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8만전자 깨졌다 vs 10만전자 간다"
삼성전자의 주가를 두고 투자자간 말들이 많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주가가 8만원 밑으로 추락하자 8만전자가 깨졌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10만원대 진입을 확신하며 10만전자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달들어 9일 연속 하락하며 7만원대로 주저앉은 삼성전자 주가를 둘러싸고 투자자간 '흰구름 먹구름'식 설전이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2일 종가 기준, 7만9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대비 1.5% 상승해 모처럼 반등했지만 주가 회복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52주 신고가를 세웠던 올해 1월11일(9만1000원)과 비교하면 12% 이상 감소한 수치이며 이달에는 9거래일 동안 하향세를 나타냈다. ‘8만전자’가 무너진 상태지만 문제는 2분기 실적 발표에도 주가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7일, 63조원의 매출과 1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며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분기 사상 최대치, 영업이익은 2018년 3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그럼에도 지난 8일, ‘7만전자’로 떨어졌다. 이는 6월21일 이후 18일 만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8만원대에 묶여있어 실적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 되지도 않았지만 또 한 번 무너졌던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2분기 실적 발표 전부터 ‘10만전자’를 예상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여전히 10만원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동사의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설정했고 한화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은 모두 10만5000원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11만5000원을 유지했다. 반도체 가격과 파운드리, M&A(인수합병) 등 세가지 요소가 삼성전자 주가 회복의 핵심 열쇠 역할을 할 것이란 게 전문가의 공통된 진단이다.
◆반도체 가격 잠잠...“하반기는 오른다”=삼성전자는 전세계 메모리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반도체 가격 변동에 따라 동사의 전체 실적이 크게 좌우된다. 실제 클라우드와 서버 수요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발생한 지난 2017~2018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각각 53조6450억원, 58조8867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세웠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016년 말, 1Gb당 평균 D램 가격은 0.56달러에 그쳤지만 2018년 9월에는 1.07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4월 PC용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3.8달러를 나타냈다. 전달대비 26% 상승했던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요가 커지면서 PC와 서버 반도체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던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높은 실적이 주가에 영향을 주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하반기에 반도체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6월 고정가는 3.8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5월에 이어 두달 연속 가격이 멈췄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백신효과로 코로나 특수가 끝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반도체 가격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지나간 실적에 대한 평가보다 적어도 6~12개월 이후의 업황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공급사들의 2분기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공급 증가량)를 10% 초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초 한자릿수에 머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세트업체들이 재고량을 높였기 때문이다. 반면, 메모리 공급사들의 재고량은 일주일치 물량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보합세를 유지하는 상황과 달리 반도체 가격은 하반기에 오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메모리 공급사는 기본적으로 반도체를 대량 생산한 이후 고객사에 납품하는데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전방산업의 출하량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트업체들의 메모리 재고 증가 우려가 있지만 하반기부터 비메모리 공급 부족이 완화되면서 세트 출하가 증가해 재고를 소진할 것”이라며 “메모리 업체들의 제한적 공급 증가와 상반기 재고소진으로 하반기도 안정적인 반도체 수급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GAA 기술력은 기회요인=삼성전자가 올해 신고가를 세운 이유중 하나는 글로벌 반도체 품귀현상이 심화되면서 파운드리(위탁생산)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초미세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사를 추가 확보해 대만의 TSMC를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가 회복의 모멘텀을 만들만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진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을 확대하기 위해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보다 40조원 가량 늘린 것이다. 이에 맞춰 최근에는 동사가 미국에 제2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장소와 투자금액 등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도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는 공격 경영을 개시했다. 반도체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3조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5나노(1nm=10억분의 1m) 미세공정 설비가 투입되는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은 최근 착공을 시작했다. 올해 1분기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56%로 2년 전과 비교하면 8.9%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1% 감소한 18%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차세대 공정기술로 꼽히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의 상용화에 가장 앞서고 있는 만큼 TSMC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까지 반도체 미세공정의 기술은 핀펫(FinFET)이 지배하고 있는데 GAA는 핀펫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 GAA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반도체 기술력의 핵심은 회로의 선폭을 얼마만큼 좁힐 수 있는지에 달렸다. 선폭이 작을수록 칩 크기가 줄어 소비전력은 감소하고 처리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세공정이 높을수록 전류가 흐르는 채널이 누설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핀펫이다. 핀펫은 전류가 흐르는 윗면과 좌·우 3면으로 이뤄진 공정기술로 2D(평면)가 아닌 3D 입체 구조인 만큼 전류 누설을 막아준다.
핀펫의 차세대 기술로 평가되는 GAA는 3면에 아랫면까지 더해 총 4면으로 이뤄진다. 4면에는 채널을 제어하는 게이트가 둘러싸 전류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GAA를 적용하면 핀펫 방식보다 면적을 35% 이상 줄여 소비전력을 50% 감소시키고 처리속도는 30% 가량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미세공정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허청이 미국, 한국 등 주요 5개국 특허를 분석한 결과 핀펫의 특허는 지난 2017년부터 하락한 반면, GAA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허청은 “앞으로 인공지능 등 기술분야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 5나노 기술보다 더 미세한 3나노 공정기술이 필요해 이에 따라 핀펫보다 진화된 반도체 미세화 공정기술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 이재용, 가석방 가능성 ↑…M&A 속도 붙을까=M&A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주가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량은 128조원, 유동자산은 209조원에 달했다. 역대 최고치로 현금 실탄은 충분한 상황이지만 이 돈을 쓰지 않고 있다.
M&A를 하게 되면 주가 상승의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업이 투자를 하겠다는 신호는 시장에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시그널을 전해줄 뿐만 아니라 부족했던 사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업의 이윤추구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 같은 초대형 기업은 대규모 M&A 이후 재무 건전성이 훼손될 우려도 적어 투자자들 입장에선 호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자동차 전장회사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 굵직한 M&A가 전무하다. 동사가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M&A를 추진하겠다”고 이례적으로 언급했음에도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반도체는 대형 투자가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M&A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 심사 대상자로 올려 검토 중에 있다. 가석방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형기의 60% 이상을 채워야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달 말 형기의 60%를 채운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긍정적이다. 송영길 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이 부회장과 관련해 “반도체 산업의 생존과 백신문제, 국민정서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지 않겠냐”고 했다. 반면 강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재벌이라서 가석방 제도에 불이익을 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