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올해 1분기(1~3월)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직원 생산성이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사업 추진·확대력 등에서 시중은행들이 카카오뱅크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생산성에서 카카오뱅크보다 낮은 수치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영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은행들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직원 1인당 평균 충당금적립전이익(충전이익)은 7500만원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 직원들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1인당 충전이익'은 은행이 거둔 총 영업이익에서 판매·관리비를 제외한 금액을 국내 직원 평균으로 나눈 값이다. 충당금이나 자산규모 변동 등이 반영되는 당기순익에 비해 개별 은행의 영업 경쟁력을 더 잘 보여준다.
4대 은행은 올 1분기 1인당 평균 충전이익 5950만원을 기록했다. 1인당 충전이익이 가장 큰 곳은 6200만원을 기록한 국민은행이다. 그 뒤를 신한은행(6100만원), 우리은행(5800만원), 하나은행(5700만원)이 따르고 있다. 카카오뱅크와는 최대 1800만원 차이가 났다. 4대 은행이 모두 생산성 지표에서 카카오뱅크에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은행 관계자는 "업계 '메기'를 넘어서 강력한 경쟁자가 된 카카오뱅크임을 요즘 들어 더욱 실감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최근 몇 년 새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으나 이제는 국내 경쟁력을 지키기에도 힘이 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직원 1인당 충전이익(1분기 기준, 단위: 억원). [자료=은행연합회]](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623/art_16230246999655_ee35f7.png)
시중은행의 위기의식은 카카오뱅크의 가파른 '성장세'에서 비롯된다.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1인당 충전이익은 1년 전(3800만원)보다 무려 97.4%(3700만원) 폭증했다. 2019년 1분기 2700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2년 만에 3배 가까운 충전이익을 달성한 셈이다. 그만큼 생산성이 좋아졌다는 뜻으로, 은행권을 넘어 금융권 전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증가세다. 카카오뱅크의 국내 영업점이 1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눈에 띄는 급증세라는 평가다.
그렇다고 4대 은행의 생산성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국민은행의 1인당 충전이익은 전년 동기(5500만원) 보다 700만원 늘었으며,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300만원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1년 전(4800만원) 보다 1000만원 올라 4대 은행 중 가장 큰 증가폭을 이뤘다. 하나은행은 유일하게 소폭(100만원) 하락한 5700만원을 기록했다. 이에 은행들은 1년 전(5475만원)보다 8.7%(475만원) 증가한 1인당 충전이익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는 카카오뱅크 증가분의 약 11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4대 은행들이 직원 수를 대폭 줄인 결과다. 4대 은행은 지난 1년 동안 평균 약 560명의 직원이 줄어들었다. 국민은행은 올 1분기 전년보다 700명 감소했으며,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205명 줄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641명, 692명 감소했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직원 수를 늘리고도 1인당 생산성이 크게 올라간 것과 대조적이다.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직원 수는 925명으로 전년 동기(793명)보다 132명 늘어났다.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지금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카카오뱅크가 은행권 처음으로 분기 기준 1인당 충전이익 1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올해 은행들이 영업 경쟁력 등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비용절감 수준에서 벗어나 신사업 진출 등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직원·영업점 수 감소로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4대 은행들은 지난 1년 동안 직원 2238명, 영업점 131개를 줄여가며 생산성 향상에 힘썼지만 오히려 1인당 충전이익에서 카카오뱅크에 평균 1550만원 밀렸다.
영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은 시작됐다. 기존 여·수신에 국한된 사업구조를 탈피하고자 비금융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비금융 신사업을 본격 진행하고자 'O2O(Online to Offline) 추진단'을 만들었다. O2O는 모바일 앱으로 음식 주문, 택시 호출, 숙박 예약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배달의민족, 카카오택시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은행은 새로운 부동산 정보 플랫폼 '리브부동산'을 출시했으며, 하나은행은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 플랫폼 '원더카 직거래' 서비스를 내놓았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를 선보였다. 모두 은행이 전통적으로 갖고 있는 기술, 시스템, 프로그램 등에 구속 받지 않는 결과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를 생각하면 더 이상 4대 은행끼리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면서 "영업 경쟁력을 높일 수만 있다면 기존 사업 부문이나 금융업 여부를 따지지 않고 무엇이든 주도적으로 적극 도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