 거래되는 박스권을 형성한 상태다.
20만전자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들려온 건 지난 1월부터다. 전장사업 확장과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는 등 사업재편 소식이 들려온 이후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은 모두 22만원으로 높였고 하이투자증권은 23만원을 제시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10일 만에 목표주가를 30% 가까이 끌어올리며 “전기차 부품 쪽으로 회사의 자원을 집중하는 것과 모바일 사업의 철수는 또 하나의 주가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만전자가 되기 위한 모멘텀의 핵심 열쇠는 단연 전장사업이다. 그룹의 전사적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LG전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기업인 캐나다의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협업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LG-마그나 합작법인은 전기차에 탑재되는 모터와 인버터 등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등을 생산하며 2023년까지 1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마그나에 LG전자의 모터, 인버터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게 되면서 유럽, 중국 등으로 고객사 다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글로벌 전기차부품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세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마그나 JV(조인트벤처) 의 수주 확대 및 전장부품 수요 증가로 VS(전장) 사업부 매출액은 빠르게 성장하고 내년 하반기 흑자전환에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벌써부터 애플카 협력설...TSMC냐 폭스콘이냐=2024년 출시가 예상되는 애플의 애플카 생산을 LG-마그나 합작법인이 협력사로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마그나가 벤츠와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마그나는 5년 전 애플카 프로젝트 초기에 애플과 협력했던 경험이 있고 완성차 OEM 능력을 보유한 유일한 전장부품 업체”라고 소개했다.
마그나도 애플카 생산 의지를 배제하지 않았다. 스와미 코타기리 마그나 최고경영자는 올해 초 열린 자동차 애널리스트 행사에서 “마그나는 애플을 위한 차량 제작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마그나는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를 제공하는 비오니어(VNE)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애플이 지난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불리는 자율주행차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어 마그나가 애플카 수주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나타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LG는 애플의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애플은 아이폰 패널에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납품받고 있으며 내년 출시가 예정된 아이패드에도 회사의 OLED 패널을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며 애플을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외에 양사는 각각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BMS(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DC-DC컨버터 등 전장용 부품도 함께 생산 중이다.
자동차 생산능력이 없는 애플이 연 1000만대 이상을 생산하고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을 추진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경쟁하는 건 무리한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의 자신감은 전 세계 10억명 이상의 유저를 보유한 자체 생태계다. IT 기기를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까지 회사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애플은 생산공장을 두지 않고 협력사를 통해 제품을 만든다. 애플카를 출시한다면 아이폰을 외부에서 만들 듯이 직접 생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때문에 여러 기업이 애플카를 함께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마그나가 애플카를 제작하게 되면 롤모델로 삼아야 하는 기업은 단연 대만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TSMC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팹리스와 파운드리 영역으로 나뉜다. 생산공장이 없는 팹리스 기업이 반도체를 설계하면 파운드리 업체가 대신 생산하는 식이다. TSMC 입장에선 주문을 받아야 생산이 가능한 ‘을’의 입장이지만 압도적인 생산규모와 기술력을 앞세워 반도체 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률은 무려 42%를 넘겼고 지난 10년 사이 주가는 790% 이상 증가했다.
반면,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폭스콘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대만의 폭스콘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생산하는 애플의 최대 OEM 업체로 지난 2007년부터 1세대 아이폰을 생산해왔다. 하지만 주가는 2007년 200타이완달러에서 현재 60타이완달러까지 하락한 상태다. 마그나가 제2의 폭스콘이 된다면 합작법인 효과가 제대로 발생할 수 있을지 의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첨단기술 적용되는 애플카, “모빌리티는 달라”=반면, 애플카를 위탁생산하는 기업은 폭스콘이 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애플카에 대한 다양한 설(說)이 나오지만 핵심은 자율주행기술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 만가지의 부품이 필요해 스마트폰 제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애플은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내실 다시기에 나섰고 팀쿡 애플 CEO도 “자율주행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를 “핵심 기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 자동차공학회는 자율주행 로드맵을 0단계에서 6단계까지 나누고 있다. 현재 완성차 기업이 적용하는 자율주행 기술은 시스템이 운전자를 보조하는 식인 레벨 2 정도다.
애플의 자율주행 기술은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로는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테슬라의 FSD(완전 자율주행)가 레벨 2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레벨 3 이상의 기술을 애플카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벨 3는 운전자가 시스템을 보조하는 식이며 시스템은 상황을 직접 파악하고 스스로 운전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동차의 모델 수와 부품수의 조합은 수십만, 수백만의 경우에 수에 이르는데 스마트폰의 부품 수는 7~800개 정도에 불과하다”며 “애플이 철저한 SCM(공급망 관리)과 재고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모빌리티 산업에 들어와 갑자기 수백만에 이르는 경우의 수를 관리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