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권지현 기자] "경제 거래에서 중개인이 제공해오던 거래 신뢰를 중개인 없이 네트워크상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거래 신뢰를 확보하는 비용을 제로(0)화할 수 있음을 말한다. 인터넷의 발명으로 연결비용이 제로화되며 각 산업에선 새로운 형태의 재화와 서비스를 창출했다. 블록체인은 이를 넘어서는 인류 사회 대혁신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금융업권 중심의 기존 질서를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시티 조성 등 부를 생성하고 거래하는 많은 분야에서 인간의 사고 영역을 넓히고 막대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문영배 디지털금융연구소장)
누구나 들어는 봤지만 명확히 알기 어려운 '블록체인'.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블록체인 분야에서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펼치고 있다.
블록체인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발명하기 위해 2007년 고안한 기술이다.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이다. 여러 대의 컴퓨터가 검증해 해킹을 막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세상에 나온지 14년이 지났지만 블록체인은 최근에서야 각광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이 갖는 투명성, 분산성, 수정 불가능 등의 특성들이 여러 산업과 비즈니스의 융복합을 이루는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다. 특히 블록체인은 디지털 환경에서 스마트폰 등 기기 간의 신뢰를 확보하고 매개체 없이도 기기가 결제능력을 갖추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 인프라다. 디지털금융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보안과 속도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은행들이 앞다퉈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려는 이유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1년 새 총 5건의 블록체인 관련 행보를 보였다. 이 중 3건이 블록체인에 기반한 서비스 출시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하나은행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여기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자신들의 업무·상품에 정교하게 도입, 디지털금융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계산이 깔려있다.
신한은행이 출시한 대표적인 블록체인 서비스는 '간편 신원인증'이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쏠(SOL)에 분산신원확인 기술을 도입했다. '분산신원확인 기술'은 스마트폰에 신원 정보를 암호화해 저장한 후 개인정보 제출이 필요할 때 본인이 직접 개인정보를 선택해 제출하는 시스템이다. 다른 금융기관에 개인정보를 저장할 경우 별도 검증 없이 지문인증만으로 반복 제출이 가능하며 정보의 위변조 여부는 블록체인으로 검증한다. 신한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소상공인 정책자금대출에도 적용했다. 이에 고객은 기관과 은행을 덜 방문하고도 빠르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거버넌스 카운슬(이사회)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클레이튼 이사회는 플랫폼 기술·사업 등에 대한 방향과 안건을 결정,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은행 가운데 클레이튼 이사회에 참여한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신한은행이 참여를 결정한 계기는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자신들의 서비스에 접목, 블록체인 기술 도입과 생태계 조성을 주도해야 한다는 전략에서다. 지난 4월 헤데라 해시그래프 글로벌 블록체인 이사회에도 국내 은행 처음으로 합류해 활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은행도 블록체인 금융 생태계에 뒤처지지 않고자 앞다퉈 관련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얼마 전 출시한 고속도로 통행료 미납 납부·환불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했다. 이 서비스는 하나은행이 국민 편의를 위해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블록체인 기반 상호신뢰 통행료 정산 시범사업' 과제 참여와 한국도로공사와 체결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 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통해 이뤄낸 첫 결과물이다. 고객은 하나원큐 앱에서 본인 명의의 차량번호만 입력하면 미납 통행료 조회·납부와 환불 통행료 조회·입금 신청을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생활 밀착형 금융 서비스에 융복합, 서비스 차별화를 이룬다는 전략이다. 일상생활과 깊이 연관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정부의 블록체인 공공·민간 시범사업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관련 시범사업자에 선정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모바일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한 본인인증, 계좌조회, 결제 등의 금융 서비스는 앞으로 더욱 세분화, 고도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단계별로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초기 단계에서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비용의 중복 지출을 피하고 예산을 줄이는 방법"이라며 "이에 블록체인 기술 도입, 적용 등을 위한 은행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