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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롯데온 나영호 체제 100일...이커머스 명예회복 희망가

이베이 출신 나영호 대표 영입하며 롯데온 육성 본격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서 고배...“자체 경쟁력 강화로 승부”
인터파크 시장에 등장...롯데, 카카오 등 후보 물망

 

[FETV=김윤섭 기자] 롯데그룹이 롯데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입한 나영호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자존심을 구긴 롯데온이 자체 경쟁력 강화를 선언한 가운데 취임 100일을 맞은 나영호 대표가 어떤 전략을 보여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이베이 출신 나영호 대표 영입하며 롯데온 육성 본격화=지난 4월 롯데쇼핑의 롯데온 대표로 취임한 나영호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나영호 대표는 롯데그룹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자존심 회복을 위해 던진 승부수였다. 경쟁상대였던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인물을 영입한데다 롯데온 대표를 부사장급으로 격상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롯데그룹이 롯데온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하면서 부사장 직위까지 준 것은 그룹 미래와 사업 전략 측면에서 롯데온의 중요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나 부사장은 출근 후 전 사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내 "롯데그룹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제가 이 자리에 오게 된 이유이고 그룹에서 요청한 미션"이라고 말했다.

 

나 부사장은 국내 e커머스 '빅3' 중 하나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이다. 삼성물산·현대차그룹·LG텔레콤 등을 거쳐 2007년부터 이베이코리아에서 일했다. 이베이코리아에서는 간편 결제와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이끌었다.나

 

부사장은 "제가 25년 전에 함께 했고 20년 전에 떠났던 이곳에 다시 돌아오게 됐다"며 "롯데그룹은 디지털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거기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혁신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그것을 저와 우리 e커머스 사업부가 주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대홍, 롯데, G마켓, 이베이 출신이 아니라 '인터넷 출신'이고 '디지털 DNA'를 가진 사람"이라며 "마찬가지로 여러분도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나 부사장은 "우리 DNA는 디지털이어야 하고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는 디지털 방식에 걸맞게 변화하고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롯데쇼핑 지난해 실적 하락세...이베이코리아 인수전 고배=롯데쇼핑은 코로나19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실적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매출은 16조761억원으로 8.8%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19% 하락한 346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온도 지난해 거래규모는 7조6000억원으로, 연간 20조~22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이베이나 쿠팡 등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롯데그룹이 이베이 출신의 나영호 대표를 영입하고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투자하는 등 이커머스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롯데는 지난달 진행된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서 보수적인 선택을 했고 신세계에게 밀렸다.

 

실사가 진행되면서 이베이코리아와 시너지 효과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기 시작했고 이미 오픈마켓 서비스를 도입한 롯데온과 사업영역이 겹치는 이베이코리아에 수조원을 투입하기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의 인수전에서는 밀렸지만 롯데그룹이 투자의지를 완전히 꺾은 것은 아니다. 본입찰 직후 롯데그룹은 인수전 전략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계속해서 M&A를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검토 결과 당초 기대보다 당사와의 시너지가 크지 않고, 인수 이후 추가 투자 및 시장 경쟁 비용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 관점에서 인수 적정 금액을 산정했다”며 “아쉽지만 e커머스 시장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가치 창출 방안을 지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A를 비롯한 외부와의 협업 등도 계속해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롯데온 자체 경쟁력 강화 집중...신동빈 회장 "과감한 혁신 필요"=우선 자체 플랫폼인 롯데온의 강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나 부사장이 이베이코리아에서 '간편결제'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이끈 베테랑인 만큼 롯데온 체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온은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식품과 패션에 집중할 방침이다. 롯데온은 식재료 전문관인 '푸드온', 패션 전문관인 '스타일온' 등 각종 전문관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그간 롯데온은 지난해 4월 출범 이후 줄곧 '꼭 써야 할 만한 특징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차별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롯데는 부동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현금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며 다음 행보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자산(1조6000억원)까지 합하면 롯데쇼핑의 투자 가능 재원은 3조2400억원이 넘는다.

 

이커머스 강화는 신 회장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앞서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지난 1일 진행된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는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며 미래 관점의 투자와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실적은 개선되는 추세지만, 저와 CEO 여러분이 변화와 혁신을 위해 더욱 솔선수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강조하며 “신사업 발굴 및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양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보다는 고부가 가치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신동빈 회장은 CEO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며, △미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할 것 △변화하는 환경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혁신할 것 등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CEO 여러분은 회사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도 책임지고 있다”며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 R&D, 브랜드, IT 등에 대한 투자가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인터파크 시장에 등장...롯데, 카카오 등 후보 물망=이에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자금력을 앞세워 인터파크 인수에 나설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수조원에 달했던 이베이코리아와는 달리 약 1600억원에서 2000억원 정도의 몸값으로 평가받는 만큼 가격에 대한 부담도 적은 상황이라 인수전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최근 NH투자증권을 매각자문사로 선임하고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28.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인터파크의 종가(5650원) 기준 시가총액은 4587억원으로, 지분 가치는 1284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 주가는 2180원이었으나, 경기 회복에 따른 기대감 등으로 올해에만 약 150% 상승했다.인터파크는 공연티켓 온라인 예매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알짜 회사인 G마켓을 이베이코리아에 매각하면서 이커머스 분야 점유율 3%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공연·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3조1692억원으로 전년보다 7.1% 감소했고, 1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7936억원으로 5% 증가했지만, 6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운용사에 지분(4.5%)를 156억원에 팔기도 했다.

 

인터파크가 매각을 결정한 이유는 현재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현재가 가장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최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 등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유통대기업들, 카카오·네이버를 필두로한 플랫폼 기업들이 모두 이커머스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이베이코리아가 3조4404억원이라는 높은 몸값을 받은 것도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코로나19로 플랫폼 기업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인 데다 코로나19 이후 여행과 공연 수요가 회복된다면 실적 회복도 가능한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통 대기업중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했던 롯데그룹이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요기요 본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롯데온 자체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언제든 M&A에 뛰어들 의지와 자금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도 향후 사업 규모 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M&A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너지 및 가치평가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M&A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며 “식음료와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M&A와 지분 투자 등의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현재 인수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