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 막판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신세계그룹과 인수전을 펼친 롯데그룹의 다음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그룹이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의지를 밝힌데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준비한 인수자금을 통해 요기요 등의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강희태 유통BU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최고경영진도 이베이코리아 본입찰 직후 기업 인수합병(M&A)를 비롯한 투자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세계그룹과 쿠팡 네이버가 빅3를 구축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전통의 유통강자 롯데그룹이 어떤 카드를 선택할지 주목된다.
◆ 롯데그룹,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서 신세계에 밀려...3조원 안팎 제시=지난 17일 진행된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서 롯데그룹은 4조원대를 제시한 신세계그룹의 경합에서 밀렸다. 롯데그룹은 3조원 초반대의 입찰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자금력과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 등을 종합해볼 때 롯데그룹을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 봤다. 롯데그룹이 이베이 출신의 나영호 대표를 영입하고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투자하는 등 이커머스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거래액이 20조원으로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에 이어 이커머스 부문 국내 3위를 다투는 업체다. 이베이코리아 M&A를 통해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을 확보한다는 것이 롯데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실사가 진행되면서 이베이코리아와 시너지 효과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이미 오픈마켓 서비스를 도입한 롯데온과 사업영역이 겹치는 이베이코리아에 수조원을 투입하기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네이버·쿠팡에 이어 국내 이커머스 3위, 오픈 마켓으로는 1위 업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안정적인 사업구조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최근 3년 거래액은 약 17조원 선에서 정체 중이고, 이익률은 2015년 10.0%에서 2016년 7.7%, 2017년 6.5%, 2018년 4.9%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6년 670억 원에서 2018년 485억 원까지 떨어졌다. 이커머스 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지만 성장성이 담보되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 롯데그룹 M&A 지속 추진 의지...티몬, 요기요 등 다시관심=당장의 인수전에서는 밀렸지만 롯데그룹이 투자의지를 완전히 꺾은 것은 아니다. 본입찰 직후 롯데그룹은 인수전 전략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계속해서 M&A를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검토 결과 당초 기대보다 당사와의 시너지가 크지 않고, 인수 이후 추가 투자 및 시장 경쟁 비용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 관점에서 인수 적정 금액을 산정했다”며 “아쉽지만 e커머스 시장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가치 창출 방안을 지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A를 비롯한 외부와의 협업 등도 계속해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우선 자체 플랫폼인 롯데온의 강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나 부사장이 이베이코리아에서 '간편결제'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이끈 베테랑인 만큼 롯데온 체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온은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식품과 패션에 집중할 방침이다. 롯데온은 식재료 전문관인 '푸드온', 패션 전문관인 '스타일온' 등 각종 전문관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그간 롯데온은 지난해 4월 출범 이후 줄곧 '꼭 써야 할 만한 특징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차별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업계에서는 이달말로 다시 일정이 연기된 요기요 본입찰에 롯데그룹이 등장할지도 주목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고배를 마신 신 회장이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과감한 베팅 카드를 뽑아드는 등 공격적 행보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글로벌 본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는 최근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를 통해 인수 적격후보(숏리스트) 5개사에 요기요 본입찰 마감을 연장한다고 통보했다. DH는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방침에 따라 요기요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시한은 오는 8월 3일이다. DH는 지난달 4일 진행한 예비입찰을 통해 신세계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베인캐피털 등을 적격 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유통시장 인수·합병(M&A)의 최대어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이 요기요 매각 일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요기요 입찰전 상황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확정하면 자금 부담을 고려해 요기요 인수전에서는 발을 뺄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요기요 인수시 롯데GRS, 롯데쇼핑 등 여러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요기요 인수전 초반 업계에서 롯데그룹이 원매자로 거론됐던 이유다. 예비입찰에서는 지나친 몸값 대비 이점이 적다는 이유로 예비입찰에 불참했으나 이베이코리아 입찰 경쟁에서 밀린 만큼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이 요기요를 인수하면 외식사업을 영위하는 롯데GRS, 세븐일레븐·롯데마트·슈퍼 등 오프라인 매장, 이커머스 ‘롯데온’까지 ‘퀵커머스’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도 유력후보로 점쳐진다. 이베이 본입찰을 건너뛴만큼 남은 기간 요기요 인수 적정성을 재검토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 요기요의 현재 몸값이 2조원 수준에서 형성된만큼 자금여력에서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신세계-네이버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협업도 관심=신세계-네이버 동맹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합종연횡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윤풍영 SK텔레콤 CFO는 지난 14일 투자자·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회사 분할에 대한 투자자설명회(IR)에서 "하반기에 롯데·홈플러스와 여러 협력 방안을 열어 놓고 이야기 하려 한다"고 했다.
신세계가 CJ와 네이버와 손잡고 반(反) 쿠팡연대를 구축한 만큼 연내 롯데, 홈플러스와 동맹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을 암시한 셈이다. 신세계와 네이버는 지난 3월 25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통해 강력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 지분 맞교환으로 사업 협약을 맺고 최강 연합군을 결성한다"며 "온·오프라인 유통 최강자로 재탄생, 유통 시장을 압도한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온·오프라인 커머스 영역 확대를 비롯해 물류 경쟁력 강화, 신기술 기반 신규 서비스 발굴, 중소셀러 성장 등 유통산업 전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자존심을 구긴 롯데그룹이 향후 어떤 전략을 통해 유통공룡의 자존심을 회복할 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