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키움증권이 대규모 증자에 나섰다. 자본 확충을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발돋움한 뒤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키움증권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발행가 15만417원짜리 신주 265만9263주와 24만667원짜리 신주 16만6203주로 4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한다. 납입일은 오는 29일까지, 전환 청구 기간은 오는 2031년 6월30일까지다. RCPS는 만기에 투자자가 원금 상환을 요청하거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상 부채로 분류되지만 기업이 보유하고 있을 때는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키움증권이 RCPS 발행을 선택한 이유로 이율과 이익창출력이 꼽힌다. 대표적인 자본 증대 방법인 후순위채는 매년 자기자본인정 비율이 축소돼 안정성이 떨어진다. 신종자본증권은 이율이 높은 편이고, 유상증자는 유통주식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주식의 가치가 떨어진다. RCPS가 발행사 입장에서 가장 부담이 적은 셈이다.
투자자로 키움증권 최대주주인 주식회사 다우기술을 위시로 골든씨제일차주식회사,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 미래에셋증권, BNK투자증권,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신영증권, 신한은행, 에코세이지, NH투자증권, 우리금융캐피탈, 이베스트투자증권, KB손해보험, KB증권, 한국증권금융, 한화투자증권, 흥국생명 등이 참여한다.
키움증권의 RCPS 발행은 지난 2018년 이후 3년만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2018년 2월 발행가액을 10만7859원으로 설정해 329만3173주(3552억원)를 찍었다. 당시 한국증권금융,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지원했다.
올해 3월 말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별도 기준 2조7000억원이다.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면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어서게 돼 종투사 자격을 갖출 수 있다. 기업 신용공여, 전담중개 신용공여, 증권대차, 장외파생상품거래 등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자금 조달이 한층 수월해진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8개 증권사가 종투사로 지정돼 있다. 키움증권은 9번째 사업자로 합류하게 된다.
키움증권은 우선적으로 자기자본 한계로 감당하지 못했던 신용융자 수요를 소화해 신용융자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을 방침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분기 16%를 넘겼던 키움증권의 신용융자 점유율은 현재 9%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키움증권은 꾸준히 자기자본 규모를 확대해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기 신용을 바탕으로 단기금융상품인 발행어음 사업을 전개해 수익원이 브로커리지에 쏠려 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투자시장 일각에서는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 2분기 들어 일평균거래대금이 29조3000억원으로 직전분기 대비 23% 줄어드는 등 투심이 위축됐다. 이에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는 브로커리지 강자 키움증권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주식 매도까지 이뤄지면 주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장기적 호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이 종투사로 지정되면 대형증권사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며 “운신 폭이 넓어져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발행 조건이 기존 주주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며 “오히려 최근 선보인 온라인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가 주가에 더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한편 키움증권은 이날 오전 10시 35분 기준 전장 대비 500원(+0.38%) 오른 주당 13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