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지난달 30일 예비 지점장들과 실시간 온라인 대화를 통해 하반기 전략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726/art_16251874743667_f8ca6e.jpg)
[FETV=권지현 기자] 은행들이 인사·조직 개편을 통해 올해 하반기 문을 열었다. 이들의 전략은 디지털 전환(DT)·전문성 제고·기업금융 강화 등 3가지 '공통분모'로 집약된다.
은행들이 올 하반기 디지털 전환에 집중한 데는 디지털 체제 '2기'가 시작됐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금융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이후부터 올 상반기까지가 디지털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1기'였다면 남은 하반기는 디지털 안착, 활용 등이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기업금융 강화의 경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가계대출을 늘리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하반기 은행 간 디지털·기업금융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하반기 정기인사를 시행,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지털 부문 인력 투자다. 스마트폰을 통한 디지털 금융이 일상이 된 환경을 반영, 정보통신기술(ICT)·미래 사업을 담당하는 부문에 대해 과감한 인력 지원을 단행했다. 특화 시장 맞춤형 전문가 육성을 위해 '특화마켓리더 제도'도 만들었다. 본인이 희망하거나 주변 동료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특화마켓리더가 공업·산업단지, 기관, 자산관리(WM) 등 원하는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하며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금융에 힘을 실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한은행은 기업영업단장을 신설, 기업고객 대상 전용 마케팅 등을 통해 기업금융 역량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담당 직원 동기부여를 위해 기업 업무 역량이 탁월한 지점장급 직원을 각 지역본부에 배치해 은행 내 기업금융 최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에 중점을 뒀다. 먼저 디지털 기기 등을 활용한 비대면 금융 선호고객 전담관리를 위해 '원(WON)컨시어지영업부'를 새로 만들었다. 원컨시어지를 통해 전담직원이 금융상담부터 상품추천·가입까지 영업점과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문성도 더했다. 디지털PB팀을 신설, 자산관리 전문상담 인력을 배치해 고객별 투자성향에 맞는 수준 높은 수준의 컨설팅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인력 확충과 조직 개편을 통해 미리 하반기 전략을 디지털·기업금융에 둔 바 있다. 삼성화재 디지털본부 출신인 김진현 본부장을 영입, DI추진단장으로 세워 인공지능(AI)을 연계한 데이터 수집·분석 능력을 높이고자 했다. 기업금융의 경우 플랫폼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기업금융플랫폼부'를 신설했다.
농협은행도 조직을 다듬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30일 하반기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며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을 위한 조직 신설이라 명명했다. 핵심은 3곳의 '융합센터' 신설이다. 농협은행은 스마트뱅킹, 기업디지털뱅킹, AI 등 융합센터 3개소 운영을 통해 고객 의견을 재빠르게 반영하는 등 고객 만족에 방점을 둔다. 특별히 기업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전담 센터를 만든 점이 눈에 띈다. 기업영업 확대 전략의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전문성 제고에도 집중했다. 소비자보호 관련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이번에 '소비자보호지원단'을 새로 만들었다.
기업은행은 같은 날 윤종원 행장이 직접 예비 지점장들과 소통에 나서며 하반기를 격려했다. 윤 행장은 이달 정기인사를 통해 신임 지점장으로서 첫 발을 내디딜 이들에게 먼저 기업금융 혁신에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기업금융은 기업은행의 '사명'임을 강조, 올 하반기 더욱 적극적으로 기업금융 시장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드러낸 셈이다. 이어 지속적인 디지털 전환 노력을 당부하며 올 하반기 본격적인 디지털 금융 전환을 예고했다. 특히 각 업무 부문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기존 관계형 금융에서 벗어난 실력 있는 금융 제공을 주문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은 코로나19 사태, 인터넷은행 출범 등으로 최근 1년 새 금융환경이 급격히 달라진 점을 감안해 디지털, 전문성 역량 강화 등에 중점을 뒀다"면서 "통상 은행들은 안정성을 중시해 변화·시류 등에 가장 늦게 합류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최근 하나같이 혁신을 외치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이는 기존 시스템을 고집하다가는 생존 자체가 힘들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의 방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