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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악재 뚫고 ‘최대 실적’ 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모펀드 사태 '책임감'으로 정면돌파...2분기 호실적 달성
디지털·WM 경쟁력 강화...IB 앞세워 하반기도 쭉 달린다

 

[FETV=이가람 기자] 드라마 ‘비밀의 숲’을 보면 검찰이 연이은 사건과 추문에 연루되자 검사장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를 발표하는 장면이 나온다. 휘하 검사들이 모여 있던 강당은 순식간에 숙연해진다. 침묵을 깨고 부장검사가 일침을 놓는다.

 

“그 자리가 그렇게 쉽습니까? 책임을 지려거든 온전히 그 자리에서 지십시오. 오고 싶다고 오고, 가고 싶다고 가는 곳 아닙니다.” 

 

드라마 속 검사장과 달리 증권가에는 회피가 아닌 정면 돌파를 선택한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바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대규모 환매 중단 사고를 일으킨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증권사다. 옵티머스운용은 자금을 공공기관이 발행한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하기로 계약하고 실제로는 대부업체와 부실기업 등에 출자하면서 5000억원대 금융피해를 냈다.

 

정 대표는 서둘러 태스크포스(TF)를 조성하고 정황 파악에 나섰다. 펀드 가입자들에게는 사과를 담은 서면을 발송하고 고개를 숙였다.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퇴임은 없을 것이며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책임론을 받아들이고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 수많은 금융권 수장들이 금융 사고가 터지면 옷을 벗거나, 직원 및 고객의 마음을 다독이기보다 개인의 송사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줬던 것과 대조적이다.

 

NH투자증권은 여덟 차례의 논의 끝에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입금 전액 반환을 의결했다. 계약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이 아닌, 원금을 돌려주는 동시에 NH투자증권이 고객으로부터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양수해 수익증권 소유자가 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상장사로서 배임 우려, 자본시장 질서 수호, 소비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고객에게 양도받은 권리를 근거로 수탁회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도 해석이 분분한 쟁점이라 쉽지 않은 재판이 되겠지만 어떠한 판결이 나와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와 NH투자증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각각 문책경고와 일부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일부정지를 받으면 3년 동안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NH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27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직전 분기(2574억원)와 전년 동기(2305억원) 대비 각각 5.1%와 17.3%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1분기에 이어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한 셈이다.

 

투자금융(IB)부문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하이브엔터테인먼트 유상증자와 엔에이치스팩 상장, 회사채 발행 등에 성공했고, 지난 1분기에 수행한 지오영 리파이낸싱과 금호리조트 매각자문 등으로 인한 수수료 수익이 창출됐다. 상반기 주식발행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달 초에는 SD바이오센서의 기업공개(IPO) 대표주관사로 활약하면서 IB 강자의 위치를 지켰다. 증권시장거래대금 감소로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부문이 부진에 빠져도 NH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동시에 30년 이상의 업력을 보유한 IB 전문가인 정 대표가 굳건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리 변동성이 커졌지만 보유 자산 관련 손실이 크지 않고, 옵티머스 피해자 배상에 사용될 충당금 적립도 마쳤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A3’를 획득한 것도 호재다. 신용등급이 상향되면 자금 조달이 보다 용이해진다.

 

정 대표는 디지털 혁신도 놓치지 않았다. 먼저 데이터 창고 구축의 일환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편했다. 사용자 중심의 홈 화면과 간편 기능 등을 담았다. 전산 오류와 민원을 줄이는 효과도 노렸다. 또 카카오뱅크 및 케이뱅크과 ‘플랫폼 동맹’을 맺기도 했다. 신탁업무의 전문화도 지원하고 있다. 맞춤형 자산관리(WM)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중견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직접 농가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농촌마을에 전기레인지를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활동 역시 잊지 않았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은 IB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높은 성장성, 수익원 다각화로 인한 안정적인 실적, 은행계 증권사로서의 장점 등이 있다”며 “지금 당장의 브로커리지 시장 호황보다 장기적 IB 시장의 고성장이 예상돼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