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요기요의 매각 프로젝트에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달 2번이나 본입찰 일정이 미뤄진데다 요기요 본입찰에 유력후보로 꼽혔던 롯데와 신세계가 모두 불참을 선언하면서 사모펀드간 경쟁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재벌기업이 나란히 등을 돌리면서 흥행몰이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2조원 상당으로 예견됐던 요기요 몸값도 덩달아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요기요 운영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 입장에선 악재를 만난 셈이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요기요의 몸값을 낮추거나 개별 협상을 선택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신세계 SSG닷컴, 롯데 요기요 본입찰 불참 최종 결정=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요기요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신세계그룹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깜짝 등장이 예상됐던 롯데그룹 역시 입찰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MBK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등 사모펀드 세 곳 정도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30일 "유통업과 배달 앱의 시너지 검토 후 요기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신세계그룹은 요기요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다. 신세계그룹은 약 3조4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이베이코리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이마트라는 오프라인과 온라인과의 통합으로 급변화하는 유통업계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SG닷컴 관계자는 "향후 성장 잠재성이 높은 다양한 플랫폼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입찰에는 불참했으나 본입찰에 깜짝 등장 가능성이 거론됐던 롯데도 결국 참여하지 않았다. 당초 이베이코리아를 놓친 롯데가 요기요에 자금을 투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역시 롯데도 시너지가 확실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당분간 롯데온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요기요 인수 시 롯데GRS, 롯데쇼핑 등 여러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요기요 인수전 초반 업계에서 롯데그룹이 원매자로 거론됐던 이유다. 그러나 현재 요기요가 배민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쿠팡이츠에게는 쫒기는 상황에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요기요 입장에서는 매우 급박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제시한 요기요 매각 1차 데드라인 시점은 오는 8월 초다. 6~7주내 새주인을 확정한 뒤 공정위에 매각 사실을 공지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면 시장 내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인수 조건으로 요기요 매각을 내걸며 ‘조건부 기업 결합 승인’ 방침을 내놨다. 매각 기한은 오는 8월 2일까지이며, 공정위와의 협의 하에 추가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 요기요 경쟁력 약화 지속...쿠팡이츠 추격 부담=실제로 요기요의 점유율은 수직 낙하 중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경기권에서 요기요의 점유율은 39%였으나, 올해 2월 27%까지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배달의민족은 59%에서 53%로 감소했고 쿠팡이츠는 2%에서 20%로 대폭 확대됐다. 요기요와 쿠팡이츠의 점유율 차이는 7%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다.
요기요의 시장 2위 지위는 불안정한데 인수 이후 추가 투자비용마저 필요하다는 점도 요기요의 몸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배달 시장의 점유율 다툼이 치열하기 때문에 인수 이후에도 라이더 채용과 물류시스템 확보 등 지속적인 자금 투자가 필요하다. 원매자 입장에서는 요기요에 거액을 베팅하기 꺼려질 수밖에 없다.
우아한형제들의 거래규모가 워낙 컸던 탓에 요기요 매각 지연에 따른 이행강제금의 규모도 상당하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시정조치를 받은 후 정한 기간 내에 이행을 하지 아니한 자에 대해선 매 1일당 일정금액(최대 결합금액의 0.03%) 범위내 벌금 등을 부과할 수 있다.
업계는 DH가 매각 주관사와 함께 인수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찾아 개별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본입찰 기한을 정하지 않고 인수 의사가 있는 후보들은 언제든지 제안서를 낼 수 있는 방식이다. 공정위에 매각 기한 연장을 신청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정한 매각 기한까지 매각이 불가능한 사정이 생길 경우 6개월 범위 내에서 1회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 MBK 등 사모펀드 유력후보로 등장...몸값 변수 여전=현재 가장 유력하게 언급되는 후보는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다. 이베이 본입찰을 건너뛴만큼 남은 기간 요기요 인수 적정성을 재검토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 요기요의 현재 몸값이 약 2조원 수준에서 형성된만큼 자금여력에서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와의 시너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노려 왔지만 실적 하락, 경쟁력 저하 등으로 기업 가치가 떨어져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부족한 온라인, 배송 역량을 강화해 홈플러스의 몸값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요기요를 인수하면 수익 창출과 홈플러스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홈플러스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오프라인 점포와 요기요의 라스트마일 배송 시스템과 연계해 고객주문 후 음식은 물론 마트상품까지 빠르게 배송되는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7월 통합GS리테일을 출범하고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GS리테일의 깜짝 등판 가능성도 남아있다. GS리테일은 요기요와 손잡고 일반인 배달 플랫폼 ‘우리동네딜리버리’를 운영하고 있고 GS홈쇼핑은 지난 4월 부릉(VROONG)' 서비스로 유명한 물류회사인 ㈜메쉬코리아의 지분을 인수하며 2대 주주에 올라서는 등 배송경쟁력 강화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메쉬코리아는 400개가 넘는 주요 도심 소형 물류거점(부릉스테이션)을 바탕으로 마이크로 라스트마일에 특화되어 있다.
다만 이베이코리아와 마찬가지로 최대 2조원에 달하는 요기요의 몸값은 여전히 부담이다. 요기요가 최근 쿠팡이츠의 거센 추격으로 예전과 같은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인수 후보자들과의 주도권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기준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민 59.7%, 요기요 23.8%, 쿠팡이츠 15.2%다. 현재 요기요 매각 금액 목표는 2조원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보다 매각 금액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요기요 가치 높이기 집중...쿠팡이츠 추격 부담=DH는 요기요의 매각을 앞두고 기업 가치 높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개발 인력을 집중적으로 확보해 기술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요기요는 지난달 연구개발(R&D) 조직을 최대 1000명까지 확대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으며, 전체 R&D센터 인력 평균 연봉 인상률을 예년보다 높게 책정해 최대 2000만원까지 인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국내 최초 배달앱 배달통과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빠른시간 내 배달하는 요마트 서비스에 대한 중단도 현재 논의 하면서 매각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요기요 기업가치를 최대한 인정받기 위해 이득이 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해 매출 3530억원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470억원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성을 내고 있다는 점은 매력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다. 유통업계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미래먹거리 찾기에 사활을 건 가운데 배달앱 2위 요기요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