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창수 기자] 지난달 재점화한 메디톡스와의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분쟁’이 잠시 주춤하는 가운데 대웅제약이 사업다각화를 통한 분위기 반전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반려동물용 당뇨병 치료제, 탈모환자용 주사제 등 미개척 분야의 의약품이 대웅제약이 사이클을 맞추는 주파수다.
대웅제약은 이같은 의약품 시장이 향후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될 것이란 관측을 보내고 있다. 황금시장으로 전망되는 틈새형 의약품 시장을 선점해 황금시대를 구가하겠다는 게 대웅제약 전승호 대표의 '포스트 보톡스' 필승 전략이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메디톡스와의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 소송 분쟁이 다시 번지며 서로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이달들어 논란은 다소 잠잠한 상황이다.
대웅제약은 현재 반려동물 당뇨병 치료 신약을 비롯, 탈모 환자들이 주사를 자주 맞을 필요가 없는 장기지속형 탈모 주사제 개발 등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모두 시장 수요가 많고 아직 확실한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블루오션’ 영역이다. 한편 대웅제약은 지난해 ‘코로나19 쇼크’를 극복하고 올해는 전년대비 5배에 달하는 영업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출시대기 중인 제품 라인업으로 더욱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 ‘보톡스 분쟁' 공방전 재점화…6월들어 소강 상태 지속=지난 2월 메디톡스-엘러간-에볼루스 3자간 합의로 잦아드는 듯 보였던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톡스 공방전이 5월 막바지에 재점화했다. 지난달 17일 메디톡스가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대웅제약과 파트너사인 이온바이오파마를 제소하겠다고 나선 것. 이에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주장을 일축하는 입장을 밝히며 반박했고 이후 수일간 양측은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급기야 지난달 27일에는 대웅제약 측이 FDA(미국 식품의약국)에 메디톡스의 보톡스 관련 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를 당한 ‘전력’이 있는 만큼 FDA에 제출한 자료도 유심히 살펴봐달라는 취지다. 이에 메디톡스는 “환영한다”며 “대웅제약도 나보타 균주의 획득 경위 및 장소, 균주 발견자,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등을 밝혀 모든 의혹을 해소하는 공개 토론 자리를 갖자”고 맞불을 놨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부터 대웅제약 측에 수차례 공개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
◆ 반려동물 당뇨약, 탈모치료제 개발 착수…미래형 황금시장 선점= 5월 마지막을 뜨겁게 달궜던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공방전은 이달 들어 주춤한 상태다. 분쟁이 소강 상태로 접어들면서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영역에서 벗어난 다양한 신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경영 보폭 넓히기에 나섰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28일 자사의 당뇨병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의 반려동물 실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효과와 안정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윤화영 교수팀을 포함한 5개 기관에서 인슐린으로 혈당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반려견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인슐린 및 이나보글리플로진을 8주간 1일 1회 병용투여한 군과 3일 1회 병용투여한 군의 당화단백질 농도, 공복혈당, 인슐린 용량 변화를 비교해 혈당 조절 효과를 평가했다. 추가로 체중과 혈압의 변화도 관찰했다. 당화단백질 농도는 2~3주간의 평균 혈당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데 수치가 정상 범위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연구 결과 당화단백질 농도는 1일 1회 병용투여군은 약 20%, 3일 1회 투여군은 약 15% 감소해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혈당 강하 효과를 보였다. 인슐린 투여 용량변화 역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다. 체중과 혈압도 감소세가 확인됐으며 이나보글리플로진 투여 시 당뇨병으로 인한 케톤산증이나 심각한 저혈당 등 이상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
안주현 서울대 수의과대학 박사는 “인슐린과 이나보글리플로진 병용 투여 시 반려동물의 당뇨병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며 “1일 1회 투여하면 더 높은 치료 효과를 보였고 두 군 모두 중대한 이상반응이 없어 안전성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제약사인 대웅제약이 반려동물 치료약 시장에 뛰어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인구인 ‘펫팸(pet+family)족’은 2018년 1000만 명, 2019년 1500만 명을 넘겼다. 업계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규모가 2018년 2조8900억 원에서 2020년 5조8000억 원대로 성장하고 올해는 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커지는 반려동물 시장규모에 따라 덩달아 수요가 증가하는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 선점에 성공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음과 아울러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대웅제약은 3일에는 인벤티지랩·위더스 등과 탈모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개발부터 생산·판매를 위한 MOU(업무협약)을 맺었다. 인벤티지랩은 전임상·임상 1상·제품생산 지원 업무를, 위더스제약은 제품생산을 전담하며 대웅제약은 임상3상 및 판매·허가를 맡게 됐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매일 약을 먹을 필요 없이 최대 3개월에 한 번씩만 주사를 맞으면 된다. 탈모치료제는 약사 지시에 따라 정량을 제때 복용하는 이른바 복약순응도가 중요하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탈모치료제를 투약하면 편리함과 함께 안정적 효능도 담보할 수 있다. 또한 병원을 방문해 투약하므로 오·남용 및 부작용 위험도 적다는 것이 대웅제약 측 설명이다.
◆올해 영업이익 598억원 목표....전년대비 5배 급증 희망가=올해 대웅제약은 지난해(126억원)의 5배 수준인 598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효자품목’인 나보타의 해외 수출액 증대 및 출시국 확대, 향후 출시 대기 중인 신약 등을 통한 수익성 확대가 예상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프라잔의 올해 하반기 국내 허가, 당뇨병치료제 ‘DWP16001’(이나보글리플로진)‘ 출시 목표 등으로 자체 제품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며 제품 믹스 개선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