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1~6월) 12조6000억원이 넘는 이자이익을 거두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은행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이자이익 창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대출 급증이 역설적으로 은행의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 요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올 상반기 총 12조6051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뒀다. 1년 전(11조5135억원)보다 9.5%(1조916억원) 급증한 규모다. '이자이익'은 은행이 대출 등을 통해 번 수익에서 예금이자 등 자금 조달비용을 뺀 금액을 말한다.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이 12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은행이 전년보다 12.9%(4125억원) 늘어난 3조6972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이 7.3%(2157억원) 증가한 3조166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1년 전보다 각각 9.5%(2534억원), 7.7%(2010억원) 증가한 2조9157억원, 2조8260억원을 거뒀다.
특히 이자이익 증가세를 주목할 만하다. 작년 상반기 4대 은행은 이자이익이 전년(11조4028억원)보다 1107억원 늘었으나 올해는 1조1000억원 가까이 늘며 1년 만에 9배가량 뛰었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4대 은행 중 국민·신한은행은 이자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1360억원, 550억원 증가했지만 하나·우리은행은 433억원, 370억원 감소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4곳 모두 이자이익이 1년 전보다 평균 9.4% 늘며 호시절을 맞았다.
은행들이 올 상반기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둔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생활·사업자금, 투자·부동산매매를 위한 대출이 크게 늘어났지만 요구불예금 등 핵심저금리성 예금의 증가로 예금이자는 낮아져 은행이 챙기는 예대마진(대출·예금이자 차이로 생기는 이익)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 6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원화대출금은 총 1061조원으로 1년 전(1006조1000억원)보다 55조원 가량 늘었다. 이 기간 핵심저금리성 예금 비중도 늘었다. 국민은행의 6월 말 기준 핵심예금은 166조5000억원으로 1년 전(139조8000억원)보다 19.1%(26조7000억원) 늘었으며, 신한은행은 118조0580억원에서 146조2230억원으로 23.9%(28조1650억원) 증가했다.
이에 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이 상승했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1.56%의 NIM을 기록해 1년 전(1.53%)보다 3bp(1bp=0.01%p) 올랐으며, 신한은행은 올 2분기 1.4%로 전년 동기(1.39%)보다 1bp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2분기 NIM은 1.41%로 1년 전(1.37%)보다 4pb 늘었으며,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1.34%에서 1.37%로 3bp 올랐다.
은행들이 이처럼 전례 없는 이자이익을 거두자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상황이 힘든 국민들을 상대로 과도한 '이자장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대출의 경우 상당 부분이 개인·기업의 '생존'과 깊이 연관된 만큼 이러한 상황을 통해 큰 이익을 얻은 은행이 공동체의 고통의 짐을 함께 나눠져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은행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므로 사회적 책무를 강요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들이 올 상반기 거둔 이자이익에는 비용이 반영돼 있지 않아 실제 이득은 집계된 것보다 적을 것"이라며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서는 은행들이 이미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은행 내부의 자성론도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실적발표 시기마다 예전에는 '그만한 자산을 굴리고서도 왜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느냐'는 시선이 마음에 걸렸다면 최근에는 '살기 힘든 서민과 소상공인을 상대로 이자를 받아 좋은 실적을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마음에 걸린다"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는 "사실 은행이 취약계층을 돌아봐야 하는 의무는 없지만 '어려운 서민들의 대출 이자가 더 높은 이유가 무엇이냐, 오히려 대출금을 잘 갚을 수 있는 사람들이 연체를 할 경우에 높은 이자를 매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질문자도 뻔히 답변 내용을 알고 묻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쉬이 대답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한 단계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은행업을 두고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며 "'이자장사'는 은행업 라이선스를 가지고 사업을 영위하는 '은행'이니까 가능한 장사"라고 말했다. 이어 "자본주의 체제에서 금융사가 이득을 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나 은행의 역할에는 필요한 곳에 돈이 잘 흘러가도록 하는 '혈관'과 같은 기능도 있는데 요즘의 은행을 보면 전 국민의 돈으로 자산을 불려 '금융지주'라는 이름 아래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등 결국 주주에게 이득이 가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앞으로 더 늘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이면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메시지는 시장에 전달했지만 시작 시점은 코로나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많은 사람이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오래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금리 인상의 뜻을 드러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은행업은 진입과 차출이 자유로운 산업이 아니라 국가의 구제를 받은 몇몇 은행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금융당국의 보호를 받는 산업"이라며 "은행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진행한 대출은 상당 부분 은행이 위험을 지지 않은 보증부 대출이라는 점에서 은행이 위험이 없는 대출을 하고도 이자이익을 크게 불린 상황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예대마진의 격차를 줄이거나 폐업한 자영업자, 어려운 소상공인 등을 위해 획기적인 신용대출을 제공하는 것, 또는 기금을 조성해 이들의 자립을 돕는 것 등이 은행이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