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증권사들이 외화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해외 진출 가속화로 외화 관리 필요성이 부각되고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로 자금 조달의 적기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가 최근 2억7000만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이란 만기가 없는 채권으로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지급하면 되는 금융상품이다. 주로 초대형 프로젝트를 위해 장기간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경우에 발행한다. 신한금융투자가 달러채 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채권을 신한금융지주가 인수해 신한금융투자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주관사단을 선정한 뒤 외화채 발행 시기, 형태, 금리 등을 조율할 것으로 전해진다. 또 지난 3월 개발한 외화채권 온라인 중계 시스템을 개선할 예정이다.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 조정, 화면 구성 변화 등이 예고돼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외화채 발행에 착수했다. 올 하반기 내 5억달러 안팎의 유로본드(RegS)를 발행해 아시아와 유럽 투자자를 공략한다.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상향한 만큼 자금 모집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달러채를 찍었던 미래에셋증권도 다시 한 번 외화채 시장을 찾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11월 3억달러짜리 채권이 만기를 맞이함에 따라 차환용 물량을 마련해야 한다.
증권사들이 해외채를 발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화 수요 증가와 글로벌 투자시장 진출이다. 해외 사업 영역이 넓어지면서 자금 조달처 확대 전략도 필요해졌다. 환율 등 외화채 발행 여건이 개선돼 투심이 모이고 있는 점도 호재다. 통상적으로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가산금리는 낮아진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1296원까지 뛰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1.1%)으로 제시하면서 올해 초 1085원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지난해 상반기 발행한 5년물 달러채 가산금리는 130~170bp가량이었는데 하반기 발행한 5년물 달러채 가산금리는 80bp 안팎에서 결정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벤치마킹하는 미국 국채 5년물의 금리 추세를 반영했을 때 저렴한 편에 속했다”며 “헤지와 리스크 부담을 덜어내면서 흥행에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있다. 바로 금리 상승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주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식에서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하겠다”고 밝히고,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 또한 “한두 차례 금리 인상을 긴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선·김태현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1월부터 내년 1분기와 3분기 등에 걸쳐 금리 인상 논의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은의 연속적인 금리 인상 시그널 제공으로 향후 국고채 3년 움직임은 투자시장이 예측하는 금리 인상 횟수와 기준금리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