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종가 기준, 15만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52주 신고가 보다 하락한 상태지만 경제 회복으로 선박 발주량이 늘어나면서 시장에 반영된 높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해운시장은 운임이 폭등하면서 '선박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배가 귀해지면서 선박의 제조 가격을 뜻하는 신조선가지수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도크를 채우기 위한 저가 수주 경쟁이 끝나가면서 조선업계의 ‘봄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높은 원자재 가격도 선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면서 한국조선해양의 실적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현대중공업]](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622/art_16225931783184_374fcc.jpg)
◆‘고공행진’ 중인 한국조선해양…왜?=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1일, 전날대비 6500원 오른 14만9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52주 신고가(16만500원)를 세웠던 지난달 11일 보다 하락한 상태지만 조정기를 이어온 점을 고려하면 ‘고공행진’ 중이다. 현재 주가는 지난해 동기 대비 60% 이상 오른 상태며 올초에 비해 35% 이상 상승했다.
한국조선해양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는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지난해에 비해 경기가 살아나면서 물동량이 증가했고 이에 따른 선박 발주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의 전체 수주 가운데 4분기에만 70%가 물량이 집중됐는데 올해에도 발주량이 증가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양 시황분석 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5월 말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795만CGT에 달했다. 이는 2020년 전체 발주량(2150만CGT)의 83%가 넘는 수치다. 현재 한국조선해양은 초대형 LPG운반선, LNG운반선 등을 앞세워 총 122척을 수주해 올해 목표(149억달러) 대비 72%에 달하는 108억달러를 수주한 상태다.
◆배값은 부족하지만...“가격은 계속 오를 것”=조선업계는 선박을 제조하는 ‘도크’를 채우지 못하면 구조조정의 우려가 커져 그동안 저가 수주를 이어왔다. 클락슨이 발표한 신조선가지수도 지난 2007년, 185를 기록했지만 줄곧 하향세를 거듭하다 2016년에는 123까지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해상운임이 상승하고 원재료 가격 급등에 따른 선가인상이 이뤄지고 있어 향후 선박 발주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컨테이너운임 지수를 나타내는 SCFI는 지난달 말, 전주 대비 63.26포인트 오른 3495.76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SCFI를 집계한 이후 최고치다. 또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1일, 2568을 나타냈다. 최고점을 나타냈던 5월5일(3266) 대비 하락했지만 연초 대비 세배 가량 증가한 상태다.
이에 따른 신조선가지수도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클락슨이 발표한 신조선가지수는 지난달 말, 136.1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지난 2014년 12월(137.8포인트)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세계 경제와 해상 물동량 회복 등의 영향으로 선박 발주가 늘어나 지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수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2분기에는 일시적인 발주 감소에 따른 수주잔고 축소로 신조선가 횡보가 예상된다”며 “3분기부터는 추세적인 수주잔고 증가에 따른 선가 협상력 강화로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율 증가분 이상의 신조선가 상승을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도 선가 높일 듯=현재 선박 제조시 필요한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 가격이 치솟아 선가 인상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철강업계가 철광석 가격 인상으로 철강재 가격을 올렸듯이 조선업계도 인상된 후판 가격을 선박에 반영하고 있어 향후 선가도 크게 오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일, 중국 칭다오항에 수입된 철광석 가격은 t당 208.67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를 나타낸 지난달 12일(237.57달러)보다 떨어졌지만 이는 지난해 동기대비 100달러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철광석 생산량은 줄어든 반면, 올해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커져 철광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철강재 가격도 크게 올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후판 유통가는 지난 4월, 10년 만에 100만원을 넘어서더니 지난달 말에는 13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증가한 수치다. 선박 제조원가 가운데 후판 가격은 약 15~20%를 차지하는 만큼 철강재 인상은 조선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상승한 신조선가지수는 후판 가격 인상도 견인한 만큼 선가 인상은 문제가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선주들의 선박 주문 문의가 늘어나는 가운데 철강가격이 인상되고 있어 조선소들의 수주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은 운항실적이 원활하지 못하고 일본은 수주잔량이 감소해 한국 조선소의 수주선가는 하반기에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조선해양, 실적도 ‘상향조정’ 예고=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철강재 가격 인상과 공사손실로 300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설정했지만 6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조선업계는 산업 특성상 수주했던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려면 1~2년의 거치기간이 필요하지만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매출은 15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3140억원으로 전망한다”며 “강재가격에 대한 보수적 회계처리와 신규 수주 선박의 건가 상승으로 전년대비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또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도 올해 흑자규모를 지난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3371억원으로 예측한 상태다.