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쿠팡과 함께 국내 소셜커머스 시대를 연 티몬과 위메프가 모두 수장교체 승부수를 던졌다. 쿠팡을 필두로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실적 개선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티몬은 올해 상장을 예고한만큼 더욱 실전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베이코리아 본입찰 이후 이커머스 시장이 다시 재편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티몬과 위메프가 실적개선의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10여년간 티몬 이끌어온 유한익 의장 공식 사임=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이진원 전 대표에 뒤를 이어 전인천 신임 대표가 선임된 가운데 지난 2012년부터 티몬에서 사업을 이끌어온 유한익 전 티몬 이사회 의장까지 티몬을 떠나면서 새로운 시작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유 전 의장은 지난 1일 공식적으로 티몬에서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의장은 쿠팡과 티몬을 두루 거친 모바일 기반의 국내 이커머스 1세대 인물로 2010년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쳐 2011년 쿠팡의 창립을 함께했다. 이후 2012년 티몬의 모회사 리빙소셜의 동아시아 전략 책임자로 입사했다.
유 의장은 지난해 말까지 티몬이 추진하던 롯데그룹과 인수합병이 결렬되면서 티몬 대주주인 사모펀드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장은 라이브커머스 중심의 쇼핑 플랫폼 창업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티몬은 지난달 12일 이진원 전 대표에 뒤를 이어 전인천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면서 체질개선과 함께 본격적인 실적개선에 나서고 있다.
전 신임 대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CFO를 지내다 지난해 11월 기업공개(IPO) 작업을 이끌 책임자로 티몬에 영입됐다. 전 신임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티몬은 영업손실을 줄여가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준비 중인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계속해서 혁신적이고 탄탄한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6월 취임한 이 전 대표는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말까지 고문으로 회사에 남아 신임 대표와 회사 업무를 도울 예정이다.
◆ 마이너스 수수료, 배달앱 등 기업가치 높이기 총력전=일각에서는 티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장이 모두 회사를 떠나면서 상장작업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티몬은 지난해 4월 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하고 IPO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지난해 매출이 1512억원으로 전년보다 12% 감소했고 목표했던 흑자전환에도 실패했다. 이에 대해 티몬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것"이라며 "상장 준비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티몬은 신임 대표와 함께 상장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몬의 지난해 매출은 1512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감소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시장은 성장했지만, 해외여행과 공연 등의 부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입은 영향이 컸다.
영업손실은 631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다만, 적자 폭을 전년(746억4000만원)보다 15% 줄였다. 당기순손실도 702억8000만원으로 41% 개선했다. 자본잠식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티몬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6189억원이다. 다만 올해 1분기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305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완료하며 자본잠식 규모는 줄어들었을 전망이다.
티몬 관계자는 "지속적인 체질 개선으로 3년 연속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큰 폭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며 "올해는 핵심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등으로 더욱 개선된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은 줄었지만 적자 규모 줄이기에는 성공한 티몬은 올해 투자유치와 더불어 마이너스 수수료를 도입하는 등 본격적인 상장레이스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은 티몬이 출혈을 감수하더라고 고객잡기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티몬이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티몬은 파트너사의 판매수수료를 ‘-1%’로 책정하는 새로운 개념의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을 4월 1일부터 도입했다. 수수료를 0%로 낮추거나 부분 감면하는 기업들은 더러 있지만 마이너스 수수료를 내걸어 판매수수료를 환급해 주는 것은 티몬이 처음이다.
◆ 위메프 하송 체제서 분위기 반전 노린다...체질개선 박차=위메프도 2월 하송 대표를 선임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하송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철저하게 사용자(user)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선언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박은상 전 대표의 부재로 모든 투자 계획이 꼬이면서 제대로 코로나19 시대에 대응하지 못한만큼 수익성 개선을 위한 체질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약 두 달간 시범 운영 기간을 거친 무료 멤버십 ‘VIP클럽’을 본격 시행했고, 판매자 대상으로는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을 펼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조직문화 개선에 나서 직급제를 폐지하고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했다. 개인별 등급 평가제도를 없애는 한편 함께 일하는 동료 간 코칭 문화를 조성하는 ‘WEVA(W Employee Value Add) 1.0’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또한, 본인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도록 상향평가 ‘키퍼 테스트(Keeper Test)’도 도입했다.
하 신임 대표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원더홀딩스 이사 등을 거쳐 2015년 위메프에 합류했다. 이후 마케팅, 사업 분석, 직매입, 물류 업무 등을 총괄했다. 2017년부터는 전략사업부문을 맡아 플랫폼 및 신사업 개발, 제휴 사업 등을 주도했다. 또 지난해 8월부터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사용자 편의를 위해 UX, UI를 개선한 데 이어 갤러리아백화점, GS프레시(마트) 등 다수 브랜드를 자사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위메프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7% 감소한 386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40억 원으로 전년(757억 원)보다는 줄었으나 지난 2018년(496억 원)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여행, 공연 등 핵심 카테고리가 전년에 비해 크게 위축된 데다, 직매입 상품 비중이 낮은 사업 구조에 발목이 잡혔다.
2019년 약 3700억원에 달하는 운영자금을 투자받으며 과감한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수장공백을 여실히 느끼면서 지지부진한 한해를 보냈다. 하 대표는 "업계 최고 수준 큐레이션 서비스를 더 강화해 나갈 것이며, 철저하게 사용자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게 기술 고도화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 위메프 플랫폼화 도전...포털식 최저수수료 정책도입=지난 21일에는 오픈마켓 방식의 차등수수료를 폐지하고 포털방식의 최저수수료 정책을 도입하면서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화도 선언했다. 위메프는 지난 2월부터 테스트해온 신규 파트너社 대상으로 한 포털 서비스 방식의 수수료 정책에 대한 시범 운영을 끝내고, 앞으로 플랫폼 최저 수수료율인 2.9% 정책을 정식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위메프가 도입한 2.9%의 수수료율에는 PG수수료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들과 비교해도 업계 최저치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포털 기반 플랫폼 사업자는 매출 연동 수수료 외에 별도의 결제 수수료 등을 더해 5% 이상의 수수료를 적용한다. 위메프는 포털 방식의 최저 수수료 도입과 함께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들의 상품별 차등 수수료 체계도 무너뜨렸다.
위메프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내부 구성원은 물론 위메프 유저에게 새로운 가치를 더할 강도 높은 개선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안으로는 일하는 문화를 정립하고, 밖으로는 소비자와 위메프 입점 파트너사 모두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