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수요와 공급 모든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인플레이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19일 발표한 '최근 인플레이션 논쟁의 이론적 배경과 우리경제 내 현실화 가능성 점검'이라는 'BOK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수요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백신접종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늘어난 저축 등에 힘입어 하반기중 국내 펜트업 소비(보복소비)가 나타나면서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대응을 위한 완화적 재정·통화정책 시행으로 유동성이 늘어난 가운데 올해 말 백신 접종률이 목표 수준에 이를 경우 수요 압력 증가로 인플레이션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은 "원자재 가격 상승, 해상운임 급등 등 공급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도 상방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요와 공급 모든 측면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주체들이 예상하고 있는 미래의 인플레이션으로,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근로자들은 현재나 과거의 물가상승률보다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임금 인상을 요구함으로써 미래의 실질임금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은은 "지난해 코로나 충격에 대응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행한 재정부양책과 대규모 유동성 공급 등을 근거로 최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논쟁이 촉발됐다"며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특성으로 인해 미국 등 글로벌 물가상승 압력이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앞으로 경기 회복세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유동성의 과도한 확대를 방지하고, 원자재 가격 등 공급 측 요인이 자기실현적 기대로 전이되지 않도록 기대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