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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왜 그 많은 '앱'을 만들었을까?

4대 은행 평균 6개 보유 비은행 '두배'...금융업권 중 '최다'
대규모 처리량 등이 원인..."보안·속도 문제로 통합 쉽지 않아"

 

 

[FETV=권지현 기자] 6개 vs 3개. 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보험·카드·증권 등 비은행 금융사의 앱 평균 개수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앱은 모두 23개(국내·금융서비스 기준)로 나타났다. 은행 당 평균 6개꼴로, 금융업 최다 수준이다. 가장 많은 앱을 보유한 은행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스타뱅킹, 기업뱅킹, 미니뱅킹, 알림, 리브, 통합인증, 마이머니, 스마트대출 등 총 8개 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쏠, 알리미, S뱅크 미니, 기업뱅킹, S부가세, 포니 등 앱 6개를 갖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기업뱅킹, CMS, 통합인증, 해외송금 등 5개의 앱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원뱅킹, 알림, 위비뱅크, 로보알파 등 4개의 앱을 갖고 있다.

 

반면 보험·카드·증권 등 비은행 금융사는 업계 상위사를 기준으로 평균 3개의 앱을 운영 중이다. 비은행 업권 중 가장 많은 앱을 선보인 곳은 평균 3.5개인 카드업계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각 3개의 앱을 보유 중이며, 국민카드와 현대카드는 4개의 앱을 운영한다. 증권사의 경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 4개를, NH투자증권은 3개 그리고 삼성증권은 2개의 앱을 운영한다. 보험사 앱은 더 적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각 1개,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각 2개의 앱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문제는 은행 앱 사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비스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각각 다른 앱을 다운, 실행해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뜻이다. 은행 앱 한 사용자는 앱 다운로드 페이지 '평가 및 리뷰' 코너에 "이 앱은 뭐 보려면 00뱅킹 앱으로 넘어가면서 왜 만든 거죠? 로그인이 통합되는 것도 아니고...하루에 로그인만 수십 번 하는 중입니다. 하나로 통합해서 쓰게 좀 해주세요"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다른 은행 앱 사용자는 "인증 한번 했으면 그 뒤는 앱에서 알아서 인증하게 해줘야지 인증할 때마다 이 앱 켜도록 돼있을 줄이야...간편인증인데 너무 안 간편해서 깜짝 놀랐네요"라고 적었다.

 

그렇다면 은행들이 이처럼 많은 앱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압도적으로 많은 '서비스 처리량'이 첫 손에 꼽힌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앱에서 제공하는 업무 종류와 사용 고객 수가 워낙 많아 서비스를 한곳에 모으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서비스 종류가 많아도 사용 고객 수가 적거나 고객이 많아도 서비스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면 앱 개수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고객이 이용하려는 각 서비스의 모바일 수요 역시 매우 많아 해당 서비스 전용 앱 등이 계속해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 계좌는 거의 전 국민이 보유한 만큼 선보이는 서비스 종류와 상대하는 고객 수가 카드, 증권, 보험업보다는 '범용성'을 갖고 있어 처리량 등의 문제로 지속적으로 앱이 늘어나게 된다"며 "여기에 은행들이 최근 금융 소비 트렌드까지 따라가려다 보니 각 사업 부서마다 모바일 서비스를 내놓지 않으면 오히려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서 간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 점도 한몫했다. B은행 관계자는 "다른 사업영역이더라도 몇몇 서비스의 경우 충분히 고객들이 모바일 내 한 공간에서 업무를 보도록 할 수도 있지만 '우리 부서가 만든 앱이 1등이어야 한다'는 경쟁의식이 있어 서비스를 한곳에 모으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통합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중은행들은 소비자의 불편과 운영비용 등을 고려해 흩어진 금융 앱을 하나로 합치는 것을 고려한 적이 있다. 은행을 계열사로 둔 금융그룹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자회사의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 모으는 작업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보안과 속도의 문제로 통합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B은행 관계자는 "이제는 은행 영업점에 방문할 일이 웬만하면 없을 만큼 워낙 많은 사용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은행 앱을 사용하다 보니 개인인증·해킹 방지 등과 같은 보안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며 "보안 프로그램의 종류와 용량을 생각하면 소비자의 불편을 감안하더라도 앱 서비스를 한곳에 모으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도 은행들이 선뜻 앱 통합 작업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게 한다. C금융그룹 관계자는 "흩어진 앱 금융 서비스를 한곳에 모으는 작업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하나의 앱에 많은 서비스를 담게 되면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들은 이 경우 앱이 '무거워진다'는 표현을 하면서 통합 관련 사항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