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컨테이너 운임지수가 또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운임료가 높아진 만큼 컨테이너 국적 선사인 HMM의 실적도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증권업계에서는 HMM이 2분기에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황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올해 얼마 만큼 벌어들일지 기대감이 부푼 상태다.
하지만 역주행하는 주가 때문에 투자자 근심이 갈수록 깊어지는 실정이다. 52주 신고가를 세우며 파죽지세로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연일 하향곡선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HMM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전환사채(CB)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럴 경우, HMM의 재무상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여 향후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해운운임 사상 최고…미주지역 매출 높은 HMM, '방긋‘=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주 3613.07를 기록하며 전주대비 117.31포인트 상승했다. 1년 만에 4배 이상 오른 것으로 지난 2009년 10월 집계 이후 역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미주 동안 운임은 FEU(40피트 컨테이너 1개) 당 8475달러를 기록하며 1분기대비 2배 이상 급증하는 등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또 서안 운임도 4826달러를 나타내 전주대비 410달러 올랐다. SCFI는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지수를 뜻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40%에 달하는 9286억원을 미주 지역에서 벌어들였다. 아시아에서 미주서안으로 이동하는 HMM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9년 7.3%에서 2018년 6.8%, 1분기에는 6.5%까지 떨어졌음에도 상승폭이 1년새 115%를 웃돌았다. 급증한 운임으로 직접적인 수혜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운임이 급격히 상승한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온 비대면 수요의 영향 등이 컸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선박 발주는 늦어진데 반해, 수출을 위한 선박도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나서고 있어 운임 상승을 부채질 하게 됐다.
미주 지역은 항만 체선(滯船)과 내륙의 물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경기 회복이 진행되고 있어 당분간 시황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CFI는 선박공급 부족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워 운임은 지속 상승할 것”이라며 “컨테이너 해운은 예상치 못했던 펜데믹 수혜업종으로 이러한 수혜가 다른 산업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서프라이즈의 연속”이라고 평가했다.
◆주가는 ‘역주행’, 산은이 보유한 CB영향 큰 듯=HMM은 지난 1분기, 운임 상승과 물동량 증가에 따른 컨테이너 적취량이 늘어나면서 1조1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전체 실적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회사가 2분기에도 1조원이 넘는 흑자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HMM은 올해에도 코로나19 특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주가는 역주행 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은 7일, 4만23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거래일 대비 3050원 감소한 것으로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나타냈다. 지난달 27일에는 52주 신고가(5만600원)를 경신하며 1년 사이 주가가 835% 이상 치솟았지만 신고가를 경신한 이후 이달 7일까지 하한가만 6번을 기록했다.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전환사채(CB) 때문으로 풀이된다. CB는 다른 채권과 달리 만기일이 되면 채권을 받은 주체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6000만주의 CB는 약 3000억원으로 평가되는데 오는 30일 만기를 앞두고 있다.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CB에 7일 종가를 적용하면 평가금액은 2조5770억원에 달한다. 산은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이를 모두 시장에 내다팔면 2조5000억원에 달하는 평가 차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번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HMM의 주식수가 늘어나고 이를 대량 매도할 경우 주가가 떨어질 우려가 있어 투자자들은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하고 있는 상태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전환사채가 전환되면 10%의 주가 희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B 전환에도...HMM 재무상태는 개선=현재 산은이 보유한 CB의 전환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평가 차익을 기대할 수밖에 없지만 오버행(잠재 매도물량) 이슈가 있을 수 있고 국책은행이이라 일반 투자자들의 반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산은의 보유 지분은 12.61%에서 25.9%까지 올라 ‘1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은행법상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는 점도 고심거리다.
HMM은 1분기, CB로 인해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전분기 대비 800배 이상 오른 8757억원을 회계처리 했다. 실제 현금유출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CB에 부여된 전환권보다 주가가 오르면서 이에 따른 차액을 평가손실로 반영한 것이다. 회사가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의 15%에 불과한 1540억원에 그친 이유다.
업계에서는 일단 산은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평가 차익을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CB가 전환되면 파생상품 평가손실은 자본금으로 바뀌게 되고 1분기에만 943억원에 달했던 이자비용도 줄어들어 당기순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EPS(주당순이익)가 높아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투자자들에게도 호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PER(주가수익률)가 과대평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점진적인 SCFI 운임 하락을 가정한 HMM의 2021년 예상 EPS는 평가손실을 제거하고 CB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감안했을 때 4965원으로 PER(주가수익률)는 9.6배”라며 “글로벌피어(5.7배) 대비 고평가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