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이가람 기자] 자본시장에도 메타버스 열풍이 불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추상의 ‘메타’와 세계·우주의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신조어다. 비현실과 현실이 뒤섞여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차세대 세상을 의미한다. 금융투자회사들은 메타버스 펀드를 출시하고 관련 기업들의 상장을 돕는 등 메타버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자산운용이 메타버스 테마와 연결고리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를 내놨다. 이 펀드는 클라우드컴퓨팅과 가상현실테마 등 2개의 집중투자그룹과 모빌리티‧온라인 게임‧온라인 페이먼트‧온라인 채널‧럭셔리 상품‧3차원 디자인 툴 등 6개의 테마로테이션그룹으로 분류된다.
KB자산운용도 글로벌 증권시장에 상장된 메타버스 대표주에 투자하는 ‘KB 글로벌 메타버스경제펀드‘를 선보였다. 투자 조건에 부합하는 200~300개 종목 중 하드웨어 등 산업별 분산도를 고려해 최종 30~50개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담는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유니티 등 정보통신기술기업(ICT)이 대표적이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이사는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 빠르게 진화하는 메타버스 경제 수혜주를 선별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메타버스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펀드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IBK투자증권은 메타버스 및 블록체인업체들의 회의체인 메타시티포럼과 함께 메타시티 내 지점 개설을 비롯해 메타버스를 접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메타버스와 밀접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 또는 서비스 플랫폼을 보유한 맥스트, 쓰리디팩토리, 엔피, 포아비포, 디어유 등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진행하고 있다. 상장주관사는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하루 빨리 성장 동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로 풀이된다.
메타버스가 미래 먹거리가 된 가장 큰 이유로 시장의 성장성이 꼽힌다. 지난 2019년 50조원이었던 메타버스 시장의 규모는 오는 2030년 170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최병근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초기 성장기에 진입한 메타버스는 향후 20년을 주도할 메가트렌드”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미래 금융소비자가 될 세대들이 기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게임을 이용하는 대신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다. 로블록스는 현재 월 사용자 수가 1억6000만명을 넘겼고 일 사용자 수도 420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 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의 사용자 수는 2억명을 웃돈다. 대다수가 10대(80%)다. 자녀들과 소통하려는 부모들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여기에 메타버스에서 벌어들인 가상화폐를 현금화할 수 있게 되면 가상세계의 또 다른 금융시장이 열리는 셈이니 이를 활용해 영업에 나서는 것도 가능해진다. 증권가에서는 놓칠 수 없는 신사업 영역인 셈이다.
관련주의 흐름도 긍정적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메타버스 대장주 로블록스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달 말일 주당 89.98달러를 기록했다. 상장기준가격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키움증권이 메타버스 수혜주로 거론한 네이버(+9.11%), 위지윅스튜디오(+13.54%), 자이언트스텝(+97.26%), LG이노텍(+8.37%) 등도 올해 2분기(4~6월) 동안 주가가 모두 상승했다.
이혜인·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실감형 콘텐츠 시장은 2019년 6048억원에서 2023년 5조8000억원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시현할 전망”이라며 “메타버스 관련주에 수혜 기대감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