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은행들이 올 1분기 최고 순익 달성에 이어 2분기에도 높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주가도 52주 신고가에 진입해 한마디로 요즘 같은 때가 없죠" (시중은행 관계자)
은행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수익성·시장평가·신용등급 '세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4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평균 32.4% 올랐다. 약 112거래일 만에 거둔 성과로 은행주가 이처럼 단기간 내에 30% 이상의 상승폭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개 은행주들은 골고루 상승했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 하나금융지주가 4만6000원을 나타내 1월 4일(3만3450원)보다 37.5%(1만2550원)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KB금융지주는 5만6900원으로 올 첫 거래일(4만2450원)보다 34%(1만4450원) 올랐으며, 같은 기간 신한지주는 3만1550원에서 4만2000원을 나타내 33.1%(1만450원) 상승했다. 우리금융지주는 9510원에서 1만1900원으로 25.1%(2390원) 올랐다.
이번 상승세로 KB·신한·하나금융은 주가 앞자리 수가 바뀌었으며, 우리금융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적정 주가(1만2000원 수준)에 초근접하게 되면서 '완전 민영화'에 대폭 가까워졌다.

은행주들이 이처럼 전례 없는 상승세를 탄 것은 이들이 앞서 거둔 호실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대 시중은행은 올해 1분기(1~3월) 1년 전보다 평균 10.7% 늘어난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가장 크게 순익이 증가한 곳은 국민은행이다. 올 1분기 국민은행은 6886억원의 순익을 내 1년 전(5863억원)보다 17.4%(1023억원) 늘었으며, 신한은행은 6564억원을 기록해 전년(6265억원)보다 4.8%(299억원) 늘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올 1분기 각각 5755억원, 5920억원의 순익을 달성해 1년 전보다 3.8%(209억원), 17%(860억원) 성장했다. 이에 작년 1분기에는 신한은행을 제외한 3곳은 순익이 6000억원을 밑돌았으나 올해는 평균 6200억원을 거둔 것에 더해 분기 순익 7000억원 수준도 바라보게 됐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은행주는 코스피 대비 17.6%포인트 초과수익을 달성했다"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았던 가운데 금리 반등, 1분기 호실적 등이 주가 상승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순익 상승은 신용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수익성 향상이 국내 은행들의 체질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우리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우리은행 자체 신용등급 역시 bbb+에서 'a-'로 올렸으며 등급전망도 기존 긍정적(Posi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또 다른 세계적인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이달 국민은행, 신한은행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 전망 등을 반영해 장기 은행예금 및 선순위 무담보 채권등급을 'Aa3'(우수한 상태·투자적격)으로 재확인했으며, 등급 전망은 '안정적'을 부여했다.
금융권은 은행들의 순익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조달금리 하락으로 올 2분기 순이자마진(NIM) 개선 효과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표적인 은행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8% 후반대로 예상된다. 이는 4년 만의 상승 전환으로, 지난해 국내 은행의 ROE는 5.63%였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들의 5월 중 NIM이 예상보다 더 크게 상승한 것으로 추정돼 2분기 NIM 상승폭도 예상치를 상회할 전망"이라며 "2분기 영업일수가 1분기보다 많은 기저효과에다가 NIM 개선 폭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2분기 순이자이익 증가 규모도 기대치를 상당 폭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증시에서의 호조세도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오는 9월 말 종료되지만 은행들이 이미 코로나19 충당금 적립을 마친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의 현 주가는 일부 대손비용 악화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어 하반기 시장의 부실 발생 우려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