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김대환 삼성카드 부사장, 김유상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사장. [사진=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11249/art_16391169331148_31676b.png)
[FETV=이가람 기자] 1960년대생, SKY, 상경계, 공채, 재무전문가, 구원투수.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공통점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단연 ‘재무’다. 삼성그룹 계열사 사령탑은 대부분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금융사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 이끌고 있다.
전영묵 삼삼생명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김대환 삼성카드 부사장, 김유상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사장이 대표적이다. 전 사장과 장 사장은 삼성증권에서 김 부사장은 삼성생명에서, 김 사장은 삼성자산운용에서 각각 경영지원실장을 지냈다. 이들은 업권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리스크 관리 능력 등을 기반으로 불안정했던 회사를 경영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으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비상사태 해결사
삼성생명이 발칵 뒤집혔다. 2019년 말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2525억원으로 전년(2조5833억원) 대비 51% 이상 폭락하면서 당기순이익도 6800억원 넘게 줄었기 때문이다. 초저금리에 따른 운용 수익률 악화가 원인으로 거론됐다.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전 사장이 선임됐다. 삼성생명 측은 보험시장 침체로 인해 영업부의 매출 기여가 둔화되고, 저금리 지속 및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으로 자산운용이 더욱 중요해져 전 사장을 추천했다고 전했다.
전 사장은 1964년생으로 원주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거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보험업 한 우물을 마시다가 2008년 상무로 내정되면서 임원 명찰을 달았다. 그러다 자리를 옮겨 삼성증권에서 경영지원실장과 부사장, 삼성자산운용에서 CEO를 역임했다. 그러다 삼성생명으로 돌아온 전 사장은 실탄 보유 목적으로 자산규모 확대에 돌입했다.
결과적으로 전 사장의 전략은 먹혔다. 지난해 말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310조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11개 일반손해보험사의 총자산을 모두 합산한 316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운용자산은 249조원에 이른다. 1분기 309조원이던 삼성생명 총 자산은 2분기 317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1조3705억원으로 전년(1조516억원)과 비교해 30.31% 증가했다.
●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장수 CEO 반열 합류할까
삼성증권은 2018년 4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임직원에게 28억1000만원을 현금 배당하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실수로 28억1000주의 주식을 착오 입고했다. 당시 삼성증권이 주당 3만90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었으니 단순 추산하면 112조6985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주식을 받은 직원 일부가 주식 매도(501만주)에 나서면서 삼성증권의 주가가 순식간에 12% 가까이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것이 바로 유령주식 사건이다. 삼성증권의 대표이사였던 구성훈 사장은 사과문을 게재한 뒤 사임했다. 이때 부사장이었던 장 사장이 직무대행으로 빈자리를 메웠다.
장 사장은 1963년생으로 올해 59세다. 연세대 경제학과에서 학사학위와 미국 위스콘신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삼성증권에 입사해 기획팀, 리스크관리팀, 인사팀, 상품지원부, 경영지원실 등을 거쳤다. ‘정통 삼성맨’으로 쌓아 온 업력을 바탕으로 대표이사직을 대행하면서 고객 불편 해결, 주주 피해 최소화, 경영 안정화를 통한 신뢰 회복에 힘썼다. 장 사장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전산시스템을 수정하고 검증단을 구성해 다중의 감시 체계도 마련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장 사장 체제에서 삼성증권은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증권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2018년 3340억원→2019년 3918억원→2020년 5077억원으로 장 사장 임기 내내 신기록 경신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증권가를 뒤흔들었던 사모펀드 사태도 피했다. 올 1분기에도 2890억원의 분기순이익을 시현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등 증권시장이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쌓아 온 삼성증권의 리테일 영향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김대환 삼성카드 부사장, 과감한 체질 개선 성공
삼성카드 대표이사는 녹록한 자리가 아니었다. ‘삼성의 금고지기’로 불렸던 최도석 전 부회장이 2011년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 뒤이어 최치훈 현 삼성물산 사장이 영입됐지만 임기 초부터 상품 표절 의혹 및 자영업자 단체에 거짓 공문 발송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나마 원기찬 전 사장이 6년 동안 삼성카드를 지휘했지만 꾸준한 실적 증대에는 실패했다.
이때 김 부사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1963년생인 김 부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이래로 개인영업지원팀 부장, 마케팅그룹 상무,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추진팀원, 경영지원실 상무‧전무로 재직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및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위축되는 등 카드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CEO가 된 김 부사장은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먼저 캐시백 이벤트와 같은 고비용·저효율 마케팅을 축소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는 김 부사장이 재임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398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5.88% 늘었다. 순이익이 2017년 3867억원→2018년 3452억원→2019년 3441억원으로 악화되고 있었던 상황에서 보여준 놀라운 성과다. 영업이익도 2017년 이후 3년 만에 5000억원대(5342억원)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 10년 사이 반 토막 났던 주가도 김 부사장 취임 직전 3만2950원에서 이날 3만3950원으로 3.03% 상승 마감했다. 올 1분기 분위기도 좋았다. 삼성카드는 전년 동기(1121억원)보다 23.37% 오른 1383억원의 분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
● 김유상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사장, 재정과 마케팅을 모두 알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 대한 운용업계의 평가는 ‘몸집은 작지만 전문성이 강한 회사’다. 삼성자산운용의 자회사로, 액티브 주식형 펀드 운용과 투자자문·일임을 전담하고 있다. 액티브 펀드란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금융상품이다. 그만큼 펀드매니저들의 역량이 부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총운용자산(AUM)은 6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삼성액티브운용이 2017년 분사 당시 자본금이 300억원, AUM이 4조원 이하였던 것을 고려하면 급성장한 셈이다.
삼성액티브운용의 수장은 김유상 사장이다. 김 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삼성생명에 들어간 뒤로 삼성화재 보상기획팀장, 삼성자산운용 CFO‧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으로 재근했다. 액티브 펀드보다 패시브 펀드의 시장점유율이 훨씬 높은 상황에서 액티브 펀드의 존재감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책을 맡을 인물로 재무와 마케팅 두 분야에 대한 지식을 두루 갖춘 김 사장이 적합했다는 후문이다.
취임한 지 반년이 흐르는 동안 김 사장은 리서치센터와 운용본부가 원활한 소통을 통해 투자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발전시켰다. 자본시장의 이슈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반영하는 사회책임투자 개념을 투자 프로세스에 적용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