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상반기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부터 시작된 유통업계의 M&A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신세계가 야구단 인수를 신호탄삼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상반기를 마감한 가운데 최근 1세대 이커머스 업체인 인터파크도 매물로 등장했고 가구업계 1위인 한샘도 51년만에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전성기를 맞은 패션플랫폼들도 M&A 시장에 중심에 섰다.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1조원에 인수했고 신세계가 W컨셉을, 무신사가 29CM와 스타일쉐어를 인수하면서 패션플랫폼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하반기에도 마켓컬리의 상장, 야놀자, 티몬 등 유통업계의 이슈가 계속될 예정인 가운데 유통업계의 판도가 어떻게 변화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신세계, 야구단,W컨셉 이어 이베이코리아까지...상반기 주인공 등극=올해 상반기 유통업계의 화제의 중심에는 신세계그룹과 정용진 부회장이 있다. 야구단과 W컨셉 인수를 단행한 이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도 성공하면서 단숨에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빅3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채널 시프트와 소비 트렌드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로 미래 유통 새판짜기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신세계그룹은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네이버에 이어 2위로 올라서게 됐다. 인수가액은 약 3.4조원이며 지분 80%를 보유하게된다. 나머지 20%는 미국 이베이 본사가 그대로 유지한다.
G마켓과 옥션, G9 등 3개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이 12%, 네이버는 18%, 쿠팡은 13%로 추정된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SSG닷컴 점유율 3%를 고려하면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이마트의 점유율은 15%로 쿠팡을 앞선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 인수를 통해 신세계그룹의 사업구조를 ‘온라인과 디지털’로 180도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베이를 인수하게 되면 이마트 부문 내 온라인 비중은 50% 가량으로 미래사업의 중심축이 온라인과 디지털로 전환하게 된다. 신세계측은“미래 유통은 온라인 강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이번 인수는 단순히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기회를 사는 딜”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진 부회장도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이베이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올 초 신년사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근성’을 주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인수 이후에도 향후 4년간 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오프라인 운영 노하우와 물류 역량을 이베이와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 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집중 투자하고,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물류 전진기지로 활용해 물류 경쟁력을 극대화한다. 이는 당일배송 등을 통해 셀러 경쟁력 향상은 물론,이베이의 대량물량을 기 반으로 센터 가동률을 높여 투자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희석 대표는 "미래 유통 환경에서도 선도적 지위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결정했다"며 "소비자들은 필요한 모든 것을 신세계 안에서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이 인수는 기존 사업과 연계해 데이터, 페이먼트, 물류 등 신사업 확대를 가능하게 한다"며 "이러한 시너지를 바탕으로 더욱 탄탄한 유통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 1세대 이커머스 인터파크 매각 추진...매각가 1600억원 전망=최근 이커머스 업계에 화두로 떠오른 곳은 인터파크다. 특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던 롯데, 카카오, 네이버 등 대기업들이 후보로 언급되면서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조원에 달했던 이베이코리아와는 달리 약 1600억원에서 2000억원 정도의 몸값으로 평가받는 만큼 가격에 대한 부담도 적은 상황이라 인수전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과 공연 티켓 예매 등으로 잘 알려진 '1세대 전자상거래 업체' 인터파크매각이 추진된다. 인터파크 최대주주인 이기형 대표 등은 최근 NH투자증권을 매각자문사로 선임하고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28.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인터파크의 종가(5650원) 기준 시가총액은 4587억원으로, 지분 가치는 1284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 주가는 2180원이었으나, 경기 회복에 따른 기대감 등으로 올해에만 약 150% 상승했다.인터파크는 공연티켓 온라인 예매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인터파크는 1995년 데이콤의 사내베처육성프로그램인 '소(小) 사장제'에서 출발해 1996년 6월 국내 최초의 인터넷 쇼핑 서비스를 개시했다. 1997년 데이콤의 자회사 '데이콤 인타파크'라는 이름으로 분리·독립했고, 1999년 7월 인터파크로 사명을 변경한 것과 동시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 가구업계 1위 한샘 사모펀드에 매각...51년만 대주주 교체=이커머스뿐 아니라 가구업계도 코로나로 인한 판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가구업계 1위인 한샘은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신과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을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매각하면서 약 50년만에 주인이 바뀌게 됐다.
