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온라인 거래 플랫폼의 전산 오류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증권사의 전산 인프라 투자 의지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증권사 전산 장애 관련 민원은 254건 접수됐다. 지난해(193건)와 2019년(241건) 같은 기간의 민원 건수를 훌쩍 웃돈다. 잦은 시스템 오류에 금감원은 결국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대형 증권사 네 곳(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은 이 기간 HTS·MTS 관련 문제로 투자자들에게 18억5245만원을 배상했다. 배상건수만 1만9861건에 달한다.
주식 투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가 늘면서 HTS·MTS 사용량이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3월 말 기준 활동 중인 주식계좌는 4000만개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0% 가까이 증대된 규모다. 여기에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잇따라 진행되면서 공모주 광풍까지 불었다. 일반청약 기간마다 밀려드는 접속량을 이기지 못해 정황 설명과 사과를 담은 공지를 게시하는 것은 연례행사가 됐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은 이용자가 가장 많은 여섯 개 MTS 서비스 경험자 1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종합 만족도가 5점 만점에 평균 3.59점이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시스템 에러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들은 52.2%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자 두 명 중 한 명은 피해를 겪었다는 의미다. 로그인 불가가 64.6%를 기록했고, 매수·매도 시 오류 발생도 32.3%나 됐다.
증권사들은 올해를 '디지털 혁신 원년'으로 정하고 전사적 역량을 쏟을 것을 강조했지만 전산운용비는 오히려 축소했다. 전산운용비란 전산시스템 운영·사후 관리·인건비·회선비·수선비·고객정보보호 등에 사용되는 비용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58개 증권사들이 전산에 투자한 금액은 2018년 5419억원, 2019년 5368억원, 지난해 5802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판매관리비에서 전산운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7%로 전년 대비 0.4%포인트(p) 하락했다. 증권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줄줄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상황이라 더 아쉽다는 지적이다.
전산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 된다. 적절한 시기에 매매할 수 없어 자산 손실을 보게 되고, 보상 신청을 하려면 증거를 확보해 영업점에 제시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마저도 심사에 따라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빈번한 시스템 장애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부각이 됐을 뿐이지 거래 시스템 오류 관련 이슈는 꾸준히 발생했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대응에 무심했고, 몇 가지 요소를 수정하는 땜질식 처방에 그치거나, 간편함에 방점을 찍은 애플리케이션을 새로 출시해 이용량을 분산시켰다는 것이다. 당장 올 하반기만 해도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상장 대기 중이다. 아직 42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남아 있는 만큼 전산장애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HTS·MTS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서버량을 최대치로 늘린 데다가 서버 설치 및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주식 거래량이 언제 줄어들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증설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절대 서버 확충과 시스템 안정화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며 “전산 투자 비용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수익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났고 비싼 외주 대신 인력을 채용해 내부에서 처리하게 된 데에 따른 착시 현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