매각 대상 주식은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한샘 주식 30.21%다. IMM PE은 양해각서에 따라 향후 한샘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이를 위해 IMM PE는 독점적 협상권을 부여 받았다. 하반기 중에 본계약을 체결할 경우 한샘의 대주주는 ‘IMM PE’로 바뀌게 된다.
한샘은 “조 명예회장이 회사의 비전과 미래가치를 인정하는 전략적 비전을 갖춘 투자자를 찾아왔고, IMM PE를 경영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로 판단해 지분 양수도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샘은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인 조 회장이 1970년에 설립한 국내 1세대 가구 업체다. 같은 시기 국내에 아파트 보급이 본격화하자 건설경기 호황에 힘입어 성장 가도를 달렸다. 이후 한샘은 부엌가구 전문 업체에서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한샘은 1994년 조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조 회장이 경영권 매각에 나선 이유는 후계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939년생으로 고령인 조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3녀를 뒀지만 모두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샘은 2년 전에도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바 있지만, 당시에도 가격이 맞지 않아 결렬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구·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매각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한샘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집콕' 트렌드와 부동산 시장 호황 등에 힘입어 연매출이 2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66.7% 증가한 93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 코로나19에 급성장...패션플랫폼 합종연횡 눈길=코로나19의 영향으로 크게 성장한 패션플랫폼들의 합종연횡도 눈길을 끈다. 카카오는 이달 1일 쇼핑 애플리케이션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카카오커머스로부터 인적 분할된 스타일사업부문이 합병 절차를 마치고 새로운 사명 '카카오스타일'로 공식 출범했다.
카카오 공동체로 편입된 카카오스타일은 카카오로부터 1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카카오의 기술력과 플랫폼, 다양한 사업 분야와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글로벌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목표다.
카카오스타일은 크로키닷컴을 이끌었던 서정훈 대표가 그대로 맡는다. 무신사는 스타일쉐어와 29CM의 경영권 인수를 확정했다.스타일쉐어는 무신사가 지분 100%를 소유한 완전자회사로 편입되고, 29CM를 운영하는 에이플러스비는 무신사의 완전손자회사가 된다. 무신사는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거쳐 스타일쉐어와 29CM를 공식 편입할 예정이다.
무신사는 인수 이후에도 스타일쉐어와 29CM의 핵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와 같이 플랫폼별로 독립 운영한다. 입점 브랜드 성장 지원 혜택과 플랫폼 고도화를 위한 인프라 부분에 통합 시너지를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이번 스타일쉐어와 29CM 인수는 무신사가 추구하는 브랜드 패션 시장에서 고객과 카테고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진출을 비롯해 국내 브랜드의 새로운 판로 개척과 성장 지원을 강화하고,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식품업계도 M&A 열풍...BHC 아웃백 인수 추진=식품업계에서는 bhc가 m&a 중심에 서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웃백 매각을 추진해온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매각 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최근 아웃백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bhc그룹을 내정했다. bhc그룹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한 아웃백 지분 100%를 약 2300억 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지난달 진행된 아웃백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는 bhc와 대신PE 등 사모펀트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bhc가 프랜차이즈 운영경험과 자본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었다.
실제로 bhc는 순대국 프랜차이즈인 큰맘원조할매순대국과 소고기 프랜차이즈 그램그램, 창고43 등을 인수하며 공격적 M&A(인수합병)를 통해 종합식품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최근에는 자체 족발브랜드 족발상회까지 론칭해 치킨 이외에도 소고기, 순대국, 족발 브랜드까지 보유하게 됐다.
bhc는 족발상회의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해 지난 5월 실적과 매장 수 등 업체 일반 현황 등이 담긴 정보공개서를 등록했다. 인수 대상인 아웃백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사양산업을 평가받는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왔다.
bhc도 지난해 매출 4000억원을 넘어서며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자신감을 얻은 상황이다. 지난 2013년 독자경영 이후 2014년 매출 1000억원, 2016년 2000억원, 2019년 3000억원을 잇따라 돌파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실탄도 넉넉히 확보했다. 지난해 말 연기금 온타리오연기금으로부터 3000억원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bhc관계자는 "본입찰에 참여한 상태는 맞지만 인수와 관련해 확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시대로 돌입하면서 각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이다”라며 “쿠팡과 마켓컬리 등이 규모의 경제를 증명한 만큼 향후에도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